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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s Jul 12. 2018

티처뷰_오윤주 선생님

티쳐뷰 / 오윤주_숙지고등학교  교사

경기도 숙지고등학교에 재직하고 계신 오윤주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Q. 선생님 반갑습니다. 선생님, 자기소개 좀 부탁드려요.                     

A. 올해 22년째 교사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혁신학교 업무를 맡고 있고, 담당 과목은 국어입니다.


Q. 현재 재직 중이신 숙지고등학교는 어디에 있는 어떤 학교인지 말씀해 주세요.                    

A. 수원 화서역 부근에 있는 일반계 고등학교입니다. 학생들은 선하고, 선생님들은 학생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습니다. 어찌 보면 평범한 ‘일반’ 학교이지만, 제게는 지금 이 순간 제 삶이 전면적으로 만나고 있는 장소이므로 매우 특별한 학교입니다. 올해 처음 혁신학교 새내기가 되었는데, 혁신학교란 대체 무엇인가 고민하며 조금씩 서로 물들어가고 있는 단계입니다.


Q. 고등학교에서의 혁신교육의 현실은 어떠한지 말씀해 주세요.                     

A. 학교 성적이 대학 입시와 직결되다 보니 수업이나 평가의 혁신이 참 어렵고 조심스럽습니다. 수업 내용을 생활기록부에 기록해 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다양한 수업 혁신을 하시는 선생님들이 많고 예전에 비해 학생중심 수업의 비중이 크게 늘긴 했지만, 그래서 늘 평가에 얽매이는 느낌도 큽니다. 서로 평가를 의식하며 수업을 한다고 할까요. 평가는 배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파수꾼 역할 정도만 해 주면 좋겠는데, 자꾸 주인인 척하려고 한다는 생각입니다.       


Q.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목표와 중점을 두는 바는 무엇인가요?                    

A. “인간다움”이 무엇일까를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며 만들어가고자 하는 것이 교과 교사로서의 지향입니다. 낯선 타인의 마음 안으로 들어가 그들이 된 양 느껴 보면서 그들을 이해하게 되고, 연민하거나 비판하거나 하면서 인간이란 무엇일까, 어떤 인간이어야 하는 것일까를 계속해서 고민하게 하는 힘이 국어 교과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힘을 잘 살아나게 하는 교사이고 싶습니다.


Q. 위와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업을 어떻게 디자인하고 실행하시나요?                    

A. 대체로 큰 틀은 소박하고 전형적입니다. 먼저 텍스트를 스스로 잘 읽게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게 하고, 이것을 모둠 안에서 나누면서 서로의 생각을 가다듬게 합니다. 그러고 나서 뭔가 통합적인 결과물로 그것을 종합해 보게 하고 전체가 공유하도록 합니다. 그러면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수업들마다에는 늘 새로운 방식을 가져오려고 합니다. 가상 기자회견을 해 보기도 하고,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돌아가기 수업을 하기도 합니다. 구조화된 수업보다는 자유롭고 비정형적인 수업을 좋아합니다. 실패를 밥 먹듯 하지만 그래도 꿋꿋이 실패 속을 뒤져가며 오늘의 도전을 고민해 가고 있습니다.  


Q. 교사로서 재직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학생, 학부모, 사업 등)가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A.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 가장 기억나는 것은 지난해 함께 수업했던 수일여중 친구들과 보낸 시간들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너무나 애틋하고 어여쁜 친구들이었습니다. 학생들과 만나는 첫 시간에 “우리 지금부터는 사랑하는 사이이기로 하자.”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교실 문을 여는 순간 서로 막막 반가워해 주자고도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방긋 웃음을 짓더니 일 년 내내 정말 그렇게 해 주었습니다. 교실에 들어서면 와! 하고 박수를 치며 맞아주고, 복도에서 만나면 서로 끌어안고 반가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빨리 교실에 가서 아이들 만나고 싶어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이 빨라졌습니다.

   그렇게 서로 사랑하다 올해 2월, 수일여중을 떠나 숙지고로 옮겨 오게 되었습니다. 유난히 헤어지는 게 힘들어서, 서로 애틋하고 서럽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한동안은 아이들이 보고 싶어 운전하다 주르륵 눈물이 나기도 했습니다. 어찌 보면 우연히, 그야말로 공적으로 만난 사이인데, 그래서 종업식이나 졸업식을 하고 나면 당연히 그냥 헤어지고 마는 사이인데, 그것이 날이 갈수록 힘들어집니다. 교사란 참, 그런 면에서 애달픈 직업이란 생각도 듭니다.


