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독립하는 거 어떻게 생각해?
다시 독립을 선포한 것은 2022년 겨울이었다.
아이는 독립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했고, 청년전세지원을 받아서 집을 나갔다.
우리 집에 안 와도 돼!
"네가 연락을 안 하고 집에도 안 오니까 엄마가 가는 거지?"
아이와 전화는 3초도 지나지 않아 싸움으로 번져갔다.
사실 싸움이라기보다 내 일방적인 한풀이였다.
카톡으로 문자 하는 것이 전부인데 무슨 자기 삶에 간섭을 했다고 이렇게 매정하게 구는가 싶어 섭섭함과 억울함이 올라왔다.
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그래, 그렇게 해. 전화하지 말고 오지도 말고 지금처럼 너 그렇게 살아."
.......
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다른 것은 다 해도 이 생각만은 안 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섭섭함과 억울함이 휩쓸고 간 뒤 명치끝에서 차오르는 감정은 이거였다.
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나는 알고 있었다.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은 자신이 온전히 혼자 세상을 살아낼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것을.
울음을 삼키고 언성을 높여가면서도 나는 알고 있었다.
아이에게 내가 독립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엄마 자존심이 있지. 네가 언제까지 연락 안 하고 버티나 보자'라며 씩씩거리면서도 나는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이 싸움은 내가 진 싸움이라는 것을.
내가 저를 어떻게 키운 것은 순전히 내 의지였다.
내가 나 좋자고 열과 성을 다해 키워놓고는 그게 아이 때문이라고, 아이를 위해 나를 희생한 것이라고 억지춘향을 부린 거였다. 알고 있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집을 나간 것은 아이였지만 정작 독립이 필요한 것은 나였다.
나 역시 세상을 부딪쳐가며 배웠고, 상처도 입고, 좌절도 하고, 실패를 밥 먹듯 하며 어른이 됐다.
죽을 것 같았지만 죽지 않았고, 살고 싶지 않은 순간도 있었지만 그 조차도 살아가야 할 명분이 되어 주었다.
아이도 그렇게 잘해나갈 것을 안다.
이제 나는 독립을 연습 중이다.
둘째 아이가 독립 선언을 할 때 즈음이면
지금보다 나는 훨씬 의연해져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