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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러 Jun 30. 2021

라이프, 생, 삶 그리고 건강

유병장수의 시대

아마도 배란통일 두통과 메슥거림이 3일간 이어졌었다. 안 그래도 검진을 받을 일이 있어 신경이 곤두섰는데 몸까지 안 좋으니 컨디션이 내내 메롱이었다. 대학병원은 언제나 난리 북새통이다. 예약하고 갔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오랜 시간 기다렸고 그렇게 기다린 시간은 초진이라서, 다시 기본적인 검사부터 되풀이해야 했다. 궁금증은 문턱에서 또 막힌 꼴이고, 나는 다음 검사를 위해 예약을 잡고 왔다. 이번 주와 다음 주에 걸쳐 병원 방문이 두세 번은 있을 것 같다. 열라 귀찮고 빡치기는 하지만 안 아프면 된 거다.


방금 진료를 끝낸 쇠약한 어느 노모가 내 옆자리에 앉았다. 수발은 역시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그의 두 아들이 했다. 한 아들이 말했다. 자 그러니까 엄마, 수술을 해야 하는데 삼천만 원 정도 든다는 거야. 깎아달라 하니까 의사가 혹시나 저소득 뭐 거기에 해당되는지 신청하라는 거고. 일단 기다려 보자고. (한숨) 엄마 커피 한잔 할 텨? 그가 멀어져 가자 이번엔 저쪽에 앉아있던 다른 아들이 노모에게 와서 말했다. 엄마 그냥 다음 주에 삼천만 원 들어도 수술 하자. 그거 기다려도 돼도 안 해. 알겠지? 그렇게 알고 있어. 그들의 노모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병원에 앉아 있으면 쪼그라든다. 어떤 이유에서건 그건 어쩔 수가 없는 방어다. 제3자인데, 그들 모두의 심정을 알 것만 같았다.


은율의 학교에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학년은 달라도 미심쩍어 놀이터 간다는 걸 무시하고 집으로 곧장 데려 왔다. 학교의 조치는 빨랐고 불안감은 조속한 안내문으로 털어졌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 지금처럼 우리 셋 재미있게. 이런 날은 더더욱 건강에 밑줄 쫘악, 별표가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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