Q. 대체로 대입제도는 혁신의 걸림돌이라고 말합니다. 혁신교육과 수능은 대척점에 놓일 수밖에 없는 것인지, 아니면 상생의 접점으로 활용할 방안이 있는지 선생님의 생각을 말씀해 주십시오.                    

A. 선발을 위한 평가가 학교 교육의 목표가 되면 어떤 식으로 평가를 바꾸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수학능력시험이든 학생부 종합전형이든, 평가를 위한 배움은 그 본질로부터 훌쩍 멀어지곤 합니다. ‘인간다운 마음’을 가진 ‘좋은 시민’이 되어 ‘개인적으로 행복한 삶’을, 그리고 다른 이들과 함께 ‘정의롭고 인간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이 학교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당연한 듯싶은 말들이 당연하지 않았던 현실이 우리의 중등교육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당연함을 실현시키려면 학교를 둘러싼 사회의 맥락이 변해야 하겠지요. 임금 격차도 줄고, 학벌로 계급을 나누는 사회 분위기가 바뀌고, 어떤 직업이든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공포가 사라져야 지금의 대학 입시를 향한 치열한 경쟁이 누그러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학교가 바뀌어봐야 소용없다고, 사회가 바뀌지 않는 한 학교가 바뀌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학교가 사회의 맥락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혁신교육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삶이 있어’, ‘교육이란 이런 거야’, ‘학교는 이래서 존재하지’라는 메시지를, ‘우리 이런 사회를 만들어 보면 어때?’, ‘다른 세상을 상상해 봐’라는 메시지를 던져 줄 수 있는 곳이 학교여야 한다고 봅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오자면 혁신 교육과 대학입시는 서로 궤도를 달리하며 다른 차원에 놓여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혁신 교육이 대학입시에도 유리하다’는 명제는 실제로 사실일 수도 있고, 그것이 혁신 교육에 대한 사람들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는 데에 유리할 수도 있겠지만, 거기에 집중하다 보면 도리어 혁신 교육 자체도 왜곡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선생님이 새학교네트워크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A. 경기도교육청의 혁신학교 리더 연수에 참여했다가 가입하게 됐습니다. 당시 흥덕고에 계셨던 김○○ 선생님이 팸플릿을 주면서 사인하라 했는데, 그게 새넷 가입서였습니다. 그 인연으로 새넷 중등교육과정 연구회에 참여하게 되었고, 한 해 동안 학교 교육과정을 함께 만들어가면서 참여했던 선생님들께 좋은 영감을 받으면서 지속적으로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Q. 새학교네트워크에 참여하시면서 달라진 점이나 새롭게 깨달은 점이 있으십니까?                    

A. 새학교네트워크 활동은 학교 안에서 개별자로 살던 제게 어떻게 다른 교사들과 협력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존경할 만한 동료 선생님들을 잔뜩 만난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세상에는 참 훌륭한 교사들이 많구나, 이런 교사들이 있어서 세상이 망하지 않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선생님들을 거울삼아 저를 비춰보면서 스스로의 부족함을 깊이 깨닫고 옷깃을 여며 보게도 됩니다.


Q. 고등학교 교육의 혁신을 위해 새학교네트워크가 주도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고등학교에서의 혁신교육은 시민교육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시민이란 타자의 마음을 내 마음인 듯 헤아릴 수 있고, 나와 너무나 다른 타자를 이해하며 견딜 수 있으며, 타자와 소통하며 함께 새로운 삶과 사회의 지평을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시민교육이어야 하는지, 그 구체적인 모습들은 어떤 것인지를 이 공간에서 다채롭게 깊게 함께 고민하며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고민들이 찻잔 속의 태풍이 되지 않도록 바깥을 향해 던지고 적극적으로 정책 결정의 국면에 참여하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들의 모임이되, ‘사회 속의 교사’ 임을 더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고도 생각합니다. 시민교육을 비롯하여 교육의 지향에 대한 사회적 의제를 제출하고, 그 의제의 구체상을 만들어가며 제안하고 실현하는 작업들이 새학교네트워크 안팎에서 풍부하게 일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Q. 전국 및 지역 새학교네트워크의 발전을 위해 말씀해주세요.                    

A. 새학교네트워크가 변화와 성장을 꿈꾸는 교사들의 든든한 베이스캠프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런 공간들이 여기저기 생겨나고, 단단해지고, 풍성해지고, 다양해지며,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되었으면 합니다.   


Q. 전국의 새학교네트워크 선생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A. 오늘도 학생들 곁에서 묵묵히 걸으며 어떻게 하면 좋은 교사가 될까,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을 할까, 함께 좋은 삶 좋은 세상을 만들어갈까, 이런저런 궁리를 하고 계실 새학교네트워크 선생님이 미덥고 존경스럽습니다. 어찌해야 할까 고민될 때, 더 이상 길이 없나 싶어 질 때 기댈 언덕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C.O.N.T.E.N.T.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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