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 호텔로 돌아와 샤워하고 외출할 수 있는 시간

이번 여행에는 있는 것 (3)

by ON DISPLAY

<중간에 호텔로 돌아와 샤워하고 외출할 수 있는 시간>편은 이번 여행에는 있는 것 세 가지 중 마지막 세 번째인 '여유'에 대한 이야기이다.





1부 중간에 호텔로 돌아와 샤워할 수 있는 시간


1-1. Singapore Airlines SQ 609, SQ 237

홍상수의 영화를 보거나, 비틀즈의 음악을 듣는 것보다 더 스릴 있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를 읽을 수 있는 12시간.


1-2. Melbourne Airport

유심칩을 구입하기 위해 입국 수속보다 더 오랫동안 기다릴 수 있는 1시간.


1-3. DoubleTree by Hilton Hotel Melbourne

체크인하면서 받은 따뜻한 쿠키를 한입씩 베어 먹으면서 천천히 짐을 정리할 수 있는 1시간.







1-4. National Gallery of Victoria

가볍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1시간 30분.


1-5. Bourke Street

시티 골목길을 걷다가 들려오는 노래에 귀 기울일 수 있는 3분.


1-6. Eureka Skydeck

남반구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생각나는 사람에게 가장 호주스러운 엽서에 편지할 수 있는 10분.







1-7. RMIT University

유학생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나의 경영대 생활과 미대 생활을 떠올릴 수 있는 각각의 1시간들.


1-8. 중간에 호텔로 돌아와 샤워할 수 있도록 608호 문이 열리는 반가운 소리 1초.


1-9. DoubleTree by Hilton Hotel Melbourne

느린 와이파이를 끄고 알 수 없는 오스트레일리아 티비 뉴스 채널을 와칭할 수 있는 30분.







1-10. Market Lane Coffee, Faraday Street

가게 앞 작은 의자에 앉아 롱블랙 한잔 다 마실 때까지 쉴 수 있는 20분.


1-11. South Melbourne, South Yarra

여타의 날과는 다른 흐린 날씨 덕분에 하루 종일 웃을 수 있는 14시간.


1-12. Spencer Street

꽁치김치찌개를 먹으면서 사람을 더 알아갈 수 있는 30분.







1-13. Degraves Street

약속이 깨져 비워둘 수 있는 1시간.


1-14. Federation Square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다시 도착한 '멜버른이 시작하는 곳'에서 이번 여행을 돌아볼 수 있는 10분.


1-15. Melbourne

다음 일정을 축소하거나 아예 지워버리고, 현재의 순간을 즐길 수 있는 모든 1초 혹은 모든 24시간들.









2부 중간에 호텔로 돌아와 다시 외출할 수 있는 시간


2-1. Incheon Airport

출국 전까지도 완전히 정해지지 않은 일정을 계속 변경할 수 있는 30분.


2-2. Federation Square

일주일 전 압구정에서 구입한 렌즈를 '멜버른이 시작하는 곳'에서 처음 사용하더라도 안심할 수 있는 5초.


2-3. The Terrace, Eureka Skydeck

눈 앞의 장애물까지 감안할 수 있는 15초 간격의 정확한 5분.







2-4. City of Melbourne ~ Fitzroy

잔뜩 찡그린 아침의 하늘이 꽤 편안한 인상이 될 때까지 걸어갈 수 있는 1시간.


2-5. Whitlam Place

등교하는 꼬마들과 곁에서 인도하는 녹색 어머니의 평화로운 일상을 바라보며, 어제 하루 종일 백팩에만 넣어둔 30장의 <일상의 나이테> 프로젝트를 하루 늦게라도 시작할 수 있는 10분.


2-6. Brunswick Street

어디쯤인지 모르고 계속 걷다가 '아 여기가 거기인가보다'라고 뒤늦게 인지할 수 있는 대충 10초에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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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Argyle Square

나의 호주 여행 티켓을 벤치에 꽂아두고 우연히 다시 그곳으로 돌아왔을 때, 낙엽 속에 버려져 있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2시간 28분 후.


2-8. 중간에 호텔로 돌아와서 다시 외출할 때 608호 문이 닫히는 나른한 소리 1초.


2-9. Port Melbourne

더 좋은 상황을 지켜볼 수 있는 13초.







2-10. Flinders Street Station

촬영이 끝나고 다음 만남을 상상할 수 있는 1시간.


2-11.Chapel Street

아무것도 없는 걸 계속 찾아서 촬영할 수 있는 1/250초.


2-12. Brighton Beach

모래사장에 그대로 앉아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 Space Odyssey>의 스타게이트 장면처럼 다채롭게 변화하는 하늘의 빛깔을 그려볼 수 있는 13초 간격으로 정확한 39분 52초.








2-13. Faraday Street, Charles Street, Park Street, Albert Street

어느 골목길이 더 한적한가 시험할 수 있는 1시간에서 2시간들.


2-14. City of Melbourne

같은 공간에서의 다양한 상황을 발견하기 위해 잠시 숨을 참을 수 있는 30초에서 1분.


2-15. Melbourne

다음 일정을 축소하거나 아예 지워버리고, 현재의 순간을 즐길 수 있는 모든 1초 혹은 모든 24시간들.










3부 한번 더 호텔로 돌아와 샤워하고 다시 외출할 수 있는 시간


3-1. Little Bourke Street

나의 3년 전을 생각하게 하는 5살 차이 커플과 함께 탕수육 LARGE, CHANISUL 4병을 마시고 헤어질 때 포옹할 수 있는 새벽의 4시간.







이번 여행에는 중간에 호텔로 돌아와 휴식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The Beatles -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Reprise)






작년 말 사진 공모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하여 호주 멜번을 다녀왔다. 나의 4번째 사진 여행은 재미있는 생각으로 시작하여 즐겁게 계획하고 행복하게 마무리되었다. 싱가포르 항공과 더블트리 바이 힐튼 호텔을 제공받아 가벼운 마음으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전 여행과 차이점이 많은 여행이라 시간이나 공간별로 엮지 않고 다음 4가지를 기준으로 여행기를 정리하였다.


이번 여행에는 없는 것
이번 여행에는 있는 것
이번 여행에도 있는 것
이번 여행에도 없는 것


이번 여행을 만들어 준 것


이번 여행에도 없는 것


이번 여행에는 있는 것


이번 여행에도 있는 것


이번 여행에도 없는 것


다음 여행에도 있을 것


2009년 제주도, 2011년 도쿄, 2015년 홍콩에 이어 2016년 호주 멜버른 여행도 역시 즐겁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언제가 될지 어디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다음 여행에서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여행 후 다시 시작된 일상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여전히 저의 인스타그램을 찾아와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