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이야기 ④ | 꽃밭
질서의 상징인 만다라는 내면에서 정신적인 방향 감각을 상실하거나 방향의 재조정이 일어날 때 나타난다. 신비의 원으로서 만다라는 어둠의 세계에 속하는 무법의 권력들을 묶고 복종시키며 카오스(혼돈)를 바꿔놓을 어떤 코스모스(질서)를 묘사하거나 창조한다. 만다라는 처음에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은 하나의 점으로 의식에 들어오며, 만다라 상징의 전체 영역을 철저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투사들의 통합뿐만 아니라 힘들고 고통스러운 노력이 필요하다.
칼 융 <아이온 | 어딘가에서 잃어버린 자기를 찾아서>
생활용어인 멍 때리기의 의학용어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로 워싱턴대학 의대 마커스 레이클 교수가 '뇌는 사용할수록 활성화된다'는 기존 이론연구를 뒤집고 '인간의 뇌에는 생각에 몰두할 때 활동이 줄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일 때 오히려 활성되는 영역이 있다'라고 발표한 데서 비롯됐다. 컴퓨터를 리셋하면 초기 설정 상태로 돌아가듯이 사람의 뇌도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할 때 피로가 쌓이기 전의 초기 상태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탠퍼드대학 자비. 이타심연구교육센터 에마 세페라 과학분과장의 연구에서도 '창의성에 가장 큰 걸림돌은 지나치게 바쁜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대인이 열심히 일하는데 창의적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뇌가 휴식 없이 필요 이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생활로 확산되는 '멍 때리기' | 박효진 기자> 편집
불, 물, 숲, 달 무언가 하나의 대상을 바라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있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멍 때린다'는 표현이 시간낭비나 쓸데없는 짓이라는 생각을 넘어서서 과도하게 활동적인 뇌를 쉬게 해 주고 생각을 정비하는 '창조의 시간'으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가 바라보는 것이 우리 자신이 된다'는 멋진 말이 있듯이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며 쉬는 동안 자연의 대상과 우리 안의 정신 사이에 깊은 연결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멍 때리기를 그림으로 가져와 만다라를 그려보았다. 의식적인 형태나 색깔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선택한 색깔로 화면 가운데에 찍은 점 하나로부터 시작해서 점점 큰 원으로 또 다른 형태와 색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다. 우연히 섞이고 흐르고 연결되고 커져서 무언가 의미를 띠는 이야기가 내 안에 생겨난다.
끝없는 이야기 ④ | 꽃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