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청주교육대학교 교수)
교육의 변화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말한다. 그동안의 낡은 교육과 단절하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무엇을 찾고 만들고자 한다. 금방 다가올 것 같은, 아니 시나브로 다가온 어떤 상황은 미래를 이야기하는 일을 정당화한다. 미래는 새로운 용어로 표현되고, 지금껏 강조되지 않았던 가치를 앞세우는 방식으로 준비된다.
근래 4차 산업혁명 담론은 지금까지 해왔던 교육과는 다른 교육을 해야만 할 것 같은 강한 압력으로 작용한다. 누군가는 코딩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다른 누군가는 코딩이 아니라 추리 소설을 읽히거나 요리를 해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떻든 무엇인가를 긴급히 바꾸지 않으면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는 압력이 존재한다. ‘역량’은 교육의 미래를 표현하는 대표 개념과 용어로 선정되어, 지금도 널리 유통되고 있다. 지역마다 역량이나 참학력, 또는 미래 학력이라는 이름으로 기존에 해온 교육과는 다른 교육을 해보고자 한다. 이런 움직임에서 새롭게 강조되는 가치도 드러난다. 바로 ‘자율’과 ‘선택’, ‘다양성’이다. 교육의 미래를 말할 때 늘 강조되는 가치들이다. 고교 학점제 정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런 가치들이 잘 드러난다. 진보 교육감 진영이 확고하게 구축되고, 지난해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후로 미래 교육 담론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근래 경험하는 현상은 20여 년 전의 교육개혁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세계화’와 ‘정보화’는 교육을 근본적으로, 그리고 시급히 바꾸지 않으면 대응할 수 없는 엄청난 변화로 다가왔다. 교육계 밖에서 오히려 더 널리 쓰였지만 ‘신지식인’이 새로운 인간상으로 제시되었는데, ‘신지식인’은 요즘 개념으로 남다른 역량을 갖춘 사람에 가까웠다. ‘자율’과 ‘선택’, ‘다양성’은 정확히 95년 교육개혁이 제안했던 교육의 근본 가치였다. 나중에 더 명확하게 드러난 ‘책무성’이라는 가치를 제외하면 매우 유사한 가치 지향을 드러낸다. 오늘날 교육의 변화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은 95년 교육개혁에 상당히 비판적이다. 그런데 20여 년을 사이에 두고, 아주 유사한 상황에서 큰 차이 없는 가치들이 다시 주창되는 현상은 아이러니하다.
1997년 금융 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난 후 한국 사회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불평등이 심화하고 격차 사회가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교육정책이 그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일에 기여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마도 교육 불평등 심화야말로 95년 교육개혁의 가장 중요한 결과라고 할 것이다. 여러 가지 통계 지표는 한국 사회에서 다음 세대의 계층 상향 이동 가능성에 관한 비관적 견해가 증가하고 있음을, 즉 성실성과 노력이 성공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부모 배경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금수저’, ‘흙수저’라는 표현이 이런 현실을 잘 표현한다.
불평등이야말로 우리 앞에 놓여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미래 담론은 평등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평등은 낡은 가치일 뿐인가? 요사이 우리가 말하는 미래 교육은 평등과 불평등이라는 면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까? 미래 교육에서 평등은 어디에 위치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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