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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들 Dec 29. 2023

내일 아침에 뭐 먹어?

프렌치 토스트 할 때는 우유식빵이 좋겠어.

 오전 7:20. 우리 하루가 시작 됐다. 아이는 아직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이제 기지개를 켜야 했다. 일어나지 않으면 지각이었다. 나는 틈틈이 아이를 깨웠다. 눈이 부시게 전등을 켰다. 이불을 걷었다. 간지럼을 태웠다. 이름을 불렀다. 일으켜 세웠다. 보통 이 중에 하나는 통했다.


 “내일 아침에 뭐 먹어?”


 아이는 전날 저녁 묻곤 했다. 아침식사는 기상만큼 중요했다. 만족스럽게 먹어야 했다. 하루를 즐겁게 시작하게 해 줬다. 가기 싫은 학교를 기분 좋게 갔다. 수업을 잘 받았다. 친구들과 신나게 놀았다.


 메뉴가 무엇인지에 따라 식사량이 달랐다. 아이가 다 먹으면 고마웠다. 남기면 신경이 쓰였다. 아침에 입맛이 없는 걸 감안해도 마음에 걸렸다. 그 음식은 다음에 만들지 않았다.


 보통 양을 넉넉하게 했다. 적당히 준비했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었다. 아이는 다 먹고 더 달라고 했다. 더 먹을 게 없어 아쉽지만 젓가락을 내려놔야 했다. 두고두고 기억에 남았다. 그 이후로 모자라지 않게 준비했다.


 풍족하게 만들면 나도 좋았다. 남은 음식은 내 점심까지 책임져줬다.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은 보통 맛있었다. 처리 핑계로 어쩔 수 없이 나도 맛있게 먹었다.


 품질도 생각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골고루 먹으면 좋았다. 무엇보다 채소를 먹어야 했다. 아이는 싫은 채소를 빼고 먹었다. 아이만 좋아하는 맛과 식감이 있었다. 오이는 좋아했지만 당근은 아니었다. 배추김치 흰색 부분은 좋았지만 녹색은 아니었다. 그 취향을 읽으려 노력했다. 음식에 잘 끼워 넣어야 했다.


 채소만이 아니었다. 아이 입맛도 달랐다. 독자적이었다. 나와 같지 않았다. 아내와도 상이했다. 그 차이를 찾기 어려웠다.


 예를 들면 이렇다.

 “빵에 들어간 치즈는 싫어. 그냥 치즈만 먹는 게 좋아.”

 맛살 들어간 김밥은 싫어. 맛살 빼고 어묵 넣어줘.”


 메뉴 선택은 실패가 많았다. 지금도 그런다. 그럴 때면 아이는 배고프게 갔다. 가벼운 아이 배와 다르게 내 마음은 무거웠다. 아이 속도 채우고 싶었다. 뭘 좋아하는지 물어봤다. 좋아하는 음식을 스스로 찾도록 다양하게 시도했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아침 메뉴를 몇 가지로 압축했다. 유부초밥, 김밥, 토스트, 만두 등이었다. 화려하진 않았다.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이란 게 중요했다. 우선 아이가 든든히 먹어야 했다. 뭐라도 먹어야지 시작이 됐다. 이걸 발판으로 수준을 점차 높이고 싶었다.


 안주하면 안 됐다. 한동안 같은 음식만 먹으니 질려했다. 우연히 SNS에 짧은 영상을 봤다. 제목은 간단 아침 메뉴였다. 이 영상은 조리법을 빠르게 보여줬다. 내게 꼭 필요했다. 나도 모르게 끝까지 봤다. 한번 보니 추천 영상이 이어졌다. 계속 봤다. 그 작은 요리 선생님들은 내게 큰 영감을 줬다. 시간, 재료, 능력을 고려해 레퍼토리를 추가해 나갔다.


 양배추가 들어간 토스트였다. 이건 무조건 맛있었다. 자신 있게 따라 했다. 내 확신과 다르게 아이는 잘 먹지 못했다. 이 음식을 꼭 좋아하란 법은 없었다. 나 혼자 착각했다. 그래도 섭섭했다. 더 매진해야겠다.


 어느 아침 아이는 군만두를 먹고 싶어 했다. 만두를 다 구웠다. 어제 먹고 남은 치킨 양념 소스가 떠올랐다. 군만두와 함께 볶아봤다. 아이는 다 먹었다. 그날은 성공이었다. 고정 메뉴에 새로 추가했다. 난 아이 아침 식사로 울고 웃고 있었다.


 난 이 과정이 즐거웠다. 덕분에 안 하던 요리를 하고 있었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았다. 아이 일부분을 이해했다. 나에게서 나온 아이지만 분명히 다른 사람이란 걸 인식했다. 아직 모르는 게 더 많았다.


 아침에는 바쁘다. 주로 아이에게 시키는 게 많다. 이것은 나에서 아이로 단방향이었다. 아침을 먹는 동안은 양방향으로 주고받았다. 아이 의견을 들었다. 그 생각을 수용했다. 반영된 결과를 함께 먹었다. 잠깐이지만 마음이 통하는 시간이었다.


 프렌치 토스트 할 때는 우유식빵이 좋겠어.”


 오늘은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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