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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30. 2021
10초에 한 번씩 중얼거린 말 "아이고, 배 아파!"
베체트 장염
베체트병을 진단받은 지는 이미 십여 년이 훌쩍 지났다. 아니지. 발병한 게 30대 중반 무렵이었으니 15년도 더 되어가고 있다.
베체트는 내게 애증이 깊은 존재다.
처음 베체트병을 진단받았을 때는 병을 받아들이기가 정말 어려 웠었다.
이미 갑상선 질환과 심장 질환, 난치에 가까운 혈관성 두통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고 은행을 다니며 생긴 견갑거근점액낭염을 제때 치료하지 못해 목 디스크가 심해졌던 때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이유, 생전 처음으로 교회를 다니며 이전에 내가 경험하지 못해 본 놀라운 경험들을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교회를 다니면서 내가 가진 힘든 것들을 내려놓으며 큰 위로와 사랑을 받았다. 심지어 내가 가진 병들 여러 가지가 치유되는 놀라운 일도 내 눈으로 보고 내 몸으로 겪으며 내가 증인이 됐었다. 그리고 몇 년간 가뿐해진 몸으로 즐거운 교회 생활을 영위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턴가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입안이 허는 구내염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 개만 생겨도 물은커녕 침도 삼키기 어려운 구내염이 한 번에 네다섯 개씩 생기기 일쑤였고 심할 땐 열두 개까지 생기기도 했었다. 입 안에만 생기는 줄 알았던 궤양은 생식기 주변에도 생겨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주기도 했다.
게다가 손가락이 퉁퉁 붓고 관절이 아파 집에 파라핀 치료기를 사다 놓고 아침마다 치료하지 않으면 손가락을 움직일 수 조차 없었다. 반지를 끼우던 손에 손가락 보호대 열개를 장식처럼 끼우고 다녀야만 했다.
그리고 날 가장 힘들게 만들었던 건 이 병이 실명이 될 수 있는 포도막염을 앓게 된다는 사실도 아니었고 희귀 난치 질환이라 평생 동안 약을 먹어도 고칠 수 없다는 불치병이기 때문이어서도 아니었다.
내가 하나님을 믿는 중에 다시 병을 얻었다는 사실이 못내 나를 힘겹게 했다. 가진 병이 다 나았던 것은 아니 었지만 그래도 그나마 조금이라도 가벼운 몸으로 잠시나마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살았기 때문이었다. 그 잠시의 행복이 나를 더 비참하고 참담하게 만들었다.
절망이 깊었지만 그래도 그땐 일어설 수 있는 힘도 여지도 그나마 남아 있었고 난 열심히 투병했다.
하지만 자가 면역 질환(갑상선 기능 항진증, 베체트)으로 한 번 무너진 몸은 여러 가지 병들을 불러오기 시작했다.
베체트병은 구강 궤양, 음부 궤양, 안구 증상 외에도 피부, 혈관, 위장관, 중추신경계, 심장 및 폐 등 여러 장기를 침범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각 증상의 기본적인 특징은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혈관염(vasculitis)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