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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솔 Oct 13. 2024

깃든 그대


알람을 못 들어 허겁지겁 대충 빵을 입에 욱여넣고 

지하철역으로 뛰어가는 중에도,


출근 시간 당산역 9호선 급행열차를 향해 밀려드는 인파에 

여기저기 휩쓸리는 중에도,


2분 지각한 나를 매섭게 노려보며 다음부터 조심하라는 팀장님의 경고에 

세상 비굴한 표정으로  응답하는 중에도,


머릿속엔 그대가 깃들어 있습니다.


보고서 작성, 외부 업체 컨택, 기획안 컨펌으로 정신없는 오전을 보내고

상추와 요구르트까지 나온 구내식당표 제육볶음으로 든든히 배를 채운 후 

1층 카페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 얼음 가득 채워 자리에 돌아와 한숨 돌리려 했더니.


깃든 그대가 내 마음을 살살 간지럽히며 놀아달라고 하네요.


'그럼, 조금 만이야'라며 그동안 나눈 대화를 곱씹고 

함께 한 순간들 중 좋았던 몇몇 장면을 반복적으로 떠올리며 혼자 미소 짓습니다.


"너 뭐 하냐? 점심시간 끝났어. 일 안 해?"라는 부장님의 목소리에 오전의 뒤끝이 묻어있음을 

본능적으로 느껴  즉시 업무 모드에 돌입합니다.


앞으로도 일상 곳곳에 깃들어있는 소중한 그대를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꺼내 보려 하니 부디 허락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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