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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Lee Mar 01. 2024

딸아, 너의 입학을 축하해. 근데 벌써 6학년이라니..

엄마가 보내는 편지

입학식 날 1학년 교실에서...

소중하고 어여쁜 너에게...


2019년 3월 4일은 우리 시아가 초등학교를 입학한 구나. 앞머리 곱게 내리고 안으로 말린 단발머리를 한 순수하고 투명한 어린 소녀. 장난기 머금은 반달눈으로 해말갛게 웃음 짓는 너를 오늘 다시 만나보니, 지금과는 사뭇 다른 말랑한 귀여움이 느껴져. 뭐가 그리 좋은지 그날의 사진마다 너는 보조개 움푹 파인 통통한 볼을 하고 환하게 웃고 있더구나. 군데군데 이가 빠져 다소 합죽해 보이는 그 조그마한 입이 엄마는 너무 귀여워 죽겠다. 분명히 그날 엄마는 너의 얼굴을 보며 하루 종일 웃었을 거야. 미소 짓지 않을 수 없이  참 사랑스러웠으니까.


너는 잘 몰랐을 거야. 초등학교를 입학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앞으로 어떠한 일들이 너에게 펼쳐질지 말이야. 그저 많은 이들의 축하와 축복을 받아 한껏 들뜨고 기뻤겠지? 엄마도 네가 학교에서 행복하게 생활하길 기도했고 무사히 초등학교를 마친다면 이후 중, 고등학교 시절도 거뜬히 잘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었어. 이런 엄마의 바람이 이루어진 걸까? 지난 5년간 시아는 성실하고 모범적이게 학교생활을 참 잘해주었어. 해가 바뀔 때마다 담임 선생님들께서는 네가 리더십 있고 친구들이 많이 의지하는 든든하고 성실한 친구라고 한결같이 말씀하셨지. 난 네가 외동이라 혹시나 오냐오냐 키워 버릇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될까 봐 너의 어리광이나 징징거리는 행동들을 잘 받아주지 않았어. 혹시나 그런 행동들이 사람들이 널 비난하는 화살이 되게 만드는 게 싫었나 봐. 그래서 오히려 더 단호하고 냉정하게 대할 때도 많았던 것 같아.


네가 6살에 동네 수학 학원에 다닐 때 말이야, 원장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단다. 시아는 또래보다 어른스럽고 침착하며 수업 집중도 잘해서 너무 예쁘다고. 그때에는 그 말이 엄마는 그렇게도 좋았다? 내가 널 남들에게 흠 잡히지 않게 잘 키웠나 보다 하고 말이지. 그런데 뒤에 이런 말씀도 덧붙이어. 시아는 힘들거나 투정 부릴 일이 생겨도 말하지 않고 그냥 속으로 넘기는 것 같다고. 왜 그랬는지 그땐 그 말씀을 깊이 생각하지 않았어. 오히려 자기감정을 잘 통제하는 아이라고만 생각했지. 하지만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동안 엄마 혼자 흐뭇했던 게 아니었나 싶더라고. 때로는 아직 어린아이였던 미숙한 너의 마음을 솔직하게 내보여 괜찮았을 텐데 엄마가  너무 큰 아이처럼 대했었나봐. 한마디로 애늙은이처럼 널 키운 아닌가 싶어 많이 미안했어. 엄마는 남들의 시선이 두려웠던 건지 너의 앞날을 위해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건지 이유는 모르겠어. 어쩌면 이 두 가지 모두였기에 어느 쪽도 선뜻 결론 내리지 못하고 우물쭈물거리는 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중요한 건 말이야 지금, 현재라고 생각해. 학교 선생님께선 수년간 아이들을 가르쳐 오시면서 엄마가 널 바라보는 것보다 훨씬 더 객관적인 눈을 가지고 계시잖아. 매년 너에 대해 담임 선생님들이 꾸준히 해주시는 칭찬의 말씀 믿고 이제는 안심하고 엄마가 지난날의 죄책감을  내려놔도 괜찮을까? 많은 대화를 하고 장난치고 까르르 웃었던 즐거운 기억이 훨씬  많으면서 미안함은 아크릴물감처럼 가슴에서 지워지지가 않아 그렇게 닦고 또 닦아내려 하는 걸까? 엄마가 자꾸 미안한 눈으로 바라보면  겉으로 표현은 안 해도 뒤에서 또 마음 아파할 텐데. 잘해준 것보다 잘해주지 못한 들만 생각나는 걸 보면 이젠 정말 모성애 가득한 '엄마'라고 불릴 수 있게 나도 많이 성장한 것 같다. 널 키운 덕분에 엄마가 자란 거였네.


입학식 날 사진을 보며 엄마는 지난 추억에 대한 다양한 감정들을 아름답게 덧칠하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된 것 같아. 그새 너는 6학년으로 훌쩍 커버렸고. 이렇게 여리고 작은 아이가 6학년이 되었을 때는 어떤 모습일지 그때는 감히 상상도 못 는데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덧 너는 그 나이가 되어 있더라. 너의 성장을  봐왔으면서도 5년의 시간이 금세 훌쩍 뛰어넘은 느낌이 들어 마음이 좀 먹먹해지기도 한다. 그동안 엄마가 더 고운 말로 얘기해 줄걸, 모진 말은 좀 덜할걸, 엄마 옆에서 자꾸 비비적댈 때 더 많이 안아줄 걸 하는 아쉬움도 들어. 하지만 더 이상 엄마는 과거의 나에게 미안해하지 않을래. 후회하기엔 앞으로 너와의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하거든. 5년 후의 내가 지금의 너에게 더 잘해주지 못해 안타까워하지 않으려면 오늘 느낀 감정들과 깨달음으로 엄마 마음에 사랑을 그득하게 충천해 아낌없이 너에게 퍼줄 거야. 남들의 시선 이제는 그만 신경 쓸 거거든. 왜냐면 이제 넌 너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무척 잘 자라고 있으니까. 


그리고 사랑해, 어제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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