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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마뱀마법사 Jan 12. 2023

좋아하는 것과 좋은 것

   나는 동물을 좋아한다. 크던 작던 상관없이 대부분의 동물을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새로운 나라에 갈 때면 동물원에 방문했을 뿐만 아니라 그 나라에 특별한 동물이 있으면 그 동물과 관련된 엑티비티를 찾아다녔더랬다. 

   동남아에서 누구나 한다는 코끼리 타기는 이미 여러번 했다. 코끼리 다리를 밟고 등에 오른다. 그 듬직한 등에 올라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숲속을 거니는 것이다. 코끼리 목욕시키기 체험도 있는데 이 체험은 물 속에서 코끼리와 노는 것이다. 단지 우리가 손에 목욕 도구를 들고 있을 뿐. 해양 도시에서는 요트를 타고 돌고래를 찾아나서는 체험도 했다. 돌고래와 만나는 엑티비티도 했다. 엄청나게 큰 수영장에서 숙련된 돌고래가 나를 맞이한다. 그들은 그 귀여운 얼굴로 나에게 다가와 뽀뽀도 해주고, 안기기도 했다. 내가 제대로 읽은 건 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은 언제나 웃고 있다. 사막에서는 낙타타기를 했고, 여러 도시에서 승마 체험도 했다. 호주에서는 코알라와 사진찍기를 했고, 캥거루를 만났다. 짧은 시간 그들을 보고 머리 한 번 쓰다듬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래도 나는 그들을 그렇게라도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는게 좋았다. 나는 그렇게 동물들이 좋았다.

   그래서 나는 더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었다. 바로 호랑이와 사진찍기였다. 태국 치앙마이에 가면 타이거 킹덤이 있다. 거기에는 아기 호랑이, 어른 호랑이 그리고 백호 등 다양한 호랑이가 살고 있다. 방문객들은 자기가 구입한 패스만큼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아기 호랑이와 사진을 찍느냐, 어른 호랑이와 찍느냐, 백호를 만나느냐 몇 종류의 호랑이를 만나느냐에 따라 패스의 달라진다. 나는 호랑이를 만나다는 생각에 설레며 타이거 킹덤을  찾았고, 결국 호랑이들과 멋진 사진을 그것도 여러장 찍을 수 있었다. 그 사진을 본 친구들은 실제 호랑이가 맞냐며 놀랐다. 너무 늠름한 호랑이 등에 얼굴을 기대거나 꼬리를 들어보거나, 옆에 같이 누워보면서 사진을 찍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가이드들은 우리가 호랑이와 사진 찍을 수 있는 이유는 호랑이들이 이곳에서 태어났고, 그때부터 그들을 조련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가 몇가지 주의사항만 잘 지키면 안전하다는 것이다. 나는 그 말을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호랑이들이 그곳에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고있는거라고. 그러나 이성적으로 판단해보면 우리에게 별 관심도 없고, 기운도 없어 보이는 호랑이들이 정상 컨디션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보고 싶다는 지극한 마음에 애써 이것은 잔인한 일이 아니라고 믿고 싶었지만 그 생각마저도 이기적인 마음에서 오는 것이라는 마음 깊은 소리를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주인공 ‘우영우’가 나온다. 그는 고래를 유난히 좋아해 고래에 관해서라면 모르는 것이 없고, 고래에 대한 이야기라면 몇날 며칠을 쉬지않고 할 수 있다. 그런 그녀에게 남자 주인공이 묻는다. 

   “고래를 직접 본 적 있어요? 수족관이나…”

   그러자 그녀는 깜짝 놀라 답한다.

   “고래에게 수족관은 감옥입니다. 좁은 수조에 갇혀 냉동 생선만 먹으며 휴일도 없이 1년 내내 쇼를 해야 하는 노예 제도예요. 평균 수명이 40년인 돌고래들이 수족관에서는 겨우 4년 밖에 살지 못합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 지 아시겠습니까?”

   ‘좋아한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때였다.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외국인 친구가 물었다. 

   “’굿(Good)’을 한국어로 하면 ‘좋아’인거지?”

   이 질문에 내가 답했다.

   “한국어 ’좋아’는 두가지 의미가 있어. ‘나는 너가 좋아(I like you)’, 라는 의미도 있고, ‘그건 좋은거야(it’s good one)’라는 의미도 있어.”

   나는 동물을 좋아하지만(like), 그래서 내가 한 행동이 그들에게 좋은 일(good)은 아닌 것 같다. 우리가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할 때는 그들에게 좋은 일을 해야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고래를 좋아해서 고래에 대한 것들을 줄줄줄 외는 우영우가 직접 보고 싶은 돌고래를 보기 위해 수족관을 찾기 보다는 돌고래를 풀어달라는 시위를 하는 것처럼, 나도 동물원을 찾거나 동물과 하는 엑티비티를 하는 일은 줄여야겠다고 다짐했다. 동물원의 장점은 하나도 없다고 폄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것도 그것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의 나에게는 그 의미보다는 마음의 거리낌이 더 크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좋은 일을 좋아하는 동물들을 위해서 해보겠다고 생각해본다.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외국인 친구에게 말한 것처럼 좋아하는 것과 좋은 것을 구분할 방법에 대해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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