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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네랑 Mar 18. 2024

Way maker 9 - 내겐 너무 큰 너

Ft. J 군

2020년 9월

J군을 만나다.


England 전역의 School Lock down 이 끝나고 아이들이 학교로 복귀했다. 자격증 공부를 병향하며 일하며 양육하며.. 바쁜나날들이었다. 한 동안 Long term 이 아닌 short term contract 커버를 하며 여름방학을 맞이하였다. 


Agency 소속일 때의 장점은  조금 더 유동적이라는 점이지만 단점은 방학 때 월급이 없다는 점이다. 

 참고로 영국은 방학이 일 년에 14~15주가량 된다.

 물론 방학에도 연중무휴인 Nursery/Reception이 운영되기에 job offer는 있었지만, 나의 아이들도 방학이기에 own childcare를 해야 해서 의미는 없었다.


한 달 반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름 방학이 지나고 9월이 되었다.

참고로 영국의 새 학년은 3월이 아닌 9월부터 시작된다.  


집에서 멀지 않은 학교에서 1-2-1 SEN이 필요하다고 연락이 왔다. Year 6 (6학년) 남자아이인 J 군이었다.


걱정이 앞섰다...


Year 6면 나의 기준엔 꽤 큰 아이고, 단체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Autism(자폐) 있는 아이였다. 자폐스팩트럼은 그 범위가 다양하기 때문에 어느 수준 서포트가 필요한지 알 수가 없었다.  learning 수준 year 3에서 멈춰 있다 했다.


영어도 어려운데 1-2-1으로 전담하여 아이의 신뢰를 얻고 learning을 서포트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걱정이 되었다. 겁을 잔뜩 먹고 만난 그 아이는 생각보다 꽤 귀여운 외모였다.  키는 나보다 조금 작았지만 등치가 있는 느낌은 아니었다. 내 아이들이 아직 어리고 Year6을 맡아본 적이 없어서 지레 겁을 먹었었나 보다. 


 아직 1-2-1 경험이 많진 않았던 터라 긴장이 쉽게 없어지진 않았지만 나름의 노하우 주는 그 아이와 bonding 이 될  있게  trustful relationship을 쌓으려 노력했다. J군에게 한 어른으로 다가갈 수 있어 그 후에 병행될 learning이나 routine 들을 병행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SEN 1-2-1을 진행할 때 나름의 노하우는 따로 메거진에서 다뤄보겠습니다.


J군은 다행히 긍정적으로 나를 맞이해 주었다.


너의 어려움.


아이는 처음부터 주도권을 잡으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였고,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돌발행동을 하곤 하였다. 하지만 나는 아이에게 끌려다녀선 안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아이의 의견을 너무 맞춰주다 보면 하루의 루틴을 만들기 어렵고 자기를 맞춰주지 않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 때문이다.  특히 안전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선 단호해야 했다.


 J군은 자신의 바운더리를 끊임없이 체크하면 챌린지하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른으로써 그 바운더리를 일관성 있게 정해주는 역할을 하며 아이가 불안하지 않게 도우려 노력하였다.


J 군은 6학년이 되어서야 오피셜 하게 자폐 진단을 받았다 했다. 그래서인지 J 군에게 '새로운 그 자폐(Autism)'라는 진단명은 마치 훈장인 양 모든 상황에서 excuse로 이용되었다.


' 나는 자폐니깐 이거 못해. '

' 나는 자폐니깐 이거 안 해도 돼..'

  이런 식으로... 선생님들 뿐 아니라 친구들에게도 자기의 모든 행동들이 자폐이기 때문에 이해받기를 원했다.  


 응당 이해받아야 하는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상황의 excuse로 이해받기엔 이 아이가 살아가야 할 사회는 그렇게 녹록지 않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건 해야 하는 훈련이 필요다는 걸.. 아이는 이해하지 못했다.


J군을 돌보는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좋은 관계가 형성된 것 같고 잘 따라주는 것 같다가도 갑자기 무드가 바뀌었다.


교실에 좀 있을라치면 책상밑으로 기어 도망쳐 나가기도 하고, 

공부 좀 할라 하면 자꾸 관련 없는 얘기들을 하면서 주제를 바꾸기도 하고..

