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저희는 사실 고객님을 뵙고 싶지 않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by 박형준


지난 주 배송을 받은 고객에게 한 통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대표님 두 분이 오시는건 아닐까 기대했어요!



저희가 직접 배송을 하면 얼굴도 뵙고, 제품 상태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좋습니다만, 사실 저희를 안보는게 고객께는 더 좋은 일입니다. 왜냐하면 배송이나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만 저희가 출동(?)하기 때문입니다.

제품 출시 후, 한 달에 1번 이상은 저와 재원님이 함께 고객님 댁으로 방문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어떤 일로 고객님 댁에 방문하는지, 왜 그런 일을 하는지 소개해 보려 합니다.


brunch_1.png 저희를 보길 기대하셨던 고객님...




1. 예측할 수 없는 일의 연속


슬립부스터를 창업한 뒤 ‘예측 불가능한 일’을 정말 다양하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바로 제품을 ‘출고한 뒤’ 일어나는 일 때문입니다.

- 받고 나니 생각했던 것과 느낌이 달라 환불을 요청하거나,
- 기사님이 교통사고를 당해 당일에 배송이 어렵게 되거나,
- 입주 스케줄이 꼬여 제품을 문 밖에 배송 받거나.


지금까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와 재원님이 직접 고객님 댁에 방문했습니다. 다행히도 모든 고객께서 문제가 있었던 점을 양해해 주셨죠. 저희로써는 감사한 일입니다.



<반품 요청이 들어와서 고객님 댁에 방문>

https://brunch.co.kr/@skan205/25


<침대가 아파트 복도로 배송되어 고객님 댁에 방문>

https://brunch.co.kr/@skan205/27





2. 우리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만, 일단 슬립부스터는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지금까지는 문제가 생겨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게 되더라구요.


- 느낌 불만족으로 환불을 요청하는 고객 → 잘못된 커버를 바꿔서 문제 해결
- 기사님 교통사고로 배송이 힘들었던 고객 → 배송사와의 협업으로 문제 해결
- 아파트 복도로 제품이 배송된 고객 → 직접 옮겨드려서 문제 해결
(지난 토요일에도 또 한 번 다녀왔습니다.)


의지만 있다면, 약간의 귀찮음과 힘듦만 극복하면, 대부분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저희 책임이 어디까지인지도 미리 예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저 최선을 다해 주어진 문제를 풀어보려 합니다.


brunch_3.png
250326_linkedin_2.jpg
(좌) 2월에 있었던 복도 배송 때 / (우) 지난 주 있었던 복도 배송 때




3. 뵙고 싶지만, 뵙고 싶지 않습니다.


저희가 움직여서 문제를 해결한 뒤엔 SNS에 소식을 올리곤 합니다.

이를 긍정적으로 봐 주시고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도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글의 처음에 소개한, 배송 때 저희와 만나길 기대 하셨던 고객도 저희 SNS를 보시고 연락을 주셨던 거였죠.


♣ 저희는 고객을 뵙고 싶습니다. 좋은 일로 뵈면 더 좋겠죠.
♧ 하지만 가능한 뵙고 싶지 않습니다. 고객께 안좋은 일이 생겼을 때 저희가 움직이거든요.


‘뵙고 싶지만, 뵙고 싶지 않다.’


모순된 말이지만, 솔직한 저희의 마음입니다.


물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 언제든 어디든 갈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슬립부스터를 믿고 제품을 구매한분께 마땅히 해야할 ‘책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없을 수는 없겠죠. 하지만 문제를 방치하는 일은 없을겁니다.



brunch_2.png 사실 뵙지 않는게 더 좋습니다 ㅎㅎ






몇 달동안 여러 일을 겪으며 저희가 내린 3가지 결론을 마지막으로, 이번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시스템을 구축하자.

2. 그럼에도 발생하는 문제는, 우리가 직접 해결하자.

3. 이 해결 방법을 시스템에 녹여보자.

(반복)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