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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자기 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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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루 MuRu Sep 30. 2015

2. 자기 미움의 숨은 심리(1): 왜곡된 자기 사랑

자기 사랑은 어떻게 자기 미움이 되었나

자기를 진심으로 미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씩은 자기를 미워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괴로워한다. 

어떻게 된 것일까?




자기 미움의 숨은 심리, 자기 사랑과 자기 우월


가장 큰 이유는 자기 미움의 교묘함에 있다. 실제 드러내어 놓고 자신을 미워한다거나 스스로를 헤치는 이도 아무도 없다. 오히려 우리는 모두 자신을 너무나 사랑한다. 생명체는 자기보호본능과 자기보존본능이 가장 강력한 본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한 자기경계에서부터 자기 후회, 나아가 자기 실망과 자기 비하, 그리고 마침내 자기 혐오 등으로 확장되는 자기 미움의 심리를 거의 모두 겪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자기 미움의 본래 심리는 자기 사랑과 자기 우월이라는 것이다. 시작과 진행 모두 그렇다. 즉, 결과적으로 자기 미움이 되는 것이지 실제 본인은 자신의 이로움을 위해서 뭔가를 하려는 것이다. 자기 미움을 통해 스스로를 긴장시키거나 주의를 주어서 '좀 더 나은 자기'가 되는 게 목적이다. 그런 긍정 효과가 분명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긍정 효과는 약하고 부정 효과가 훨씬 커 버리게 된다. 그래서 문제인 것이다.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자기 미움의 숨은 기제
: 미묘한 자기 분리와 자기 보호


사람은 누구나 자기 존재의 정당성을 원한다. 또 자신의 우월성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사람만이 아닌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근본 욕구이다. 스스로 그렇게 느끼고 그렇게 생각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자신이 보는 현실의 모습은 그렇지 않다. 뭔가 자신이 원하는 기준이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자, 이 때 그 비교의 원천이 되는 기준과 수준은 누구의 모습인가? 이 또한 자신의 모습이다. 자신이 지금 떠올리는 자신의 모습이다. 스스로를 그렇게 뛰어나고 우월한 모습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에서의 실제 모습과는  상관없이 내면에서는 그게 '사실'이다.


그렇게 본질적으론 우월감을 느끼는 나는, 그러나 아직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실망과 한계, 부족감과 불완전함을 느낀다. 그래서 자신을 보완하고 보호할 필요성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자신은 그렇게 열등하고 못난 이가 되어선 안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아주 교묘한 전략을 세우고 실행한다. 바로 그 열등하고 못난 자기를 진짜(?) 자기와 분리시키고, 이제 우월한 자기가 되어 못난 자기를 대상화 하고 멸시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아주 이상한 자기 구원이 이루어진다. 자기를 희생함으로써 자기가 구원받는 것이다.


보통은,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 미묘한 분리와 자기 보호의 기제를 눈치채지 못한다. 대부분 그냥 자기 미움, 자학, 자괴감, 자책감 등으로만 이해할 뿐이다. 무의식 수준에서는 자기 보호이지만 표면 의식 수준에서는 자기 미움이 되는데, 이 두 영역에서 서로 대립되는 양상은 당사자를 혼란시킨다. 그리고 이 혼란에 대한 이해는 피상적이고 단편적이기에 스스로를 괴롭히는 이 교묘한 자기 속임수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반복하면서 힘들어한다.


결국 삶의 질이 떨어지고, 일상의 행복이 위협받고, 존재의 타당성이 상처받는다. 못난 나와 잘난 나를 설정하고 마치 내가 타인을 구박하듯 나 자신을 구박하고 그래서 ‘자기 존재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이 전략은 일차적으로는 그럴 듯해 보이지만 결국 실패하게 되어 있다.

 



자기 미움 전략의 실패 이유 두 가지


그 실패의 첫 번째 이유는, 궁극적으론 그러한 못난 나도, 잘난 나도 본래는 둘 다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없는 것들을 설정하고, 그 설정에 바탕해 뭔가 하려고 하니 처음에는 그게 맞는 것 같고 뭔가 작동하는 듯 느껴지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힘들어지며 결국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다. 환상은 실제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실패의 두 번째 이유는, 이것이 결국은 속임수이기 때문이다. 교묘하지만 어리석은 마음의 자기 속임. 아무리 스스로를 분리시켜 내가 더 이상 못난 나가 아니라 잘난 나가 된다 해도, 마음은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 둘이 결코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니, 둘이 결국 하나라는 것을.


