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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미움
by 필로 이경희 May 05. 2016

자기미움 숨은 심리(5):미리 자학하기와 현실 정당화

'현실과 상황 정당화'로 자기 심리 마취하기

작년 하반기, 브런치에 '자기 미움' 매거진을 만들고 관련 글을 써 온지 벌써 7개월 여가 되어 간다. 이제까지 총 60여 편의 글을 썼다. 그중에서 '자기 미움의 숨은 심리'라는 직접적 제목으로 쓴 글이 이 글까지 해서 5편이 된다. 물론 매거진 내의 다른 글들도 모두 자기 미움 기제와 주제와 그 해결책에 대한 글이지만 '숨은 심리'라는 제목으로 쓴 글들은 자기 미움의 심리를 좀 더 직접적으로 분석하고 파악하는 경우다. 그래서 불필요한 자기 미움의 마음을 더 선명히 통찰하고 넘어서게 되는 것이 목적이다. 혹시 지난 글을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아래에 자기 미움 주제의 글을 왜 쓰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처음의 글과 그리고 자기 미움의 숨은 심리에 대해 먼저 쓴 4편의 글 링크를 올리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 우리는 왜 자기 자신을 미워 하나? - 지금, 왜 자기 미움인가?
# 자기 미움의 숨은 심리(1): 왜곡된 자기 사랑 - 자기 사랑은 어떻게 자기 미움이 되었나
# 자기 미움의 숨은 심리(2): 부정적 생각을 자기로 여김 - '내가 하는 생각'과 '나 자신'을 동일시하는 함정
# 자기 미움의 숨은 심리(3): 자책감, 죄책감 - 더 이상 '이미 지나간 것'을 바꾸려 하지 않기
# 자기 미움의 숨은 심리(4): '부정적 나'에 의존하기 - 존재 가치가 의존 대상에 의해 좌우된다는 착각에서 자유롭기


이 글은 '자기 미움의 숨은 심리'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편이다. 두 개의 숨은 심리에 대해 말할 것이다.  


# 자기 미움의 숨은 심리(5): 미리 자학하기 - 타인 혐오를 사전에 방어하기

# 자기 미움의 숨은 심리(6): '체제 정당화' - '현실과 상황 정당화'로 자기 심리 마취하기




자기 미움의 숨은 심리(5): 미리 자학하기
- 타인 혐오를 사전에 방어하기


여기서는 자기 미움의 숨은 심리로 자기 자신에게 미리 행하는 자학의 측면을 보고자 한다. 이런 자학의 주된 목적은 혹시나 있을 혹은 스스로 두려워하는 타인의 혐오와 미움을 사전에 방어하기 위해서이다.


주의할 것은 이 기제가 자기 미움의 주된 기제이거나 항상 일어나는 심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자기 미움의 심리 중에 이러한 사전 방어 심리가 있을 때가 있는데, 그때 무의식적으로 행하지 않고 의식적으로 눈치채고 그래서 더 이상 그런 이유로 자기 미움을 행하지 않게 되는 게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어떻게 미리 스스로 행한 자학이 타인의 혐오를 사전에 막게 된다는 말일까? 여기엔 일종의 심리 전략적 착오가 있다. 즉 실제로 그런 방어가 일어날 수 있는 게 아닌데 스스로 그렇게 믿는 것이다. 혹은 그렇게 되길 바라는 것이다. 그 착오는 다음과 같다.


만약 우리가 뭔가 잘못했을 때 취해야 할 바람직한 행위는 무엇일까? 스스로 먼저 그 잘못을 인정하거나, 자기반성을 하거나 혹은 상대에게 사과를 하거나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 때 뭔가 잘못했는데 부모님이 그것을 알게 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럴 때 아이가 먼저 잘못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부모에게 용서를 구하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부모는 아이를 기특하게 여기며 간단하게 주의를 주며 용서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상식적으론 그렇다.


