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은 할머니가 선물한 수세미 때문에 아내가 '수세미 지옥'에 빠졌다
이웃집 할머님께서 백신을 맞으시고야 집까지 찾아오셨던 일을 기사로 다룬 바가 있다. (관련 기사: http://omn.kr/1utyl ) 그 이후에 할머님을 찾아가서 감사 인사를 드리고 수세미를 손질하고 먹는 방법을 배워왔었다. 어쩌겠는가? 누군가가 정성으로 심고 기르고 관리해서 수확해서 주신 고마운 선물인데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것도 백신을 맞고서야 우리 집에 선물을 들고 오시는 정성을 보인 귀중한 선물이자 최애의 냄비를 태우며 맞바꾼 귀한 물건이기도 하지 않은가?
▲ 수세미 할머님께서 선물하신 수세미. 사건의 모든 단서이자 발단이 된 바로 그 수세미다. 크기를 아시기 쉽게 바나나와 비교해서 사진을 찍었다. 바나나는 독자님들께서도 잘 알고 계실 제일 큰 크기의 바나나 1 손이다. ⓒ 최원석
집에 돌아와서 수세미 앞에 섰다. 크기도 컸다. 막상 이 큰 수세미를 손질하려니 도통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큰 크기에 다시 한번 압도가 되었다. 그래도 아기 엄마에게 주고 싶었다. 칼을 들고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할머님은 이 수세미를 손질해서 아기 엄마에게 차로 주거나 끓여서 냉장을 해서 아기와 함께 먹이거나 하는 방법을 추천하셨다. 일단 시키는 대로 했다. 경험이 없는 자는 경험자의 지혜를 따라야 하는 법. 일단 할머님께서는 손가락 한마디만큼 최대한 얇게 썰어라고 하셨다.
식품 건조기가 있으면 건조기에 말리는 것을 추천하셨는데 건조기가 집에 없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러자 할머님은 건조기 대신에 시장에서 생선들을 말리는 채반 같은 것을 준비하라고 하셨다. 할머님의 말씀처럼 시장에서 넓은 채반을 샀다. 넓은 채반에 할머님의 말씀대로 손질해 두었던 수세미를 말렸다. 그렇게 꼬박 2~3일을 말리니 수세미는 한껏 쪼글아 들었고 수분이 다 날아가 버린 상태가 되었다. 처음보다는 많이 딱딱해진 모습이었다. 이 것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를 여쭈었을 때 할머님은 친절하게 복용 법을 일러 주셨다. 복용 방법을 말씀하시던 할머님의 말씀을 그대로 전한다.
"아 아빠요. 잘 들어보소. 집에 제일 큰 냄비 있지요. 거기다가 쪼매 부족한 한 줌, 그 한 줌을 쥐어서 넣어 뿌는 기라.
그리고 물을 가득 채우이소. 뚜껑은 꼭 닫아야 합니데이. 이게 중요한 기라. 뚜껑을 잘 닫는 게. 그래가 이거를 제일 큰 불 안 있소. 그걸로 곰탕 고우듯이 고아 뿌는 기라. 딱 지켜보고 있어야 카요. 그랬다가 이게 팔팔 끓으면 한 오분 정도 있으소. 그래가 불을 딱 줄아 삐는 기라.
그리고 계속 이 물을 딱 보고 있으소. 이게 딱 원래 끓이던 물에서 반에 반마이 쫄아 들면 그때 딱 불을 꺼뿌야 되는 기라. 그리고 아 엄마와 아기 주이소. 내 말이 문 말인지 알아듣겠는교?"
혹 수세미를 복용하고자 하시는 독자님들을 위해, 최대한 할머님의 말씀을 전하려고 노력했음을 고백한다. 부산에서 살면서 느끼는 바다. 할머님들은 비와이와 에미넴을 가끔 능가하는 말씀의 속도를 보인다. 그래서 최대한 집중하고 들은 얘기다. 혹 복용하는 방법이 궁금하시면 위의 내용을 참고하시면 좋겠다. 오랜 세월 저렇게 달여서 드셨다니 말이다.
이렇게 신경을 쓰며 지난하고 험난한 과정을 거쳐서 수세미 액이 완성되었다. 완성이 된 수세미 액을 아기 엄마에게 주었다. 아기 엄마는 평소에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서 이 물을 반겼다. 쓰고 좀 텁텁해서 맛은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다행히 잘 챙겨 먹었다. 그리고 한 달 정도쯤 지났을까 말려 놓은 수세미는 바닥을 보였다. 만들어 놓은 수세미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추억으로 수세미가 남겠지 싶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지나가나 싶었다. 근데 웬걸 끝이 난 게 아니었다. 어느 날, 아내가 말했다.
