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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지석 Oct 13. 2024

연약한 지紙는 찢겨지기만 할 뿐이라서

2부 그들은 내 머릿속에 있어

툭 툭 떨어지는 비를

맞고만 잊기 싫어

하늘에 침을 뱉던 날

우수수하고 장마가 왔어     


-찾는 데 오래 걸렸어?     


-아니 별로     


네 표정에서 읽을 수 있는

유일한 글자는 무색함이었는데

왠지 지우고 다시 쓴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건 기분 탓이었을까     


-벌레가 많이 우네     


-개구리는 벌레가 아니야     


-곤충인가?     


-됐어, 그만하자.     


습도가 낮은 날은 공간을 좁혀

그런다고 우리 사이가 가까워지지는

않지만 말이야. 그건 좀 우스운 일이잖아     


-아이스크림이 녹지 않은 여름이 있을까?     


-빨리 먹으면 녹지 않겠지     


-바라보고만 싶은데     


-아무렴 그러시겠지     


툭 툭 떨어지는 비를

맞고만 잊기 싫어

하늘에 침을 뱉던 날

우수수하고 장마가 왔어

하는 수

없이

맞고만 있었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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