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가을
“지금 나왔다. 가서 한번 물어보고 와.”
“아니야. 난 못하겠어. 네가 가서 물어봐.”
제주로 이사 온 지 하루정도 지나서 우리는 이웃들의 도움이 없으면 도무지 알 수 없는 게 있었다. 바로 쓰레기를 버리는 곳 위치였다. 분명 일년살이 집을 소개해준 중개업소에서 제주도에서는 동네마다 있는 ‘클린하우스’에 쓰레기를 버린다고 했는데 도무지 어디 있는지 안 보여 서였다. 네이버지도나 카카오맵에서 검색해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어영부영 서로 물어보는 것을 미루다가 소중한 이웃에게 물어볼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우리 집은 외지디 외진 제주 중산간 지역에 있는 2층짜리 타운하우스였는데 똑같이 생긴 집 아홉 동이 모여 살았다. 그러나 다들 외출 시간이 달라서 거실 창문으로 다른 집 누군가가 외출하는 모습이 보이면 서로 ‘지금 달려가서 물어봐’라고 지령을 내렸지만, 우리 부부 둘 다 부끄러움이 많아서 쉽지 않았다.
어쨌거나 몇 번 더 동네 드라이브를 하다 보니 클린하우스도 재활용도움센터도 발견하게 됐다. 클린하우스는 큰 쓰레기통 몇 개가 놓인 부스 같은 곳이다. 요일마다 버리는 품목이 다르지만 일반쓰레기나 음식물쓰레기는 매일 버릴 수 있다. 단, 쓰레기 버리는 시간이 아니라면 천막이 쳐져 있어서 아무것도 버릴 수 없다.
우리는 클린하우스보다는 집 근처에 있던 재활용도움센터를 더욱 잘 이용했다. 그곳에서는 밤늦은 시간까지 모든 품목의 쓰레기를 버릴 수 있다. 상주해 있는 공공근로 삼춘들이 이건 어디다 버리는지 등도 다 바로 옆에서 설명해 주신다.
드라이기나 작은 청소기 같은 소형가전의 경우 추가비용 없이 이곳에다 버릴 수 있고 교자상 등 큰 품목을 버려야 할 경우, 읍사무소 같은 곳에서 딱지를 끊어와서 붙인 후 이곳에 버릴 수 있다.
어쨌거나 쓰레기 버리는 곳이 멀다 보니 음식물쓰레기 같은 경우는 차에 국물이 떨어지거나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좋진 않았다. 외출하는 김에 ‘이따 분리수거 쓰레기를 버려야지’ 하면서 트렁크에 실어놓고서는 하루종일 일을 다 보고 집으로 다시 갖고 오는 경우는 너무나 많았다.
어느덧 차에 실은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너무 익숙해졌는데 어느 날 이사 온 이웃주민이 일반 쓰레기를 문 앞에 내놓은 것을 보니 말해주고 싶어서 오지랖이 생긴다.
‘그렇게 내놓아도 아무도 안 가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