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물건 하나를 새로 갖게 되면 그 물건과 연관이 있는 새로운 물건들을 계속 사들이게 된다. 코트를 하나 사면 그에 맞는 새 신발이, 가방이, 스웨터가, 바지가, 치마가, 심지어 양말까지도 구매 목록에 줄을 선다. 인테리어도, 주방용품도, 전자 기기도, 문구류도 다 마찬가지다. 의식주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해당되지 않는 것이 없다. 처음에는 나만 그런가, 나는 물욕에 사로잡힌 그릇된 인간인가 싶었지만 이를 칭하는 사회학적 용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어쩐지 안심했다. 안심할 일인가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물건을 구입한 후 그와 연관된 다른 물건들까지 연쇄적으로 구매하게 되는 현상을 '디드로 효과'라 부른다고 한다. 18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드니 디드로가 쓴 책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디드로 씨는 어느 날 친구로부터 멋진 붉은색 가운을 선물 받게 된다. 그런데 옷걸이에 걸어 둔 가운이 기존의 책상과 가구들과는 맞지 않는 느낌이 들었고, 그렇게 점차 책상을 바꾸고, 의자를 바꾸다... 결국 집안의 모든 가구를 다 바꾸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되는 원인은 사람은 본능적으로 정서적인 동질성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를 간단히 표현하는 우리말이 있다. '어울림'. 이 어울림에 대한 선호, 즉 디드로 효과는 마케팅 업계에서 아주 유효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 예로 기업 간 콜라보레이션 이라든가 같은 브랜드의 전자제품들을 계속해서 갖추게 되는 전자제품 라인업, 또는 가장 익숙하게는 '커플룩'이나 '시그니처 룩' 같은 것을 떠올리면 된다. 결국 물건의 어울림이라는 것 또한 사회가 부여한 혹은 강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시즌 머스트 바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여기에는 이것이 어울리고, 이것에 저걸 매치하면 NG라는 식으로 소비자들을 가르친다. 소비는 그렇게 조장되고 특가 세일은 자꾸만 눈에 띈다. 이러한 구조의 치밀함이 놀랍기만 하다.
부정적인 뉘앙스로 말했지만 사회가 부여한 '어울림'이라는 개념을 나는 극복하지 못했다. 내 방식대로, 내 맘대로, 내가 좋으니까 이렇게 하면 뭐 어때?를 완벽하게 추구하며 살지는 못한다. 오히려 그런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불편할 때도 있다. 디드로 효과는 어쩌면 거대 소비사회를 지탱해주는 뼈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 뼈대가 없었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흐물흐물거리다 생필품 이외에는 아무것도 거래되지 않는 사회가 되어 진즉 무너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미 우리들의 옷장과 신발장과 집안의 모든 서랍들은 포화상태.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물욕투성이의 인간으로서 어떻게 디드로 효과를 극복할 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 고심 끝에 결론을 내렸다. 극복할 수 없다고. 다만 한 가지, 시간을 길게 늘어뜨리는 방식이라면 어느 정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타협을 했다. 먼저 물건을 구매하기 전에 신중히 고민한 뒤 결정하고, 이후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연관 아이템들의 구입 시기를 늦추는 것으로 한다. 사람마다 사정은 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는 계절을 기점으로 하는 것으로 했다. 봄에 어울리는 외투를 샀다면 그에 어울릴만한 신발은 다음 봄에 구입하는 식이다. 그렇게 느릿느릿 자신만의 영원한 아이템을 갖추어 가는 방식도 괜찮지 않겠는가.
디드로 씨도 후회가 막심했던 것이다. 그러니 책을 통해 고해를 한 것일 터. 디드로 씨의 후회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바로 그 첫 물건을 신중하게 들여야 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작은 물건 하나를 고르는 것도 매일 더 신중해지지 않을 수 없다. 신중함 속에서 취향이 싹트고 취향은 그렇게 서서히 철학이 되는 것인가 보다. 어쩌면 인생이란 생존의 문제를 논외로 한다면 결국 취향의 문제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