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이야기 ③ | 물고기
황금 물고기가 하는 일은 뭔가요?
자신에게 돌아가는 일이에요. 자기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매 순간 성장해요. 바뀌고 또 바뀌죠. 그러다가 최종적으로 자기 자신이 되죠. 마치 우주를 떠돌다가 이별로가, 라고 외친 것처럼. 우린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늘 새로운 삶 속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르 클레지오 <황금 물고기> (네이버, 한국 작가가 읽어주는 세계문학 | 김연수)
세상이라는 바다에 홀로 있는 사람처럼 무의식이라는 거대한 바닷속에 있는 "극히 작은" 물고기로 나타난다. 우주 같은 바다 한가운데에 사는 극히 작은 물고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큰 배까지도 멈추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자기를 한 마리의 물고기로 상징한 것은 자기를 무의식적 내용물로 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만약에 의식적인 주체 안에 "현자의 자석"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미미한 생명체를 잡을 희망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이 "자석"은 분명히 거장이 제자에게 가르칠 수 있는 그 무엇이다. 왜냐하면 이 자석이 곧 전문가의 직업을 가능하게 하는 "이론"이기 때문이다. 근원적 물질은 언제나 발견되어야 하는 상태로 남아 있고, 학생을 돕는 유일한 것은 "현자의 정교한 비결"이다.
칼 융 <아이온 | 어딘가에서 잃어버린 자기를 찾아서> 자기의 상징으로서의 물고기
정신분석을 받을 때 꿈에서 물고기가 자주 나왔고, 이는 물고기 상징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물고기 그림을 그린 화가 파울 클레, 이중섭, 노은님의 그림을 찾아보았고, 물고기의 신화적 상징을 담고 있는 책 르 클레지오 <황금 물고기>와 칼 융의 <아이온>에 심취했다. 물고기는 우주 같은 망망대해를 떠도는 "극히 작은" 존재이자 내 안의 그리스도, 정신적인 에너지라는 양면성을 가진 상징이다. 나는 극히 작은 존재이자 그리스도 적 에너지를 가진 존재다. 미미한 생명체에 희망을 주는 것은 현자의 자석이며, 나는 그 자석을 "거룩함"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빛나는 깊은 곳의 정신, 거룩함을 잃어버리면 인간은 먼지로 돌아간다.
CD 플레이어에서 솜사탕 기계가 되어 설탕을 넣었던 중심에 색종이 조각을 떨어뜨려서 만화경을 만들었다. 만화경은 단순한 종이 조각이나 색유리 알갱이들이 겹쳐 넣은 거울의 반사에 의해 매번 다른 조합을 이루며 환상적이거나 다양한 모습을 만들어낸다. 이같은 만화경의 반짝이고 변화무쌍한 풍경을 우리 안의 빛나는 깊은 곳의 정신으로 시각화해 보았다. 무의식의 깊은 곳, 가능성의 에너지인 잠재태로서의 물고기는 나비(희망, 성장 의지, 조화로움, 성령)가 가지고 오는 사랑(거룩함, 분별, 헌신)으로 활동성을 얻는다. 비로소 힘차게 움직이며 자신의 길을 간다.
파울 클레 | 황금 물고기 (1925)
끝없는 이야기 ③ | 물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