어떤 경우는 이러한 자기 미움, 경멸, 혐오의 과정 중에 묘한 쾌락의 심리까지 느끼기도 한다. 혹은 뭔가를 극복하고 이겨내는 것과 같은 착각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몸이든 마음이든 자기가 자기를 때리면 자기가 아플 뿐이라는 것은 유치원 나이의 아이들도 아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자기 미움의 과정을 반복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위에서 설명한 그 숨은 기제를 선명하게 눈치채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오해된 부분, 구조적 오류, 절차상의 미숙을 선명하고 정확하게 알아채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이 구조와 프로세스를 선명히 알아채면  알아챌수록 그에 비례하여 자기 미움의 감옥에서 자유롭게 될 것이다. 구체적인 해결책이나 해결 프로세스를 밟기 전이라도 우선 내가 나도 모르게 행하고 있는 '자기 분리'와 '자기 대상화' 그리고 '자기 미움'의 이 모든 과정이, 애초에는 자기를 좀 더 바로 세우고 싶어 했고 자신의 우월성을 확보하고자 했던 것이 본래 목표였음을 선명하게 알아채는 것이다. 다만 효과적이지 않을 뿐이다. 우선은 이 통찰, 알아챔이 선명해야 한다. 그냥 이론으로서 아는 것이 아니라 선명하게 자각하는 것이 필수이다.

 



남아 있는 관성의 처리


그리고 다음 과정인 '과거의 습관과 고집의 처리'를 진행해야 한다. 단지 알아차린 것으로만 모든 것이 해결되진 않는다. 예를 들어, 손에 묻어 끈적끈적하게 굳은 유성 페인트는 벽에 비빈다고 혹은 세제로 씻는다고 금방 다 없어지진 않는다. 제대로 벗겨질 때까지 열심히 씻어야 한다. 한참 고속으로 달리던 차는 브레이크를 밟거나 핸들을 돌린다고 바로 멈추거나 바로 방향을 바꾸진 못한다. 관성이 사라질 때까지는 계속 힘을 유지해야 한다. 


물리적 세상에 관성이란 것이 있듯이 우리 마음의 영역에도 관성이란 것이 있다. 우리가 뭔가를 눈치채고 알아챘다 하더라도 이제 막 브레이크를 밞은 것이고 핸들을 돌린 것이다. 이제 그 관성이 충분히 상쇄될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 마음 영역에서는 그것이 '과거의 습관이나 고집'이 되겠다. 그리고 마음의 경우 물리 영역에서보다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 처리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관성은 관성일 뿐이다! 옛 습관과 고집은 절대적이지 않다. 말끔하게 처리되기 전이라도 더 이상 그것들로 힘들어할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우리는 자기 미움의 과정을 계속 되풀이할 필요가 없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 자기 미움의 이 교묘한 하지만 어리석은 구조와 프로세스를 이제 눈치채고 알아챘다면 그 순간 '이미' 브레이크는 밟혀졌고 핸들은 돌려진 것이다!


이제 남은 과정은 아직 남아 있는 느낌과 방향성이 단지 습관과 고집일 뿐임을 실시간으로 알아채며 계속되는 변화의 과정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알아챔으로 이미 멈추었고, 이미 방향은 바뀌었다.


계속되는 글에서 우리는 자기 미움과 관련된 숨은 심리들을 밝혀 드러낼 것이고, 통찰을 통해 그것들을 해소고 넘어서며, 과거의 습관과 고집을 멈추고 바꾸는 실제 과정을  함께 밟아 나갈 것이다. 




<관련 글 링크>


# 우리는 왜 자기 자신을 미워 하나? 

- 지금, 왜 자기 미움인가?


# 자기 미움의 숨은 심리(1): 왜곡된 자기 사랑 

- 자기 사랑은 어떻게 자기 미움이 되었나


# 자기 미움의 숨은 심리(2): 부정적 생각을 자기로 여김 

- '내가 하는 생각'과 '나 자신'을  동일시하는 함정


# 자기 미움의 숨은 심리(3): 자책감,  죄책감

더 이상 '이미 지나간 것'을 바꾸려 하지  않기


# 자기 미움의 숨은 심리(4): '부정적 나'에 의존하기

- 우리는 심지어 '부정적인 나'에도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 자기 미움의 숨은  심리(5): 미리 자학하기와 '체제 정당화'

- '현실과 상황 정당화'로 자기 심리 마취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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