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에는 있는 것 (2)
<기억할 수 있는 대화>편은 이번 여행에는 있는 것 세 가지 중 두 번째인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며, 미리 계획된 10번의 만남에서 오갔던 대화들이다.
"이 학교는 외국인들이 거의 먹여 살려요."
"수고하셨어요. 힘들었죠?"
"아니예요. 너무 즐거워요. 이런건 처음 해보거든요. 멜번에서 재미있는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너무 감사해요."
"제대하고 워킹홀리데이로 멜번에 처음 왔어요. 일을 하면서 드는 생각은 '공부를 더 하고 싶다'였어요. 1년 뒤 한국으로 돌아가서 모든 준비를 끝내고 다시 출국했어요. 아직 학기도 많이 남았고 공부도 무척 어렵지만 저에게 그 1년은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닮았다는 말을 들어 봤어요."
"제가 보기엔 신현준 닮은 것 같아요."
"그게 뭐예요. 둘 다 비슷하잖아요."
"죄송해요. 일 끝나고 바로 오느라 상태가 별로 안좋네요. 지금은 점심 시간에만 스시집에서 일해요. 남는 시간에도 일하려고 아는 분에게 다른 곳을 추천 받았어요. 근데 시간대가 안맞아서 잠을 끊어 자게 생겼어요. 그래도 뭐 어떻게든 되겠죠."
"그럼 오늘은 뭐 할꺼예요?"
"집에 가서 푹 잘꺼예요."
"이 집에서는 이게 포인트네요."
"맞아요. 같이 사는 친구 중에 한명이 이걸 굉장히 좋아해요. 남자애인데도 말이죠."
"이 쇼파도 자전거처럼 중고로 구한거예요."
"멜번에 온지 5년 정도 되었어요. 한달정도 잠깐 한국에 들어갔었어요. 한국은 그리웠지만 한국인들의 이기적인 모습은 거부감이 들더라구요. 근데 무서운건 그런 환경에 점점 적응해가는 제 자신이었어요."
"이건 뭐라고 쓴거예요?"
"Love & Respect"
"제가 관광을 전공하거든요. 일상과 같은 여행을 좋아해요. 멜번에 있는 동안 시티 골목길만 계속 걷고 있어요."
"지금 제일 먹고 싶은 걸 상상해봐요. 지금 표정 정말 좋았어요. 뭘 생각했어요?"
"돼지국밥이요."
"무작정 멜번으로 왔어요. 한국에서 하던 커피를 계속 하고 싶어서 2주 동안 이력서를 들고 카페에 찾아다녔어요. 정말 운좋게 지금 카페에서 일하게 되었죠. 6개월이 지난 지금 영어, 호주 생활, 바리스타까지. 세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 같아요."
"타투를 할까 생각중이예요. 아무 의미 없는 걸로요. 의미 있는건 나중에 의미가 없어져서 후회할 수 있잖아요? 제가 아는 분은 아예 의미없는 것만 쭉 해요. 그러고는 의미를 만들어 가죠."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네요. 저도 늘 그게 걱정이었는데 이제 타투 할 수 있겠어요."
"이탈리아에 평범한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먹었는데 굉장히 맛있었어요. 도저히 이 맛을 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왜 그런가 생각해봤더니 문화 차이였어요. 왜 우리도 김치를 만들지는 못해도 어떻게 만드는지는 대충 알잖아요? 자기 나라 문화는 본인들이 자세히 알기 때문에 맛있게 요리할 수 있나봐요. 아이러니컬하게 이탈리아 음식을 배우러가서 제가 제일 잘 알고 있는 한식을 하기로 결정했어요."
"아 진짜 출근하기 싫다. 갑자기 전화와서 오늘 안나와도 된다고 했으면 좋겠어."
"두 분 옷을 맞추신거예요? 꼭 스티브 잡스 커플 같네요."
"하하. 그러게요. 그런데 형님도 저희랑 옷이 똑같아요."
"애기 이름은 시은이예요."
"정말요? 제 사촌동생 이름도 시은이예요. 호주에 와서 시은이를 또 만나네요."
"남편의 파견 근무가 끝나는 2019년이면 다시 한국으로 들어가게 되요. 시은이가 나중에 호주에서의 시간을 기억하지 못하는게 조금 아쉬워요."
"영어만 배우면 된다는 생각으로 멜번까지 오게 되었어요. 근데 막상 영어가 되니까 조급해지기 시작하더라구요. 서울에선 이렇게 여유로운걸 상상 할 수가 없잖아요."
"블로그에서 멜번 거리를 자주 검색했어요. 거기에서 제일 많이 나오는 사람이 근영씨였어요."
"하하. 정말이예요?"
"꼭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형님은 뭐가 제일 좋으세요?"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그거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적이 있었어요, 사진, 음악, 영화, 여행 모두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지만 그거 하나만 평생 하라고 했을때는 괜히 망설이지더라구요. 근데 먹는건 평생 그거만 할 수 있을것 같았아요. 그 중에 제일 좋아하는게 되겠죠. 결론은 치킨이었어요."
나의 4번째 사진 여행에는 대화가 있다. 촬영 전 나누었던 대화가 길어져 정작 촬영보다 대화에 더 빠졌다. 중후반 정도가 되니 이런 생각까지 든다. '남는 시간에 혼자 돌아다니는 것보다 이쪽이 더 여행에 가깝지 않을까?' 여행과 작업의 중간쯤. 시간이 지나도 기억할 수 있는 대화 그리고 사람들.
Paris Match - Theme Of 11
작년 말 사진 공모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하여 호주 멜번을 다녀왔다. 나의 4번째 사진 여행은 재미있는 생각으로 시작하여 즐겁게 계획하고 행복하게 마무리되었다. 싱가포르 항공과 더블트리 바이 힐튼 호텔을 제공받아 가벼운 마음으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전 여행과 차이점이 많은 여행이라 시간이나 공간별로 엮지 않고 다음 4가지를 기준으로 여행기를 정리하였다.
이번 여행에는 없는 것
이번 여행에는 있는 것
이번 여행에도 있는 것
이번 여행에도 없는 것
이번 여행을 만들어 준 것
이번 여행에도 없는 것
이번 여행에는 있는 것
이번 여행에도 있는 것
이번 여행에도 없는 것
다음 여행에도 있을 것
2009년 제주도, 2011년 도쿄, 2015년 홍콩에 이어 2016년 호주 멜버른 여행도 역시 즐겁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언제가 될지 어디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다음 여행에서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여행 후 다시 시작된 일상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여전히 저의 인스타그램을 찾아와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