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를 잘못 시킨 택배는 어떻게 해야 하나
영등포구 밥통사건 이후, 저는 슬리퍼를 구매했습니다. 휴가 나온 동생이 자신 있게 인터넷 쇼핑을 했죠. 그런데 이틀 후, 동생이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습니다.
"너 어디 가?"
"집에..."
"뭔 소리야? 여기가 집이잖아."
"택배 받으러."
응? 집 앞 나가는데 옷을 왜 갈아입지? 의미를 알 수 없음에 눈살을 찌푸리자 막내가 조용히 제게 핸드폰을 보여주었습니다. 배송완료 문자 아래, 주소지가 은평구입니다.
네. 전 주소입니다.
"야, 너!"
못 살아요, 아주. 여기서 거기까지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슬리퍼를 찾아 삼만리를 다녀오게 생겼습니다. 동생은 자기가 고생길에 오르면서 위로 아닌 위로를 하고 있습니다.
"괜찮아 누나. 같이 시킨 과자들도 다 거기로 갔으니까 교통비가 아깝지는 않아."
어휴 이 화상아. 동생의 등짝을 때리며 얼른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이번엔 둘째가 주소 실수를 당했습니다. AA0동에 가야 할 물건이 A0A동으로 갔답니다. 이번의 실수는 동생의 지인이 집들이 선물을 보내주면서 주소 입력을 실수한 거랍니다. 목욕을 하다가 급하게 전화를 받고는 헐레벌떡 머리에 물이 뚝뚝 떨어지는 산발을 하고 문을 달려 나갔습니다.
삼일 뒤, 이번에는 물건이 2층으로 배송이 되었습니다. 예전에 살던 집이 2층이라 동생이 주소를 적을 때 2층으로 잘못 적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시킨 물건이 서랍이라서 제법 무겁습니다.
끙끙거리며 서랍을 챙겨 문 안으로 들어오는 길, 동생과 비장하게 대화했습니다.
"이제는 진짜 실수한 거 없지?"
"당연하지. 진짜 실수한 거 없어. 언니도 없지?"
"아 진짜 없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모든 희망을 배신하고 일주일 뒤, 청량한 전화벨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택배기사입니다.
"배송주소는 XX층이라고 되어있는데, 이 아파트는 5층까지밖에 없는데요?"
"네? 여기 XX동 XX아파트 아닌가요?"
"무슨 소리세요. 여기 CC동이라고 쓰여있는데."
광군제 할인을 받아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물건들을 주문하면서 분명 배송지를 지금 주소로 변경했는데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정말 진이 다 빠집니다. 거실 바닥에 널브러져 마구 팔다리를 휘저어봐도 이 현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바보, 바보! 뭐 더 올거 없지? 그것부터 찾습니다. 더 실수한게 있다면 쟁반으로 제 머리를 내려쳐야 합니다.
"부정 탄 거야. 밥솥을 먼저 안 들여보내서 그래."
퇴근하고 돌아온 동생이 배를 잡고 웃습니다. 아주 지 일 아니라고 웃겨 죽습니다. 당장 저는 엄지손가락이 없어질 정도로 손톱을 딱딱 씹고 있는데 말이죠. 해외 배송이라 2주씩 걸리는 물건들이 9개나 차례차례 한국의 세관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CC동으로요. 그나마 없는 주소로 향하고 있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밥솥을 먼저 들여보내지 않은 대가로 택배 주소를 잘못 적었을 때 대처법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눈물겹지만, 여러분은 알아두셨다가 저보다 빠르게 해결하시라고 몇 자 남겨둡니다.
동생들의 경우였죠.
이미 배송이 완료되었을 경우
택배 회사는 이미 배송을 마쳤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거기다 뒀으니 알아서 찾아가라고 했습니다. 전 집의 경우 집이 비어있어서 빈 집 현관으로 가 찾아왔고, A0A동으로 물건이 오배송된 경우는 동생이 바로 튀어갔는데요. 잘못 배송되었다고 사람들이 날름할 리 없지 하고 저는 생각하는데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경우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되고, 부당이익 청구반환소송을 통해 배상받을 수 있다고 해요. 그러나 보통 법정 방법까지 갈 정도로 비싼 물건이 아니면 그냥 잃어버렸구나 하고 포기하게 되고는 하죠.
그러니 배송이 오배송으로 완료되었을 때는 개인적으로, 최대한 빠르게 달려가는 방법이 최고라고 합니다.
그다음은 저의 경우입니다.
배송 중인 경우입니다.
해외 직구나 국내 배송이나 모두 똑같더라고요. 세관 업체, 배대지, 국내 운송 CJ대한통운 어디를 전화해 봐도 배송지 변경은 어렵다고 합니다. 대신 CJ 대한통운에서 제 오배송될 주소의 담당 택배지점소 전화와 택배기사님 전화번호를 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택배기사님께 연락을 드려 택배 주소를 고쳐달라고 부탁드리라고요.
저의 경우 택배기사님께 제가 실수한 주소와 맞는 주소를 함께 보내드렸습니다. 분류작업 시 AA동에서 XX동으로 이관작업을 할 수 있도록요. 저는 해외직구 물품을 세관에서 최대한 하나로 묶어 한번에 오배송 갈 수 있도록 해 기사님의 일이 덜도록 진행했습니다. ( 세관비가 추가로 들었지만 이게 어디예요.)
그래도 덕분에 택배기사님 문자에서도 감사인사 드렸지만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천운의 경우입니다. 배송 시작 전 조상님이 귓가에 속삭여 주시는 겁니다.
주소지가 잘못되었다고요.
그 경우에는 사이트나 판매자에게 연락해 배송지를 변경해 달라고 하면 됩니다. 가장 간단하죠.
이렇게 푸닥거리를 잔뜩 하고 나니 진이 다 빠져 뭔가를 더 시키고 싶지도 않습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살죠.
아직 제 방에 옷장이 없지만... 살림 고수님들, 옷장 없이도 살 수 있죠?ㅠㅠ
이게 다 밥솥이 먼저 들어오지 않아서 그런가 봅니다.
지금이라도 밥 한 공기 따끈하게 지어다 거실에 놓으면 좀 나아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