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추천 리스트
어느 덧 7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상반기 읽은 책을 정리해 본다. 읽은 책을 쭉 리스트업했다가 조금 놀랐다. 상반기에 읽은 책이 (물론 양으로 독서를 평가하는 것이 옳지않지만) 21권인 것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읽은 책이 총 29권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상반기에 꽤나 열심히 읽은 것이다. 책의 장르로 보면 문학이 6권, 비문학이 10권, 에세이가 5권이었다. 이 중 브런치에 리뷰를 쓴 책은 8권. 나머지 책들까지 포함해 (까먹기 전에) 여기에 기록해둔다. 순서는 좋았던 순으로! 그런데 한 해 결산 할 때를 보니, 상반기에 생각했던 순서랑은 전혀 다르게 정리가 되더라. 아마 책을 막 읽은 시점과 마음에 오래 남는 책은 또 다른가보다.
1. 김혜진 <딸에 대하여>
몇 번이나 리뷰를 쓰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읽을 때도 감정이 격했고 쓰려고 하면 더 격해졌다. (엄마와 크게 싸운 직후라서 였을수도..)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한 묘사, 특히 엄마의 입장에서 느낀 감정들을 서술하는데 진짜 엄마와 나의 대화에서 나왔던 말들이 툭툭 튀어나올 정도로 심리 묘사가 생생했다. 더구나 소설의 설정들이 사람의 마음을 극단까지 몰고갈 수 밖에 없게 해서, 더욱 마음이 아렸다. 소설을 읽는 재미도 있었고, 한편으론 어떻게 이런 소설을 썼을까 감탄하기도 했다. 한 인간의 마음에 대하여도 생각했고, 또 한편으론 그런 마음을 들 수밖에 없게 하는 한국 사회에 대하여도 생각했다. 언젠가 꼭 다시 리뷰를..!
2. 데이비드 색스 <아날로그의 반격>
이 책을 1위로 올릴까 참 많이 고민했다. 비문학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나. 더군다나 제목만으로도 무슨 내용일지가 빤한데도 너무 재밌게 읽었다. 그 이유는 꼼꼼한 취재와 탁월한 글빨이겠다. 거기에 단순한 현상 나열이 아닌 그 이면의 의미까지 건져내니 나중엔 한장 한장이 아까울 정도였다. 어쩌면 지금 이 시기에 딱 적절한 책이어서 더욱 크게 다가왔을 수도 있다. 이 책을 읽고 '아날로그적 삶의 회복'을 올해의 화두로 삼았었는데... 크크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본다.
책 리뷰 : https://brunch.co.kr/@onceaweek/45
3. 지그문트 바우만 <모두스 비벤디 : 유동하는 세계의 지옥과 유토피아>
지금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책. 어디서 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는지 조차 모르게 사회문제는 너무 많은 요소가 얽혀있고, 특히 지역 단위의 정치에서 해결할 수 없는 전지구적인 요소가 작용하는 현실. 그리고 개인들은 자신의 이익에만 몰두하고 사회 문제가 눈앞의 내 밥그릇을 빼앗기 전까지는 무관심한 노마드적 태도를 보인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전지구적 차원에서 접근해야하지만 그걸 할 수 있는 국가와 경제기구는 이미 경제세력에 그 힘을 내어준지 오래다. 읽기 쉬운 문장들이 나열되어있지만 읽을수록 너무나 어려웠던 책. 흥미로웠던 점 두가지는, 전 세계에 대한 이 이야기가 비단 그렇게 큰 단위의 공동체가 아니라 아주 작은 단위의 회사라는 조직만 들여다봐도 동일하게 작용한다는 점과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는 제대로 된 논의가 없었던 '난민 이슈'가 이토록 자세하고 여러 차원의 접근으로 '이미' 이뤄졌다는 점이다. 독서모임 책이라 이제 곧 독후감을 써야하므로, 곧 책 리뷰도 쓸 예정.
4. 정희진 <혼자서 본 영화>
자기의 관점과 생각 +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모두 조화롭게 이뤄진 저자가 자신만의 시선으로 영화를 본 책. 풍성하고 자유롭고 재미있고 날카롭다. 여성의 관점에서 영화를 자유롭게 해석한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이런 글이 쓰고싶다는 생각을 들게 한 책.
책 리뷰 : https://brunch.co.kr/@onceaweek/49
5. 데이비드 이글먼 <더 브레인>
뇌과학에 대한 한창 관심이 폭발할 때 읽었던 책인데, 너무 재미있고 신기했었다! 이 책 역시 <아날로그의 반격>처럼 비문학 읽는 즐거움을 준 책인데, 이것은 나의 관심사 + 새로운 분야라는 점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재밌고 신기한 부분이 너무 많아서 포스트잇으로 도배가 되어있어 아직도 정리를 못했다.. (핑계)
6. 정이현 <달콤한 나의 도시>
2006년에 서른 한살인 여자가 주인공인 책. 사랑과 일, 가족, 친구 대한 고민과 좌충우돌 연애사. 첫 문장부터 그대로 빨려들어가 하루만에 다 읽어버린 책. 그냥 너무 재밌다!!! 소설 읽는 즐거움이 있다면 이런 것이겠지. 아무 생각하지 않고 책에 푹 빠져서 마치 내가 주인공인 것처럼 감정이입한채 후루루룩 읽어버리는. 그런데 왜 10년이 더 지났는데도 서른 한살 여자의 고민은 똑같은 걸까?
