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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귀리 Oct 28. 2020

동굴 주거에서 도시로 확장되다

땅 아래 그리고 그 너머를 탐험하다 -2

인식하기 어려울  세상에 많은 공간들이 우리의 발밑에,  너머에 펼쳐져있다.



#4. 벽 너머에서, 언덕의 밑에서 동굴의 집을 만나다

BGM # Call Me Up | Homeshake

완만한 곡선의 구릉에 점점이 묻혀있는 이탈리아 과딕스(Guadix)의 동굴마을 풍경은 이국적이라기보다는 비현실적이어서 이곳에 있다 보면 시간이 멈춰버린 듯 상상하기에 따라 혈거인이 되기도 집시가 되기도 할 것 같다.

동굴 집들은 입구를 집의 파사드처럼 만들어 꾸미고 있을 뿐 실제 거주 공간은 대부분 언덕 밑의 동굴 공간이다. 땅의 품에 안기듯 그들은 거대한 자연에 보호받으며 살아간다.

해가 질 무렵, 지붕인 듯 언덕인 듯 구분하기에도 모호한 곳을 거닐다 보면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흰 굴뚝에서 연기가 새어 나온다. 누군가의 삶이 그곳에서 희미하지만 확실하게 피어 나오고 있는 것이다.



#5. 집에서 도시까지 확장해가다

BGM # Leave My Home | FKJ

기암괴석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카파도키아의 기묘한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점점이 흩어져있는 기암괴석의 구멍으로부터 집이 시작된다.

집의 중심 공간은 가장 높고 깊숙한 곳에 위치한다. 그 중심의 한편에 '불'이 있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 준다. 따뜻한 공기는 높은 곳에 머물러 중심 공간의 주거 환경 지속성을 유지해준다. 시행착오 끝에 얻게 된 공기의 흐름과 위계에 대한 이해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불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 것이 단순한 공간의 가치를 끌어올린다.

그렇게 하나의 집이 여러 집이 되었고 거기에 길이 만들어지고 점점 도시의 모습으로 확장해나갔다. 시간이 흐르며 생활에 편리하게 바뀌어갔다. 건축주이자 건축가인 사람들이 끝없는 리노베이션을 했던 셈이다. 동굴 주거의 입구는 동굴의 흔적을 지우려는 듯 겉으로 봐서는 동굴이 아닌 건물처럼 아케이드로 파사드를 이루고 있다. 또 동굴 주거인 만큼 외부공간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눈에 보일 만큼 강하기도 하다.

굳은 화산재로 이루어진 기암괴석들의 숲 사이로 동굴을 파내고, 공간을 덧붙이고, 길을 만들고 도시를 만들었던 그 사람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다가 호기심이 발동한다.

카파도키아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지금의 모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다큐가 있다면, 그래서 한 시간짜리로 편집해 본다면 얼마나 흥미로울까. 지형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장소를 발견하고, 이곳에 살기 시작하고, 필요에 의해 집과 길, 계단이 하나하나 만들어지고 덧붙여지고, 마을이 만들어지고......

그 모든 생성의 과정과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어떻게 달라져왔는지를 한눈에 들여다보는 것은 사람이 본능적으로 장소에 어떻게 적응해가는지 그리고 시간과 장소를 초월한 거주공간을 발견하고 만들어내는 유사성을 발견하는데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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