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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커핑 : Cupping

원재료를 파악하며 최선의 상태로 만들기 위한 일

by Seren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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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에서 셰프보다 위는 재료죠.”

이는 작년 흥행했던 ‘흑백요리사’에서 나왔던

최현석 셰프님의 멘트로 당시, 많은 매체와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소개되고 화자 되었던 멘트다.


당시 감명 깊은 멘트였고 큰 울림을 받았는데

이를 보고 커피에 대입해서 생각을 많이 했었다.


현재 나는 커피 로스팅 회사에서 로스팅을 하고있고

주된 업무는 ‘품질관리’를 하는 파트에서 근무하며 생산된 제품에 대해, 우린 매일 점검하고 의견을 나누며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논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용하는 방식이 ‘커핑, Cupping’이다.

커핑 : Cupping

커핑은 원재료인 생두의 캐릭터, 품질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위에 멘트처럼 원재료의 특징을 알아가는 과정인데 기원을 거슬러 어떻게 시작이 되었냐면, 지금과 다르게 예전엔 커피를 수확해서 외관을 보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소 불균일 하거나 못생긴(?) 커피의 경우엔 구매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고 하며 그 이면에 가려진 커피의 맛보다 외관을 보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원두를 분쇄해서 가루로 놓으면 모두가 같은 입장으로 볼 수 있고 관능적인 평가, 맛으로 가치를 판단할 수 있었기에 만들어진 평가 방식으로 알고 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시각적 요소’는 우리에게 많은 작용을 하는 것은 있는 것 같다. 진짜 서럽다 개인적으로(?)


커핑은 생두에서 원두로 로스팅하고 분쇄를 하여,

밥공기 크기정도에 볼에 넣은 후 물을 부어서 한다.

이 과정에서 정해진 규칙이 있고 맞춰서 평가한다.


첫 번째는 분쇄한 커피 향을 맡고 평가를 들어간다.

두 번째는 물을 붓고 평가한다.

세 번째는 위 사진처럼 위에 뜬 거품, 부유물을 깬다.

(이 과정을 크러스트 브레이킹, 브레이킹이라고 하며 전용 스푼으로 보통 밀고 돌리며 한다.)
네 번째는 깬 거품을 걷어낸 후, 마시며 평가한다.

(이 과정을 스키밍이라고 한다.)


보통 두 번째 과정하고 4분 후 다음 과정을 진행하며 네 번째가 마치면 대략 8-10분 정도가 지나간 시점이 된다.(물을 부은 시점부터!) 그러면 마시기에 적합한 온도가 되며 평가는 기준마다 다르나 개인적으로 물을 부은 후, 10분부터 40분이 지난 시간까지 마시는 편이다. 이유는 온도변화에 따른 맛과 향을 느끼며 커피의 특성을 파악하려는 의도가 있다.


매일매일 나는 이 과정을 아침에 출근하며 반복하고 있고 늘 긴장감을 가지고 평가를 하는 마음이다. 늘 그렇듯 커피는 우리가 마시는 형태인 메뉴로 만나기 전에 커피의 품질을 알고 의견을 나누고 방향성을 맞춰야 소비자분들께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커피도 원재료가 중요한 부분인 게 좋은 재료를 선별하는 능력은 개인에게도 회사에게도 나아가 소비자인 고객분들에게도 좋은 경험을 드리는 일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간과 그러한 커핑자리가 내겐 많은 경험을 주는 책과 같다고 항상 느끼고 있다.


이 커핑을 상황에 따라서 마음가짐은 항상 다르지만 변함없는 것은 반복되는 순간에도 긴장감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품질관리 업무를 보는 사람으로서, 그 이전엔 경험을 쌓고 로스팅한 커피를 최선의 모습으로 소비자분들께 소개하려도 했다. 가장 긴장했던 순간은 심사위원으로서 오랜 시간 준비한 결과물을 받아들이기 위한 커핑일 때 수명을 갈아 넣는 듯하게 집중했던 날도 있었다.원래 밥을 많이 먹고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심사를 마친 후, 속이 쓰려서(커피를 많이 마셨..고) 저녁에 아무것도 못먹기도 했었다.


아마 앞으로도 이과정은 반복될 일이라고 생각하며 지루하지 않고 즐거운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처음 커피를 접하고 진로를 정했을 때 느꼈던 그 순간에 설렘과 떨림은 수년이 지난 지금도 솔직히 여전하다.


삶에 있어 소신을 가지고 말하는 일,

그리고 단언하는 일은 드물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가 와닿는 일이 되어야

나아가는 길이 힘들지만 즐겁지 않을까?

언제나 그렇듯 커피를 마주하는 아침이 즐겁다.

그 묘한 긴장감과 소통하는 매개체인 커피가 좋다.


중요하다 생각하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을 겪고

내 삶의 결과를 얻는 일이 있어야 한다.

아마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그 일들이 크고 작고는 문제가 아니다.

내가 어떤 과정을 겪고 어떤 과정을 만들지

그 순간마다 몰입하며 스스로를 바라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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