7. 알랭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최근 독서모임에서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읽었다. 나는 이미 작년에 읽은 책이라 다시 한번 읽게된 것인데 책을 받아들이는 나의 마음이 완전히 달라짐을 느꼈다. 분명 처음 그 책을 읽었을 땐 구구절절 맞아맞아를 외치며, 심지어 책 한 챕터를 다 받아적었었는데, 두번 째 읽을 땐 "아니 왜 그렇게 까지 안 행복하면서도 그 일상을 이어가야하는데?" 라는 반감이 들었다. 그러다 접 한 이 책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알랭드 보통의 초기작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더 와닿는 것이다. 오히려 사랑에 좀 더 솔직하고, 한계를 인정했던 보통은 나이를 먹으며 점점 더 보수화된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더랬다. 아무튼 이 책이 더 좋다는 말이다. 다음에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다시 읽고 쓴 리뷰도 올려봐야겠다.
책 리뷰 : https://brunch.co.kr/@onceaweek/46
8. 장강명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장강명 작가의 강의를 잠시 들었는데, 기자라는 본래 직업의 특성 때문인지 굉장히 계획적 소설쓰기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인 구조와 플롯을 잡고 필요한 취재를 하고 글을 쓰는. 그것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때로는 약간의 작위적임 (<표백>이 그랬다)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동안 장강명 작가가 써온 소설과는 약간 다르게 명확치 않고 두루뭉술했다. 그 점이 참 좋았다. 날카로울 줄 아는 작가의 의도적 두루뭉실. 앞으로 이런 책도 더 많이 썼으면 좋겠다.
9. 브루스 핑크 <라캉의 주체>
책은 어려웠지만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에는 괜찮았던 책. 정신분석학은 "과학이 원인과 결과의 틈새를 메워 법칙을 발견하는 것과 달리, 원인을 근본적으로 이해하여 법칙을 파괴하는 학문"이라는 라캉의 말이 멋졌다. 좀 더 공부해보고싶은 정신분석학!
책 리뷰 : https://brunch.co.kr/@onceaweek/51
10. 김소영 <진작 할 걸 그랬어>
북토크는 처음 가봤는데, 책을 읽고 북토크로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책이 더 풍성해질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았던 책과 이야기.
책 및 북토크 리뷰 : https://brunch.co.kr/@onceaweek/52
11. 장강명 <5년만의 신혼여행>
아마도 <진작할 걸 그랬어>의 북토크를 가지 않았다면 <5년만의 신혼여행>이 더 위에 올랐을테지. 밝음과 희망적인 톤의 위의 책과는 달리, 이 책은 약간의 염세주의적인 느낌에 까칠한 저자의 성격이 드러나는 듯했다. 그 면이 오히려 더 좋았고 말이다. 장강명 작가가 결혼한 후 5년만에 보라카이로 신혼여행 간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이다. 여행기에 대한 기록보단 사랑, 결혼, 가족, 삶 등에 대한 저자와 아내 분 HJ의 생각이 곳곳에서 묻어나는데 참 좋았다. 나중에 장강명 작가를 실제로 보게 되었을 땐 이 책과 달리 엄청나게 순둥순둥한 모습에 깜짝 놀랬더랬지. 언젠가는 책 속의 HJ님도 보고싶다. 매력적이야.
12. 나오미 울프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탈코르셋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요즘. 탈코르셋 운동이 무조건 남자처럼 머리 짧게 자르고 속옷 안입고 화장 안하고 다니겠다! 가 아니라,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를 이해하기에 좋은 책일 것 같다. 엄청난 논문과 조사결과와 사례를 수집해 여성이 어떤 방식으로 외모로 인한 은밀한 처벌을 받아왔는지에 대해 조목조목 이야기한다.
책 리뷰 : https://brunch.co.kr/@onceaweek/52
13. 장강명 <표백>
장강명 작가의 등단 책. '표백세대'라는 관점이 참 좋았다. 책의 구조, 등장인물간의 관계, 스토리 등등 '기자 출신 답게' 얼개를 꽉 짜맞춘 느낌이 드는 책. 그래서인지 소설로서의 재미는 조금 덜하기는 했지만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주제를 잡고 그 주제에 대해 얼마나 깊이 고민했을지가 드러나 좋은 책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겠다.
