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역사가가 될지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내 삶에 대해 어떤 역사가가 될 것인가? (1)사실수집에 관하여
내 삶에 대해 어떤 역사가가 될 것인가? (2)인과관계 파악에 관하여
성실한 역사가는
사실을 수집해 검증하고 평가하며 중요한 역사의 사실을 정확하게 기록한다.
뛰어난 역사가는
사실들 사이의 관계를 탐색해 역사적 사건의 인과관계를 밝혀내며 사회 변화를 일으키는 동력과 역사 변화의 패턴 또는 역사법칙을 찾아낸다.
위대한 역사가는
의미 있는 역사적 사실로 엮은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독자의 내면에 인간과 사회와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과 감정의 물결을 일으킨다.
역사는 사실을 기록하는데서 출발해 과학을 껴안으며 예술로 완성된다.
유시민, [역사의 역사]
오늘은 자신의 삶에 대해 좋은 역사가 됨의 마지막 요소인 ‘의미 있는 이야기 만들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위 인용 문장을 ‘나의 역사’라는 스케일로 조정해서 문장을 바꿔보겠습니다.
의미있는 사실들을 이야기로 잘 엮어서 나 자신에게 들려준다. 이를 통해 나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 감정의 변화를 경험한다.
간단히 말해 내가 겪은 경험을 어떤 결론이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 기록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내 삶에 좋은 영향을 주는 그런 이야기 말입니다. 이것은 제가 직접 겪은 이야기를 소개해드리며 진행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3년 전 경험담입니다. 저희 집 첫째(당시 어린이집 6살)가 팔이 골절되는 사건을 이야기 그래프(나만의 역사를 그래프로-이야기 맥박 그래프)로 그려본 것입니다. 먼저는 이 사건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실들(말풍선)만 추렸습니다. 위 문장에서 말하는 '의미있는 사실들'이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시간 순서대로 엮었습니다(그래프 선). 마지막으로 이 일을 통해 제가 느낀 것, 즉, 이 사건이 바꾼 나의 생각, 감정의 변화를 간단히 문장으로 써봤습니다.
모두와의 소중한 시간들- 하루하루 당연시 여기지 말자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내다가 별안간 아무런 맥락 없이 갑자기 찾아온 큰 사고 였기 때문일 것 입니다. 자전거 타고 퇴근하는 길, 횡단보도 앞에 서있다가 별 생각없이 본 휴대폰 화면에 [부재중 전화 5통(와이프)]가 불러온 불길한 예감과 그 예감이 맞아 떨졌을 때의 착잡함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놀라서 응급실에 허겁지겁 달려갔더니 휠체어에 앉아있던 첫째의 팔이 어색한 방향으로 꺽여있던 장면도 말입니다.
'여기서 안되니 더 큰 병원 가라'는 말도 왠지 드라마에서나 들을법한 비현실적인 일종의 '대사'처럼 느껴졌습니다. 다행히 응급실에서 옮길만한 곳을 빠르게 찾아냈고 첫째와 함께 이동했습니다. 옮긴 병원에서 감각손상이 없고 수술하면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얼마나 안도감을 느꼈는지 그 말을 들었던 응급실이란 장소와 그 안에서의 장면들도 여전히 생각납니다. 저도 고등학생 때 자동차 급발진 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긴 적이 있지만, 이런 종류의 사건은 적응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이 없었다면 저녁 이 시간 쯤에는 첫째와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레슬링 놀이'(베개싸움 비슷한겁니다)를 하고 있었겠다는 생각이 문득 아이가 잠들고 나서 들었던 것 같습니다. 어제와 완전히 동일한 시간이 오늘은 너무도 다르고 낯설게 변해버렸습니다. 단 하루만에 말입니다.
그러면서 일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하게 주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일들이 항상 당연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현실에 피부로 와닿았습니다.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쯤은 어디선가 들어봄직 한 것입니다만, '직접 겪는다'는 것은 2차원적인 지식에 3차원적인 깊이를 더해줍니다. 그리고 이 기록을 다시 읽는 것은 그 경험의 깊이에 다시금 가닿게 해줬습니다.
즉, 이 기록은 3년이 지나 일상을 당연히 여기고 있는 '현재의 나'에게 다시금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과거의 나'의 목소리를 듣게 해줬습니다. [역사의 역사] 인용문장에 있는 말처럼 '의미있는 사실로 만든 이야기를 나 자신에게 들려주며 삶의 대한 생각과 감정을 변화시켜' 주는 한 가지 예라고 생각합니다.
꼭 이렇게 특별한 일이 아니더라도, 평범해보이는 일상에서도 상대적으로 파장이 큰 일은 언제나 있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이 아닌 지인의 경험담, 책, 영화, 드라마, 뉴스 등 간접적인 경험들도 이야기로 듣기 쉽구요. 이렇게 나에게 영향을 끼칠 만한 이야기들을 잘 정리해둔 기록들은 나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더해주며 역사가로서 성장하도록 도와줍니다. (나의 역사는 지문처럼 유일하다)
이렇게 '내 삶에 대해 어떤 역사가가 될 것인가?'를 살펴봤습니다. 다음에는'역사가적 사고방식'과 일기쓰기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프 일기장 양식을 나눠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