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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Apr 14. 2024

독창성

-끝없는 이야기 ⑥ | 숲 속 전시회


독창성을 떠받들어서는 아무도 독창적인 존재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 진실을 말하고, 작은 일에도 그 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해 보라.
그러면 소위 독창성이 저절로 찾아온다.

C.S. 루이스 <책 읽는 삶>


평일에도 번호표를 받아서 줄을 서서 먹어야 할 만큼 장사가 잘되는 막국수 집이 있었다. 요즘 찾아보기 힘든 비좁고 낡고 오래된 공간이 주는 역사와 원조를 상징하는 독특한 분위기는 막국수 위에 올라가는 샛노란 계란 지단과 새까만 김가루와 수북이 쌓인 깨소금과 더불어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특별한 그 집만의 맛을 더해주는 고명으로 존재했기에 차를 타고 가는 거리임에도 가끔씩 발걸음이 향했던 영혼의 맛집이었다. 모처럼 찾아간 그 막국수 집은 흔적도 없이 외관이 아주 세련되게 변해있었다. 돈을 많이 벌어서 빌딩을 지은 것이었다. 공간이 넓어서 대기표를 받을 필요도 없었다. 대리석으로 된 현관에서 신발을 벗어서 신발장에 넣고, 넓고 반짝이는 마루를 가로질러서 원목 테이블이 질서 정연하게 놓여있었다. 화장실이 바깥 어딘가에 있어서 화장실 갈 생각도 안 하고 급히 먹었던 옛날에 비해 고급스러운 세면대를 갖춘 널찍한 화장실도 갖추었다. 과거, 소리를 지르며 불친절하던 할머니 직원들 대신 깔끔한 유니폼을 입은 젊은 직원들이 친절하게 응대했다. 공간이 무척 좋아지고 사람도 친절해졌는데 이상하게 옛날에 먹던 막국수의 맛이 나질 않았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허름하고 정겨운 공간과 함께 그 집만의 독창적인 맛이 사라진 것이었다. 주인이 바뀐 건지 뭐가 달라진 건지 알 수는 없지만 그날 이후로 한 번 더 가 보았을 때 확실히 그랬고, 더 이상 가지 않게 되었다. 이미지 작업을 하면서 나만의 그림체, 독창성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여전히 밥벌이에 대한 고민으로 자료 폴더에 수많은 이미지를 아카이빙하며 참고를 한다. 독창성을 갖는다는 것은 눈만 뜨면 밀려드는 자료의 망망대해에 휩쓸리지 않고 찾아야 할 나만의 황금 물고기 같다C.S. 루이스의 말처럼 독창성이란 어딘가에서 찾아 해 멜 대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말하고, 작은 일에도 그 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할 때 찾아오는 그 무엇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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