14. 베르나르 베르베르 <잠>
두 권짜리 책인데 아직 1권밖에 못읽었다. 한창 정신분석학, 뇌, 꿈 등에 관심이 많아서 흥미롭게 생각했던 소설인데 스토리 진행은 약간 지지부진한 느낌에 큰 재미는 못느꼈다. 어쩌면 이미 너무 많은 장르물에서 소비된 소재인 탓에 더 이상 새롭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일수도. 학창시절엔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정말 좋아했는데. (어쩌다...) 2권까지 일단 읽어는 봐야지.
15. 임인숙, 김소라 <숲이 좋으면 새가 날아든다>
처음 읽어본 독립출판물. 보통은 좋아하는 작가라거나 어디에서 추천을 받았거나, 혹은 관심있는 분야라서 책을 읽곤 하는데. 이 책은 그냥 대구의 독립서점에 놀러갔을 때 눈에 들어와서 우연히 집은 책이다. 점점 더 내 취향을 파악한 추천 리스트와 넘쳐나는 정보들로 나에게 주어진 책이 아니라, 우연히 마주해서 좋았던 책. 가끔 독립출판물도 이렇게 읽으면 좋겠다.
책 리뷰 : https://brunch.co.kr/@onceaweek/55
16. 김형수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
문학이란, 예술이란,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굉장히 사색적인 글. 글 자체는 참 좋았는데 중간중간 저자가 굉장히 존경하는 듯한 고은 시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오히려 다른 측면에서 고민을 들게 했다. 문학작품과 문학가(예술가)의 관계에 대해서. 그 작품이 아름다우면 그의 삶도 정당화될 수 있는가, 그의 삶과는 별개로 작품성을 인정해야하는가 등등. 전에 따로 독후감을 쓴 적이 있었는데 조만간에 찾아서 올려야겠다.
17. 마스다 무네아키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그의 마음과 철학과 츠타야는 참 좋은 것 같은데 책으로만 보자면 조금 아쉬웠다. 그의 블로그 글을 모아서 책을 낸 것인데, 좀 더 글을 보완하고 편집해서 책 읽는 맛을 살렸으면 했다. 몇몇 좋았던 구절을 적어두기도 했지만 따로 리뷰까지 해야하나 싶어서 하지는 않았다. 올해 도쿄갈 땐 꼭 츠타야를 들러봐야지. (그럼 또 리뷰를 할지도 모른다.)
18. 이대열 <지능의 탄생>
엄청 어려웠던 책으로 기억난다. 독서모임 책이라 읽게 되었는데, 뇌 자체에 대해 이해하려면 다른 책을 읽는 것이 좋지 않을까. 앞 부분에 너무 과학적인 설명이 많아서 문과생인 나로서는 그냥 건너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독서모임 책이라 그러지도 못하고 억지로 억지로 읽었다. 유전자와 뇌의 관계에 대한 설명은 신기하긴 했지만 의구심이 계속 들었고. 그 의구심을 바탕으로 독후감을 썼었다.
책 리뷰 : https://brunch.co.kr/@onceaweek/44
19. 최영민 <쉽게 쓴 정신분석이론>
정신분석학 관련 책을 읽으며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어서 대학교 도서관까지 가서 빌린 책. 왠지 교양이나 심리학 전공 1학년 때 쓰는 책이 아닐까 싶었다. 제목도, 생긴 것도, 내용도. 역시 흥미가 있어야 공부도 찾아서 하게 되는 법...
20. 구스도 후토시 <무의식을 지배하는 사람, 무의식에 지배당하는 사람>
정신분석학에 잠시 흥미를 갖다보니 내 무의식을 스스로 조절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어서 샀더랬다. 뭘 읽었는지 기억도 잘 안날만큼.. 가벼웠던 책인 것 같다. 책에서 뭔가 이런 저런 소소한 방법을 소개했지만 잘 모르겠고... 요즘 들었던 생각은, 주로 인간관계에서 한 사람의 성격이나 태도에 대해서 말할 때면 정신분석학에서는 그것이 과거에 부모와의 관계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을 한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가 결국엔 이 다음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 된다. 그러므로 주위에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나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방법이 아닐까, 라고. 그래서 용기내서 조금씩 다가가보려고 한다.
21. 스티븐 존슨 <원더랜드>
그냥.. 놀이의 발견이라고 하는데 책 내용도 중구난방이고 억지로 끼워맞춘 것 같고 사례도 그냥 그렇고... 독서모임 책이라 어쩔 수 없이.. 대충 읽었다.
* 번외 : 이승우 <식물들의 사생활>, 김애란 <비행운>
두 책은 모두 읽다가 중단했다. <식물들의 사생활>은 여성에 대한 묘사가 (그 의도가 무엇이든간에) 너무 자극적이고 때론 폭력적으로 느껴져서 도저히 불편해서 읽을수가 없었다. <비행운>은 한 줄기의 희망도 없이 정말 너무 바닥끝까지 우울해서 읽다가 중단했다. 그런데 읽은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앞에 단편만 그렇고 뒤에는 갈수로 괜찮아진다고하여 다시 읽어보려고 한다.
하반기도 열심히 읽고 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