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시작에서 여름의 끝으로
<모기향과 호주>편은 이번 여행에서 찾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년 2015년은 오랫동안 쉬고 있던 것을 다시 시작하거나,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는 해였다. 4년이나 쉬고 있던 3번째 사진 여행이 전자였고, 처음 해보는 사진 전시회가 후자였다. 이번 호주 여행을 이야기할 때는 사진 전시회부터 이야기해야 재미있어진다.
여름부터 홍대 상상마당에서 SLAP(생활 예술 사진가) 과정을 수강했다. 나는 '시간'을 주제로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구체적으로 일상의 다양한 사물들의 형태가 변화하는 과정을 포착하는 내용이다. 그러던 중 캐논 사진 공모전의 주제도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좋은 기회였다. 작업이 막 끝난 모기향을 출품하였고 운 좋게 특별상을 수상하였다. 한 달 간의 전시가 끝나고 시상식에서 호주 왕복 항공권과 호텔 숙박권을 수령하였다. 나의 4번째 사진 여행은 이렇게 시작된다. 홍콩을 다녀온지 1년 만에 정반대의 분위기를 가진 호주에 가게 되다니! 2016년은 시작부터 즐겁다.
홍대 상상마당 갤러리, <시선의 기록> 展
압구정 캐논플렉스 갤러리, <2015 PLAYSHOT GALLERY> 展 시상식
이제 해야 할 것은 호주 도시와 여행 일정을 선택하는 것이다. 일정 선택 범위는 3월부터 9월까지. 나는 어제 구입한 티셔츠는 내일 바로 입고 출근하고 싶고, 오늘 퇴근길에 구입한 책은 바로 지하철에서 펴서 보고 싶다. 그래서 별 다른 고민 없이 가장 빠르게 출발할 수 있는 3월 1일로 정했다.
도시 선택 범위는 다윈, 브리즈번, 멜버른, 시드니 4가지이다. 일정과는 다르게 도시는 천천히 알아가며 결정했다. 주변에서 유학·워킹홀리데이로 호주를 다녀온 친구들은 많았어도, 막상 내가 알고 있는 호주는 오페라 하우스와 스테이크뿐이었기 때문이다. 카카두 국립공원 같은 광활한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다윈부터 살펴보았다. 혼자 하는 여행이라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외했다. 다음으로 브리즈번을 살펴보았다. 언제나 맑은 날씨라는 점이 상당히 끌렸지만, 남은 두 도시에 비해 규모가 작아 보여 역시 제외했다. 결국 예상했던 대로 시드니와 멜버른이었다.
오페라 하우스에 굳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꼭 가봐야 하는 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일단 이번에는 아니어도 괜찮았다. '즐비하는', '유럽풍의', '랜드마크', '문화예술의', '광활한', '절경', '최대 크기의', '유서 깊은' 등 미덥지 않은 여행 문구들로부터 상상되는 이미지는 그리 구체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중 몇 가지가 꽤 인상적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 '하루에 4계절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더 이상 자세한 탐색을 중단해도 이 곳이면 재미있는 걸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멜버른, 발음상 멜번에 가까운 이 도시에 가보기로 했다. 여행 출발 한 달 전 모든 예약을 완료했다.
싱가포르 항공에서 바라본 4번의 하늘
더블트리 바이 힐튼 호텔 멜번에서 맞이한 5번의 아침
남은 한 달 동안 4번째 사진 여행의 색깔을 정했다. 서두르지 않고 아주 천천히.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지난 여행을 되돌아보았다. 첫 번째 제주도 여행은 같이 사진을 이야기하던 친구와 함께 했다. 풍경이나 거리가 아닌 셀카 촬영이 주목적인ㅡ지금 생각하니 정말 이상하지만 그때는 그래야만 했다ㅡ여행이었다. 두 번째 도쿄 여행도 그 친구와 함께였다. 우리 둘 다 일본의 아담한 모습에 사로 잡혔다. 세 번째 여행은 혼자였다. 기하학적이고 채도 높은 홍콩이 여러모로 나에게 가장 적합했다.
2009 제주도 여행, 2011 도쿄 여행, 2015 홍콩 여행
지난 몇 년간 일주일도 안 되는 짧은 여행을 통해서 사진, 디자인, 음악, 영화 등 내 삶에 전반적인 부분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고받았다. 제주도에서 안도 타다오의 건축을 찾아다니고, 시부야에서 들었던 보사노바 컴필레이션 앨범을 주말 아침마다 듣고, 일본의 거리를 담은 사진들은 졸업 전시회 UX 수업의 좋은 소재가 되고, 영화 중경삼림은 홍콩의 분위기와 함께 섞여 초록과 파랑의 사이의 색으로 각인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사진을 통한 여행이기 때문에 오로지 사진에만 몰두하고 싶었다. 2월 내내 이번 여행을 계기로 앞으로 어떤 사진을 찍을 것인가에 대해서만 고민했던 것 같다. 그래서 다음 2가지 결론을 내린다.
1. 다큐멘터리 장르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기
2. 정직한 현재 사진 스타일 깨뜨리기
첫 번째 문제는 아직 진행 중이며, 두 번째 문제는 4번째 편에서 다룰 예정이다. 한편, 멜번에 대한 정보는 가이드북 대신 멜번에 살고 있는 한국인 블로그와 구글 스트리트 뷰를 통해 구축했다. 유명 장소의 완벽한 사진 한 장보다 골목길의 진짜 모습이 더 궁금했기 때문이다. 원활한 작업을 위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것들도 천천히 알아가며 준비했다. 이전에 아쉬웠던 부분을 다음에 보완하는 것도 분명 사진 여행이 가진 즐거운 포인트 중 하나이다. 더 튼튼해진 삼각대와 볼헤드, 더 넉넉한 백팩, 더 넓은 렌즈까지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
카메라 바디를 제외하곤 모든 것이 익숙지 않는 새로운 것들이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줄었다.
여행을 계획하는 순간부터 이미 여행이다. 난방기가 고장 난 사무실에서 따뜻한 음악을 들으며 매일 30분간 여행을 한다. 즐거운 생각이 마구 떠오른다. 여름의 시작인 6월 서울에서 했던 생각이 이제 여름의 끝을 향하는 3월의 멜번으로 인도한다.
Hisaishi Joe - Summer
작년 말 사진 공모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하여 호주 멜번을 다녀왔다. 나의 4번째 사진 여행은 재미있는 생각으로 시작하여 즐겁게 계획하고 행복하게 마무리되었다. 싱가포르 항공과 더블트리 바이 힐튼 호텔을 제공받아 가벼운 마음으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전 여행과 차이점이 많은 여행이라 시간이나 공간별로 엮지 않고 다음 4가지를 기준으로 여행기를 정리하였다.
이번 여행에는 없는 것
이번 여행에는 있는 것
이번 여행에도 있는 것
이번 여행에도 없는 것
이번 여행을 만들어 준 것
이번 여행에도 없는 것
이번 여행에는 있는 것
이번 여행에도 있는 것
이번 여행에도 없는 것
다음 여행에도 있을 것
2009년 제주도, 2011년 도쿄, 2015년 홍콩에 이어 2016년 호주 멜버른 여행도 역시 즐겁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언제가 될지 어디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다음 여행에서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여행 후 다시 시작된 일상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여전히 저의 인스타그램을 찾아와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