자기 스스로에 대한 미움의 심리에도 이런 기제가 있을 때가 있다. 즉 뭔가 내가 부족하고, 모자라고, 불만족스럽다. 그런데 이것을 타인들도 알고 있거나 알게 될 것 같다(물론 이 자체가 과도한 걱정인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런데 차후에 나의 부족함을 타인들에게 들키게 되었을 때, 그들의 여러 부정적 반응을 나는 감당할 수 없다. 그것은 아주 클 것 같다. 그런 상황의 발생 자체를 허락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눈치채기 전에 내가 나를 미리 야단치는 것이다. 스스로 뭐라고 하는 것이다. 마치 위 예에서 아이가 스스로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듯이 말이다. 물론 자기 미움에서의 이러한 과정은 의식적이라기보다는 다분히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문제는, 다른 자기 미움의 기제들처럼 이 또한 '효과가 없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행하는 나는 그런 효과를 바라지만 실제로는 아닌 것이다. 사실 이런 방법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선명히 아는 이는 이러한 사전 자학을 하지 않는다. 즉 자기 미움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여전히 효과 있다고 믿는 경우엔 자기 스스로 힘들어하면서도 자동으로 반복되게 된다.


이러한 사전 자학이 행해지는 또 다른 기제도 있다. 이 경우엔 일종의 '자기 단련'의 맥락으로 이루어진다. 즉 남들이 나를 미워하거나 싫어하게 되기 전에 내가 먼저 스스로를 미워해서 미리 단련시켜 버리는 것이다(물론 이 '단련'은 묘하게 뒤틀린 착각이며 무의식적인 측면이 있다). 그래서 후에 남들이 나를 실제 미워하게 되거나 혹은 미워하게 될 것이 예상되더라도 내가 이미 나를 미워해 버리고 있기 때문에 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지는 것이다. 시쳇말로 하면 '이미 버린 몸, 이미 포기한 몸'이라고나 할까. 나 스스로도 이미 미워하고 있는 놈(나)이니 남들의 미움은 당연한 것이거나 별것이 아니게 된다. '내가, 니들이 그럴 줄 미리 알고 있었어'랄까.


사실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나를 대상화 하기' 때문이다. 즉 나도 나에게는 타인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 대상화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다. 인간이 가진 자연스러운 심리 기제 중 하나일 뿐이다. 인간은 그렇게 자신을 분리시켜 객관화, 대상화할 수 있다. 이것을 건강하게 잘 쓰면 쓸수록 자기와 타인에게 좋다. 다만 사전 자학의 기제가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상화는 하되 이제 '잘못 대해 주는 것'이다. 우리가 타인들을 잘못 대할 때처럼 자기를 잘못 대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경우도 잘못된 전략이 된다. 하나의 이유는, 타인들이 실제 나를 미워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 자체가 환상일 경우가 많다. 혹은 과거 심리적 트라우마에 의해 생긴 내 마음의 망상일 수도 있다. 그러니 그런 미움을 전제로 해서 내가 나를 먼저 미워하는 것은 '환상에 대비한 환상'이 되는 셈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만약 실제로 누가 나를 미워하게 되는 경우라도 내가 먼저 나를 미워하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즉, 상대가 그런 나를 본다고 해도 그에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나에 대한 혐오나 미움을 더 크게 만들 뿐이다. 세상에서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을 좋게 볼 경우는 아무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기 미움의 심리가 있을 때, 혹시 나도 모르게 '미리 행한 자학으로 타인 혐오를 사전에 방어하기' 위해서 그러는 게 아닌지 스스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그런 요소가 있다면 이제 그것이 잘못된 전략임을 의도적으로 알아채자. 그래서 불필요한 자기 미움을 하지 않도록 하자.




