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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동리 양관식과 부상길

우리 모두 '폭싹 속았수다'

by om maum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보면서 울고 웃었다. 드라마 속 인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했고, 그 과정에서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비추어보며 마음이 촉촉해지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등장인물 중 특히 양관식과 부상길의 삶이 깊이 마음에 남았다. 드라마의 내용 스포일러 없이 두 인물을 나의 관점에서 곱씹어보려 한다.


양관식, 가족을 위해 살아간 사람


양관식은 한없이 다정한 가장이다. 무쇠 같은 체력과 강한 정신력, 그리고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사람. 무엇보다 아내 오애순에게는 둘도 없는 로맨티스트다.

그의 삶은 넉넉하지 않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고난과 힘든 일들이 그를 짓누른다. 하지만 오애순은 남편이 세상을 떠나기 전, 이렇게 말한다.

"당신과 사는 동안 힘든 순간이 있긴 했어도, 외롭진 않았어."

그 말 한마디가 그의 삶을 대변하는 듯하다.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최선을 다한 삶. 그렇게 그는 사랑으로 살아낸 사람이었다.


부상길, 외로움을 안고 살아간 사람


부상길은 경제적 여유가 있지만, 괴팍한 성격에 다정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이다. 주변 사람들은 하나둘 그에게 등을 돌리고, 가족마저도 그와 함께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그는 자신과 정반대인 양관식을 보며 괜히 시기하고 질투하기도 한다.

하지만 드라마가 끝을 향해 갈수록, 그의 진심이 드러난다.

그의 괴팍함은 결국 외로움의 표현이었다. 그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주변을 챙기고 있었다. 마지막 회에서 그의 와이프에게 던지는 한마디는 그의 진심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첫사랑에도 나이 제한이 있냐?"

그 말속에는 미처 다 표현하지 못한 사랑과 후회, 그리고 따뜻한 진심이 담겨 있다.


다른 듯 같은 삶의 무게


두 사람의 삶의 방식은 정반대지만, 내가 보는 관점에서 같은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 두 사람이 느끼는 삶의 무게는 같다. 양관식은 가난과 자식을 잃은 슬픔을 안고 살아가고 부상길은 가족을 포함해 누구에게도 따뜻함을 받지 못하는 외로움을 짊어진다. 그 무게의 종류는 다를 수 있지만 그로 인한 고통의 크기는 비슷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 중 혹시 나 혼자 힘든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느낀다면 외로워하거나 억울해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당신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삶의 무게를 지니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나의 비극을 타인의 희극과 비교하지 않았으면 한다.


둘째, 두 사람 모두 잘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자신만의 방식대로 최선을 다했다. 어떤 결과를 맞이했든 그들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오늘 하루 우리는 얼마나 애쓰며 살았을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잘하고 싶은 마음 하나로 하루를 살아냈을 것이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하고, 맡은 일을 해내고, 주변인과의 관계를 지키며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잘 해내고 싶었을 것이다.

혹시 오늘 마주한 누군가의 잘 살아내고 싶은 마음표현이 부상길처럼 거칠어 전달이 잘 안 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도 그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었음을 이해하고 보듬어주길 바란다.


이렇게 우리는 결과가 좋았든 나빴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결국 우리는 모두 애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폭싹 속았수다'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말 그대로 '완전 속았다'는 의미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제주 방언으로 '매우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두에게 그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 모두 오늘 하루 잘 살아내느라, 폭싹 속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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