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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정 Jul 19. 2024

엄마도 이제 독립할 시간이야!


큰 아이가 독립을 했다.

함께 살던 집에서 나가 스스로 생활을 시작했다.

27살 큰 아이의 독립 소망이 7년 만에 이루어졌다.


아이가 집을 나가서 생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예고를 다닐 때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을 했고 대학을 들어가서는 학교 근처에서 1년간 자취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 집을 떠나 지낸 것이니 완전한 독립이라 할 수 없었다.


취업을 하고 나니 본격적으로 '독립'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다.


나 독립하는 거 어떻게 생각해?




아이의  집요한 독립 요구에 나는 엄마답게 구태의연한 대답으로 일관했다.


"엄마랑 평생 살라고 안 그래. 독립해. 그런데 가난하게 독립하지 말라고 그러는 거야. 적어도 너 하나는 네가 책임질 수 있어야 하잖아. 혼자 살아도 들어갈 돈은 다 들어가는 거 알잖아."

"세상이 얼마나 험한데. 엄마는 진짜 걱정돼서 그래."


사실 그 모든 대답은 구실이었다. 독립을 시킬 돈이 없었고 독립한 딸을 가까이도 아니고 멀리서 지킬 자신이 없었다. 독립을 시키려면 집을 얻어 주거나 대출을 받거나 해야 한다. 돈이 있으면 적당한 집을 얻어주면 되고 그도 안되면 대출을 받아 돈을 보태면 된다. 이제 막 직장을 얻은 딸이 집을 얻을 돈이 있을 리 없었다. 누구에게는 별거 아닌 일이 내겐 너무 큰 별거였던 때였다.





나는 줄어든 수입과 눈덩이로 불어난 대출 이자와 만만치 않은 집세로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었다. 큰 아이는 취직을 했지만 작은 아이는 자퇴를 하고 입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이의 학원비가 있었고 용돈이 나갔다. 숨만 쉬어도 돈은 들어갔다. 에서 24시간 제자리를 맴돌아도 전기세, 수도세, 난방비 등 비용은 꼬박꼬박 발생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코로나가 왔고 큰 아이가 처음 들어간 회사도 팬데믹 시기를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그렇게 아이의 독립도 멈춰 섰다. 



다시 독립을 선포한 것은 2022년 겨울이었다. 

아이는 독립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했고, 청년전세지원을 받아서 집을 나갔다. 






우리 집에 안 와도 돼!



"자주 가지도 않는데 넌 엄마 안 보려는 거니?"

"네가 연락을 안 하고 집에도 안 오니까 엄마가 가는 거지?"

아이와 전화는 3초도 지나지 않아 싸움으로 번져갔다.

사실 싸움이라기보다 내 일방적인 한풀이였다. 

카톡으로 문자 하는 것이 전부인데 무슨 자기 삶에 간섭을 했다고 이렇게 매정하게 구는가 싶어 섭섭함과 억울함이 올라왔다. 

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그래, 그렇게 해. 전화하지 말고 오지도 말고 지금처럼 너 그렇게 살아."

.......



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다른 것은 다 해도 이 생각만은 안 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섭섭함과 억울함이 휩쓸고 간 뒤 명치끝에서 차오르는 감정은 이거였다. 

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나는 알고 있었다.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은 자신이 온전히 혼자 세상을 살아낼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것을.

울음을 삼키고 언성을 높여가면서도 나는 알고 있었다.

아이에게 내가 독립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엄마 자존심이 있지. 네가 언제까지 연락 안 하고 버티나 보자'라며 씩씩거리면서도 나는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이 싸움은 내가 진 싸움이라는 것을.



내가 저를 어떻게 키운 것은 순전히 내 의지였다. 

내가 나 좋자고 열과 성을 다해 키워놓고는 그게 아이 때문이라고, 아이를 위해 나를 희생한 것이라고 억지춘향을 부린 거였다. 알고 있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집을 나간 것은 아이였지만 정작 독립이 필요한 것은 나였다. 

나 역시 세상을 부딪쳐가며 배웠고, 상처도 입고, 좌절도 하고, 실패를 밥 먹듯 하며 어른이 됐다.

죽을 것 같았지만 죽지 않았고, 살고 싶지 않은 순간도 있었지만 그 조차도 살아가야 할 명분이 되어 주었다. 

아이도 그렇게 잘해나갈 것을 안다. 








이제 나는 독립을 연습 중이다.  
둘째 아이가 독립 선언을 할 때 즈음이면
지금보다 나는 훨씬 의연해져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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