자기 미움의 숨은 심리(6): '체제 정당화'
- '현실과 상황 정당화'로 자기 심리 마취하기

자기 미움의 숨은 심리 여섯 번째인 '체제 정당화'는 설명이 조금 필요한 개념이다. 미국의 정치심리학자인 존 조스트와 그의 연구팀이 행한 일련의 연구에서 수립된 이론이다.


그의 조사에서, 유럽계 미국인들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경제적으로 힘들면서도 경제적 불평등을 합법적이고 정당하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높았다고 한다. 그리고 최고소득층 계층보다 최저소득 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경제적 불평등을 어쩔 수 없다고 여기는 확률이 훨씬 높았다고 한다. 언론 자유를 포기하겠다고 답한 수도 두 배로 많았다. 즉 사회적 취약계층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고 힘든 사회적 현상유지를 더 지지하는 것이었다. 연구팀의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주어진 여건에서 가장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거기에 반문하고 거절하고 바꾸려고 할 가능성이 가장 낮다는 모순된 결과가 나왔다."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조스트와 연구팀이 수립한 이론이 '체제 정당화 이론'이었다. 이 이론의 핵심 개념은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현상의 유지를 합법적이라고 합리화하도록 동기부여 된다'는 것이다. 그런 합리화가 자기 개인의 이익이나 자기 집단의 이익에 반대되더라도 말이다.

즉, 기존 체제를 스스로 정당화하면 심리적 고통을 완화해주는 효화가 있다. 감정적, 심리적 진통제인 셈이다. 불만을 품는 것은 소용이 없으며 오히려 자신을 더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불의와 맞서 싸울 정당한 분노를 상실하고, 세상을 바꿀 창의적인 의지를 빼앗긴다.

- 이상은 책 '오리지널스' 1장 중에서. 필자가 일부 내용 요약 및 편집함.


'체제 정당화'는 사회적 현상에 대한 이론이다. 개인이 사회에 대해 가지는 방어 심리인 셈이다. 그런데 위 내용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감정적, 심리적 진통제'란 말이 보인다. 이 부분이 핵심이 되겠다. 사회적 약자일수

록 해당 사회 체제와 구조의 희생자이므로 그것을 바꾸어야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히려 '세상은 지금 이 상태 그대로 정당하다'고 자발적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당장의 심리적 위안, 고통의 완화를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지극히 실용적인 대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할수록 현실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으며 실제 고통은 더 심해진다. 그래서 진통제, 마취라는 말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이솝 우화에서의 '신 포도 이야기'와 비슷하다. 여우 한 마리가 숲 속에서 높은 곳에 달린 포도송이를 발견하고 그것을 먹으려 높이높이 뛰어 보지만 결국엔 따먹지 못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여우가 그 자리를 떠나면서 '저 포도는 시어서 못 먹는 걸 거야'라고 하는 것이다.


자기 미움의 심리와 이것은 어떻게 연결이 되는 것일까? 자기 미움에서는 이 '체제'가 '자신 그리고 자신이 속한 현실과 상황'이 되는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부족한 자기'. 사실은 실제 자기는 그렇게 부족하지 않을 수 있고, 불안하거나 불만족스러운 경우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만약 정말 스스로 부족하다 여기거나 불만족이면 이제 가장 지혜로운 혹은 건강하고 적절한 대응은 그 부족한 부분, 불만족스러운 부분을 채워 나가는 것이다. 바꾸어 나가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사실 본래 '부족이나 불만족' 같은 없다. 그냥 '드라이한, 객관적인 측정'만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렇게 측정이 되면, 이제 그것을 바탕으로 채워나가고 바꿔나가면 된다. 만약 필요하다면 말이다. 그것이 측정의 본래 기능이자 목적이다. 마치 사회적 약자층들이 자신들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정당에 가입해서 자신들을 위애 일해 줄 정당과 정치인을 지원하고 투표하거나 혹은 다른 사회적 운동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자기 미움의 경우엔 '개인적인 체제 정당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즉 그런 변화나 바꾸기가 힘들다고 여기면서, 하지만 그러한 상태의 자기를 그대로 두는 것은 또 괴로우므로 이제 '이 부족한, 모자란, 불만족스러운 것이 본래의 나의 상태이다. 이게 자연스럽다. 이게 정당하다'면서 스스로를 합리화로 마취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의 고통이 완화된 듯이 착각한다. 바로 이 '현실, 상황 정당화'가 바로 '자기 미움'이 되는 것이다.


