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거울 보고 하울링
공책을 열 때마다 소화제가 필요해
획들이 똬리를 틀어 숨통을 조이는 탓에
손목을 자르면 개운해지는 일이라는 걸
어머니에게도 옆집 아주머니에게도 들었지만
정신병으로 소화시키는 법을 택했어
걸어 다닐 때마다 흔들리는 내 여유증은
보이는 병일까 보이지 않는 병일까 궁금했던
찰나, 경적소리.
교통사고가 날 뻔한 행운에서 벗어난 불행은
우리 어머니의 불행이었지. 참 안타까울 뿐이야...
뚝 뚝 뚝
뚝 뚝
지겨운 소리야
멀어지려고 바지를 내려 자위를 했지
절정을 맞는 순간. 이렇게 말하고 이렇게 썼어
“목이 말라.”
목이 말라
장마가 오는 날이라 방안에는 습기가 가득해
물은 여기저기 사방에 존재하는 신기루로 나를 괴롭히고 창문을 열어 혓바닥을 내밀어도 닿지 않아 정말로 “목이 말라..” 진짜로 목이 말라
컥 컥
컥 컥
컥
역시 혼자 목을 조르며 죽는 건 불가능해. 우리 엄마의 희망은 이렇게 또 부서져야 해 앙 앙 앙 방금 전 같은 여자의 신음소리로 절정을 맞는 순간. 유서 한 줄이 떠 올라 소화제가 필요해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