▲ 수세미 즙 아내가 오늘 아침 먹었던 수세미 즙의 사진이다. 저렇게 한 포로 소분되고 포장이 되어 나온다. ⓒ 최원석
"여보. 수세미 주문해야겠어요. 환절기이고 일교차가 커졌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비염이 심해져서 눈도 가렵고 콧물도 나고 기침도 심해졌어요. 요새 들어 힘도 없어져서 자꾸 무기력해져요. 예전보다 더 잘 지치는 것 같아요. 수세미를 먹을 때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수세미를 다시 먹어봐야겠어요."
"설마. 수세미 안 먹었다고 그럴까요? 일단 주문은 해 봐요.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니까 다시 먹어는 봅시다."
그렇게 이틀 정도가 지나자 주문한 수세미가 택배로 왔다. 이 번 택배로 온 수세미즙은 수세미를 아예 즙을 내서 봉투에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는 분량으로 소분 포장을 한 모습이었다. 아내는 바로 택배 박스를 뜯어서 한 팩을 꺼냈고 입구를 잘라서 마셨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이것이 대단원의 시작일 줄은 말이다. 아내가 이후로도 계속 수세미 즙을 먹을 줄은 그 순간만큼은 몰랐었다.
시간이 지나 지금까지도 아내는 수세미 즙을 먹고 있다. 아내는 이렇게 복용을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꾸준히 이 수세미 즙을 달아서 먹는다. 비단 이 글을 쓰는 오늘 아침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을 정도다. 오늘 아침을 먹고도 이 수세미 즙을 마셨다. 벌써 몇 번째 주문인지 모를 정도로 떨어지기 전에 주문해서 지금까지 수세미 즙을 먹는 것을 유지해 오고 있다. 할머님이 수세미를 주신 바람에 아내는 수세미 즙에 단단히 빠져 버리게 된 것이다.
할머님의 수세미로 인한 소동의 여파가 지금까지 미치는 셈이다. 수세미 선물을 받은 것이 팔월 초로 기억하는데 여름을 지나 겨울까지 아내는 수세미와 함께 하고 있다. 문득 참 인생은 알다 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님께서 수세미를 선물하시지 않으셨다면 지금 아내의 이 '수세미 지옥'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이 시국, 아기 엄마들의 건강 유지 비결이 무언지 이 글을 쓰며 궁금해졌다. 글을 쓰는 바로 이 시간에도 저마다의 건강 비법으로 스스로의 건강을 지키시면서 그 건강함으로 더더욱 아기들을 사랑하며 육아에 힘쓰고 계실 아기들의 부모님들이 계실 테다. 그런 이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께 할머님의 텃밭에서 보았던 예쁜 국화꽃들의 다양한 색깔을 담은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더불어 처음 수세미를 만났을 때의 그 놀라운 크기를 닮은 감사와 존경의 인사도 함께 전하는 바다.
▲ 국화꽃 11월 말인 지금, 만개한 할머님 텃밭의 국화다. ⓒ 최원석
퇴근길에 할머님을 자주 만난다. 얼마 전 만나 뵈었을 때, 할머님께 수세미 즙을 아내가 잘 먹고 있다고 했다. 효과를 보는 것 같다며 감사하다고 말씀을 드렸다. 인사와 함께 마트에서 할머님이 평소 좋아하셔서 자주 구입하신다는 음료도 감사한 마음을 담아 사서 드렸다. 할머님은 쑥스러워하시며 인사와 선물을 받으시며 말씀을 하셨다.
아기 엄마의 수세미 사랑을 시작하게 하셨던 주범인 할머니께서 아내가 수세미에 푹 빠져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하신 말씀을 존경하는 독자님들께 전한다. 말씀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하하. 아 아빠 미안소. 다 내 때문이다 아닌교. 주지 말 거를 그랬나? 처음에... 하하.
근데 이게 진짜 몸에 좋은 거는 맞소. 내가 무 보고 증명한다 아닌교. 그만큼 좋으니까 키워서 줬다 아닌교.
이게 여기저기 안 좋은 데가 없다 카이. 그게 뭐라 카드라? 뭐 인삼에 드가는 거 (사포닌)... 그것도 들었다 카고... 지난번에 말했다시피 뭐 기관지에 좋은 거(사포닌)... 도 있다 카데요.
또 뭐 피부에 좋은 성분(비타민, 사포닌)도 있다 카구요.
암 예방에 좋은 뭐 (기베를린, 갈락토스, 크실로스)도 있다 카데요.
뭐 먹으면 다 좋다 카니까. 이거 묵고 아 엄마 건강하믄, 결국 아 아빠도 좋은 거 아닌교.
내를 미워하지 마소. 내 때매 아 엄마가 수세미 먹는다고 밉어가 내 다시는 안 본다 카면 안 된다 이 말이라 카이. 하하. 그라지는 마소. 아. 아도 꼭 멕여보소. 그라라고 그때 백신 맞고 갖다 줬다 아닌교. 아 한테도 좋다 안카요. 내 말 문 말인지 아시겠지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