'체제 정당화'를 하는 이들이 자신들이 속한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사회 체제를 정당하다고 여기듯이,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못난 모습, 부족한 모습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그렇게 못나고 부족하다고 여기는 '자기 미움'의 심리를 당연한 듯이 가지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마음은 조금 편안해지지만, 자신도 알다시피 이것은 결코 답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자신의 건강한 삶과 변화를 일으킬 마음의 힘을 빼앗기게 된다.


만약 우리가 행하는 자기 미움의 심리에 이러한 개인적인 '현실, 상황 정당화'의 기제가 숨이 있음이 느껴진다면 이제 눈치채고 멈추어야 한다. 사실 그러한 못난 모습, 부족한 모습이 실제 나의 모습이 아니기도 하지만, 설사 그렇게 느낀다 해도 그것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무엇'이 결코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측정'이며, 이제 그 측정을 바탕으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표면적인 혹은 임시의 심리적 위안을 얻을 것인지, 반대로 실제적이고 유용한 진짜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사실은 그런 가짜 심리 위안을 선택하지 않기만 해도 된다. 그렇게만 해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실제 변화를 만들어 내는 쪽으로 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두 가지 자기 미움의 숨은 심리를 통찰하고 알아챔으로써 우리는 그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것을 멈출 수 있다. 그래서 불필요하게 스스로를 미워하거나 못나다고 여기는, 부족하다고 여기는 오류를 자연스럽게 멈추게 된다. 이것이 멈출 때 본래 우리 안에 있는 내면의 힘이 나오고, 그 힘을 바탕으로 우리의 삶은 저절로 바뀌게 된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 당당하고 멋진 삶을 살게 된다.






[출간 공지] 책 '자기 미움'의 출간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종이책 & 전자책)

- 가장 가깝기에 가장 버거운, 나를 이해하기 위하여


독자 여러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책 '자기 미움'이 출간되었습니다. 좋은 출판사 '북스톤'에서 종이책과 전자책 모두로 정성 들여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동안 브런치에 연재해 온 '자기 미움' 심리와 일상의 여러 부정적 감정들로부터 자유로게 되는 방법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습니다. 이 책이 많은 분들에게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책에는 또한 정체성 문제, 감정 다루기, 상처 넘어서기, 관계 문제 해결하기에 실제 도움이 되는 내용들과 구체적인 실천법들이 담겨 있습니다. 

- 이경희 작가 드림

# <자기 미움> 종이책 링크: 네이버 책 / 교보문고 / 예스 24 / 알라딘 

# <자기 미움> 전자책 링크: 리디북스 e-book / 교보문고 e-book


축하해 주세요! 책 <자기 미움>이 2016년 문공부 주최 '세종 문고'에 선정되었습니다. '인문/철학/심리' 영역에서 입니다. 선정 후 정부 지원으로 전국 2700여 도서관, 학교, 기관 등에 배포되었으며 전자책 출간 지원도 받았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지지와 응원 덕분이라 생각되어 깊이 감사드립니다. 



<관심 작가 브런치>

이시스 작가의 브런치: 흥미로운 신화 이야기(신화 속에 있는 연인과 부부 유형), 힐링 동화, 시, 자기 치유, 따돌림에 대한 좋은 글들이 있는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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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출간작가
명상적 심리분석가. 책 <자기 미움> 저자. 생각에 대한 생각, 생각을 넘는 생각인 '메타 사유'가 주관심. 사회/개인 문제를 동시에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 상담과 교육과 코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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