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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귀리 Oct 27. 2020

물을 통해 이상향을 꿈꾸다

자연을  탐험하다-1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순수한 자연은 얼마나 될까, 그렇지 않은 자연은 어떤 가치가 있을까?

'자연 같은'이라는 모호한 단어를 꺼내본다. ‘같은'이란 어미에서 닮고 싶은 욕망이 새어 나온다.

야생의 자연이 아닌 조금이라도 사람이 개입한 자연 같은 풍경들을 통해 꿈꾸는 지향점은 무엇인지 그 ‘자연 같은’ 장소들을 탐험해 보며 생각해보기로 한다.

조경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근원 상징하기 위해 ‘이라는 요소를 끊임없이 사용해왔다. 담는 그릇에 따라 자유롭게 변신하는 물이 꿈꾸었던 세계를 들여다본다.



#1. 집이 작동하는 시그널, 물.

BGM # That Old Feeling | Eddie Higgins Trio

토스카나 배경의 어떤 영화에서 한 미국인이 여행을 왔다가 충동적으로 집을 계약하고 빈 집에 들어가 수돗물을 트는 장면이 나온다. 오랫동안 흐르지 않던 물이 압력을 이겨내며 바닥으로 떨어지던 순간,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드리운다.


집이 작동하는  번째 시그널이다.


집에서의 ‘물’은 의식주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일상생활의 대부분이 지속되기 어렵다. 물을 사용하는 공간들을 하나씩 살펴보기만 해도 금세 우리는 불편함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주방, 화장실, 욕실, 세탁실, 보일러실, 베란다, 마당.

먹고 마시고 씻고 세탁하고 난방을 돌리고 청소를 하는 집과 우리를 돌보는 모든 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 마치 기름칠 안 한 기계처럼 집은 삐걱이며 작동을 멈춘다.

집을 보러 다닐 때 물을 틀어보는 행위는 집이 비운 상태로 오래되었는지 또는 수압이 적당한 지와 같은 집이 잘 작동하는지를 파악하려던 사람들의 오래된 상징적인 습관이 되기도 한다.


물이 잘 흐른다.

똑. 똑. 똑.

집이 잘 작동한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2. 물이 시작되는 곳을 만들다.

공공장소에서 ‘물’이란 어떤 의미와 모습일까?

유럽의 길, 광장 곳곳에서 발견하게 되는 ‘Fonte, Fontana, Fuente, Fontaine’은 샘, 분수와 같은 모습으로 물의 메시지를 전한다. 물이 시작되는 곳과는 별개로 의도적으로 여러 장소에 다양한 모습의 상징적인 수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성당 앞 뜰에 손과 얼굴을 정돈하는 정화의 의미를 지닌 종교적 분수.

물을 통해 신이나 영웅을 숭배하는 상징성을 지닌 분수.

모퉁이 또는 벽에 실용적인 쓸모를 지닌 음수대.

작은 스퀘어에서 물이 흘러가는 과정을 통해 시각과 청각을 일깨우는 휴식으로서의 물의 정원.

BGM # Sign Of Tomorrow | Jazztronik




다양한 모습의 Fonte 통해 물의 근원, 원천을 이끌어내어 보여주고 경험하게  준다.

‘물’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었는지를 증명해 보여주는 많은 유적들을 통해 물이 지금 시대에 비해 가치 있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생각해보면 너무도 당연하게 중요하다.

로마의 수로에서, 광장의 분수에서, 베니스의 광장(Campo) 우물에서, 페르시아 정원의 연못에서, 모로코 중정 주택 리아드(Riad) 분수에서, 길가 작은 음수대에서, 장독  정화수에서 물은  어느 때보다 의미를 갖는다.


물은 근원의 상징으로, 공동체의 중심으로, 지상낙원의 결정체로, 외부환경으로부터 자유로운 상징으로, 일상의 작지만 큰 쓸모로, 기원의 매개체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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