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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절

절절절

by 고라니


절에서

절하는 너를 물끄러미


누군가에게

절 내어주는 절


절, 드립니다


한 배

한 배

한 배

한 배

한 배

한 배


여기 있습니다

몸을 숙였다

일어날 때마다

옹송그린

몸은 가볍고, 하얘


네가 절을 마치고

나를 보았을 때,

너는 가볍고 하얀


솜 솜 솜


너의 노년은

새하얀 솜


잠시 펼쳤다

접고 접고

실 실 실

곱디 고운

나비 날개

하얗다



절을 하면 꽃이 되기도, 나무가 되기도, 돌이 되기도, 물이 되기도. 아지랑이가 되기도, 숫자가 되기도, 그저 몸이 되기도 해. 변신술 혹은 둔갑술 때문에 절을 계속할 수 있게 된 거 같아. 안 심심해.


몸을 낮추고 일으키고 반복하다 보면 몸의 중심으로 정신이 집중돼. 딱 한 배만 하면 끝까지 할 수 있는 것도 마법 같아. 절하다가 중간에 마시는 물 한 모금이 참 달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키가 큰 것 같다고 말했어. 나는 바로 백팔 배 덕분이라고 말했어. 굽어 있는 내 몸을 펼쳐낸다. 하늘과 땅을 연결하고 있는 에너지가 나라는 제법 우주적인 생각도 들어. 우주라니 너무 거창한가. 떠도는 게 나의 일인 것만 같았는데 두 발 딛고 절을 할 땐 고요해.


44살인데, 너는 60이 되어버린 것 같다고 자주 말하곤 해. 여러 번 듣는데, 선암사에서 절을 하던 네가 보였어. 한 배 한 배 절을 하면서 하루하루 늙어가는 너.


뒤늦게 나도 합류했어. 한 배 한 배... 우리는 한 배를 탔어.


절하면서 잘 늙자. 하나 하면 할머니가 지팡이 들고서 잘잘잘. 한 배 하면 할머니가 지팡이 없이도 절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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