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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귀리 Oct 29. 2020

도시 속 건강한 자연을 꿈꾸다

자연을 탐험하다-2

도시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며 그 안에서 일상과 문화, 스포츠와 같은 다양한 행위들을 수용하다 보니 도시의 밀도는 높고, 빈 곳은 점점 줄어든다.

도시는 도시 아닌 곳에 비해 자연을 담을 수 있는 장소들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래서 기후 변화의 징후들과 자연 생태계가 바뀌는 흐름을 늘 한 발 늦게 깨닫고 대응하게 된다. 도시의 일상 속에서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자연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 그 해법에 대한 고민을 해 보기로 한다.



#3. 기후변화와 도시 풍경

Largo De Sao Miguel, Lisboa, Portugal _ BGM # Playground | Sia

여기 광장의 한 복판에 야자수 한 그루가 서 있다. 기울어진 광장의 중심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오벨리스크가 된 것처럼 당당한 자태를 자아낸다. 문득 맞닥뜨린 이국적인 풍경. 이런 기후에 낯선 이방인들에게는 나무도 하나의 상징적인 장치다.

해변도로를 따라 줄지어 늘어선 가로수의 모습으로, 광장 한복판에서 상징적인 모습으로 야자수는 지중해 연안 도시에서 일상적인 도시 풍경 속에 스며있다. 가우디가 남기고 간 기둥, 문, 분수 곳곳에서 야자수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을 발견하게 된다. 예술가들의 손끝에서도 우리는 그 도시의 자연을 닮고자 하는 제스처를 발견한다.

해가 갈수록 더워지는 여름, 기후 변화에 따라 이국적인 정서를 지닌 야자수가 우리에게 더 이상 이국적이지 않은 이미지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기후변화의 가속도는 의식주뿐 아니라 도시의 풍경도 금세 바꾸며 그에 따라 사람들에게 필요한 장소들이 더 이상 이전과 같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점점 '리스본스러운 것', '바르셀로나스러운 것', '서울스러운 것'이 옅어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게 되는 요즘이다. 도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지키는 일이 이제 더 이상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없게 된다.



#4. 도시에 땅을 드러내다  

완만하게 휘어지는 블록과 직각의 블록이 만나는 갈래.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날 때, 틈은 더욱 벌어지게 마련이다. 틈 사이에 S자를 그리며 계단이 지나가고, 계단과 건물 사이 벌어진 틈에 땅의 속살이 드러난다.

도시 바닥의 대부분이 콘크리트로, 블록으로, 아스팔트로 뒤덮여 있다. 그 아래에 땅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방향성은 포기할 줄 모르고 계속 새로운 바닥을 만들어낸다.

비 온 뒤 도시를 걷다 보면 흙이 드러난 곳에서 흘러나오는 냄새와 시원한 공기를 감지하게 될 때가 있다. 도시에서도 이런 종류의 경험이 가능하다. 땅의 실체를 드러내도 괜찮을 장소들이 도시 곳곳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의외로 사용되지 않고 버려진 채로 있는 유휴공간들이 모퉁이, 교통섬, 성곽 주변, 어딘가의 가장자리와 같은 장소들 속에 점점이 흩어져있고, 모두 모아 보면 도심 속 공원들 보다 더 큰 면적을 차지할 것이다. 그 각각이 작을 뿐이다.

콘크리트를 깨고, 블록을 드러내고, 아주 작은 땅이라도 찾아내 도시 속살을 드러내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 뒤로 되감기를 하는 일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일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 도시는 지금보다  건강해질  있다.


Calle Manuel Laguna, Malaga, Spain _ BGM # This Happy Madness | Stacey K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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