( 말하기를 좋아하지만 듣는 건 싫어함)

재활용 쓰레기장을 좋아해 틈만 나면 그곳으로 달려가 버려진 재활용 가구들로 자기만의 아지트를 만들기도 했다.


또 한 번은 담임 선생님과의 마찰로 교실에서 뛰쳐나가.. 숨어버려서는 한참을 찾으러 다니기도 했고,

다른 어느 날은 운동장 한가운데 있는 큰 나무 위를 올라타 내려오지 않고 뻗튕기기도 하였다.


나름의 노하우


그럴 때마다 내가 주로 쓰는 방법이 있었다.


감정공감- 팩트체크- 디렉션 - 기다림.


아무래도 감정기복이 있는 편이다 보니 아이의 마음을 말로 설명해 주면서 ' 내가 너를 이해하고 있다'는 걸 자주 알려주었다.


돌발행동에 감정적으로 동요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고 , 아이에게 그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지만 이런 행동은 학교 규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혹은 health and safety문제를 허락할 수 없음 등의 이유를 분명히 알려준 후 시간을 주면서  '좀 떨어진 곳에서 기다릴 테니 나에게 와라.. '라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 안심시켜 주고 기다려준다.


아이들은 보통 감정 공감에서 이미 마음이 누그러질 때가 많다. 그럼에도 일정의 시간 후, 아이가 어떠한 액션을 보이지 않을 땐  괜히 가위바위보 게임을 한다던가 아이의 관심사로 다른 이야기를 하며 분위기를 환기시켜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방법을 썼다.


아이들도 뜻하는 대로 되지 않아 기분이 안 좋아도 안 되는 이유가 합리적이면 대게 머리로는 이해를 한다. 단, 머리로는 아는데 자존심과 쪽팔림 때문에 받아들이지 못할 뿐. 그럴 땐, 일명 '모른 척 하기' 작전으로 접근하면 아이도 모른 척 넘어올 때가 있다.


변화를 원하는 너.. 변화를 보여준 너


Positive 한 성취감의 경험을 쌓기 위해 art & craft를 하루에 하나씩은 해보려 노력했는데, 어느 날은 박스를 이용해 로봇을 만들었다.


로봇이라고 하기엔 그냥 박스에 페인팅을 한... year1 수준의 결과물이었는데, 그래도 뭔가를 한 게 뿌듯했는지 그걸 굳이 들고나가 체육수업 하는 애들 옆에서 알짱거리기도 했다.  애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싶은 그 아이만의 표현이었다.


하루 일과가 끝날 때면 선생님에게 그리고 픽업하는 아이의 학부모를 만나 그날 J 군이 한 일 (work achievement)들을 나누었더니 언젠가부터는 엄마에게 자기가 한 일들을 알아서 나열하며 뿌듯해했다.  


말하는 기본 매너나 실패했을 때, 혹은 게임에서 질 때 "game is for fun.. it's ok.. it was fun. I enjoyed it... "등의 포지티브 한 말을 많이 했더니, 집에서도 그런 표현들을 쓴다며 어머님이 고마워하셨다.


하루하루가 예측이 어려웠기에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감사하게 아이는 나를 잘 따라 주었고 아이들과 종종 어울리며 달라진 모습들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들이 rewarding으로 느껴졌고 노력하는 그 모습이 대견하고 감동이었다.


고마웠어..


학교입장에서도 만족스러웠는지 J 군의 1-2-1 담당 계약이 매달 연장 되면서 아이와 함께한 시간이 6개월이 되었다.

 에이전시 소속으로 6개월은 꽤 긴 장기 계약에 속한다.


 6개월이 됬을 무렵, 


J 군은 Secondary 스쿨 (중고등학교) 진학을 특수학교로 갈 예정으로 특수학교 적응차 Special education 담당 기관으로 옮겨지면서 J군과 마지막 인사를 하였다.


아이와 함께하는 동안 분명히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은데 헤어질 때가 되니, 뭔가 아쉬웠다.


더 잘해줄걸.. 더 도움이 되어줄걸...

고맙고 미안했다..


그 아이덕에 여러 가지 상황마다 내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J 군이 성장한 만큼 나도 Teaching Assistant 로써 성장하고 있었다.


 그 아이의 앞날이 밝고 긍정적이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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