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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는 어디다 버리지? 클린하우스를 아시나요

제주도의 가을

by 만년소녀 Jan 22. 2025

“지금 나왔다. 가서 한번 물어보고 와.”

“아니야. 난 못하겠어. 네가 가서 물어봐.”


제주로 이사 온 지 하루정도 지나서 우리는 이웃들의 도움이 없으면 도무지 알 수 없는 게 있었다. 바로 쓰레기를 버리는 곳 위치였다. 분명 일년살이 집을 소개해준 중개업소에서 제주도에서는 동네마다 있는 ‘클린하우스’에 쓰레기를 버린다고 했는데 도무지 어디 있는지 안 보여 서였다. 네이버지도나 카카오맵에서 검색해도 나오지 않았다.


우리가 제주 일년살 이를 했던 제주시 조천읍 와산리의 2층 타운하우스. 우리가 제주 일년살 이를 했던 제주시 조천읍 와산리의 2층 타운하우스. 

그렇게 어영부영 서로 물어보는 것을 미루다가 소중한 이웃에게 물어볼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우리 집은 외지디 외진 제주 중산간 지역에 있는 2층짜리 타운하우스였는데 똑같이 생긴 집 아홉 동이 모여 살았다. 그러나 다들 외출 시간이 달라서 거실 창문으로 다른 집 누군가가 외출하는 모습이 보이면 서로 ‘지금 달려가서 물어봐’라고 지령을 내렸지만, 우리 부부 둘 다 부끄러움이 많아서 쉽지 않았다.  


어쨌거나 몇 번 더 동네 드라이브를 하다 보니 클린하우스도 재활용도움센터도 발견하게 됐다. 클린하우스는 큰 쓰레기통 몇 개가 놓인 부스 같은 곳이다. 요일마다 버리는 품목이 다르지만 일반쓰레기나 음식물쓰레기는 매일 버릴 수 있다. 단, 쓰레기 버리는 시간이 아니라면 천막이 쳐져 있어서 아무것도 버릴 수 없다. 

제주도 조천읍에 있는 클린하우스. 쓰레기 버릴 시간이 아니면 이렇게 천막이 쳐져 있다.제주도 조천읍에 있는 클린하우스. 쓰레기 버릴 시간이 아니면 이렇게 천막이 쳐져 있다.


우리는 클린하우스보다는 집 근처에 있던 재활용도움센터를 더욱 잘 이용했다. 그곳에서는 밤늦은 시간까지 모든 품목의 쓰레기를 버릴 수 있다. 상주해 있는 공공근로 삼춘들이 이건 어디다 버리는지 등도 다 바로 옆에서 설명해 주신다. 


드라이기나 작은 청소기 같은 소형가전의 경우 추가비용 없이 이곳에다 버릴 수 있고 교자상 등 큰 품목을 버려야 할 경우, 읍사무소 같은 곳에서 딱지를 끊어와서 붙인 후 이곳에 버릴 수 있다. 


어쨌거나 쓰레기 버리는 곳이 멀다 보니 음식물쓰레기 같은 경우는 차에 국물이 떨어지거나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좋진 않았다. 외출하는 김에 ‘이따 분리수거 쓰레기를 버려야지’ 하면서 트렁크에 실어놓고서는 하루종일 일을 다 보고 집으로 다시 갖고 오는 경우는 너무나 많았다. 


어느덧 차에 실은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너무 익숙해졌는데 어느 날 이사 온 이웃주민이 일반 쓰레기를 문 앞에 내놓은 것을 보니 말해주고 싶어서 오지랖이 생긴다. 


‘그렇게 내놓아도 아무도 안 가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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