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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정한 Dec 28. 2018

온기로 녹아

잠깐의 시간, 잠깐의 시. 잠시(詩)

한겨울, 정점의 추위에서

눈이 끝없이 내리는 밤은 저물고

저물었던 해는 다시금 떠올라

정점의 추위를 몰고 도망가고

BGM_사랑 알 수 없나봐-폴킴

LINK_https://www.youtube.com/watch?v=IS9MeZe9rX4



온기로 녹아


확신이야

너는 어제

나의 집 앞까지 왔어


확신했어

이리저리 움직인 것도 아니고

딱 그 자리 오래토록 서 있어

무언가를 덜어내려 했음을


첫 눈을 뚫고

너의 발자국은

뜨거움으로 주변을 녹이고


가로등 불 환히 비치는

물 웅덩이 만들어

너의 마음을 씻어 갔겠지


확신했어

너도 알겠지만

우리 집엔 그만큼의 따뜻함을 가진

물이 많지 않잖아


네가 덥혀 놓은 그 물에

나는 흰 눈 가득 녹여내어

지울 수 없는 눈의 흔적들을

같이 담아낼래


종일

너의 온기로

세수할래



당신은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렸을 겁니다.

그대 발자국 옮긴 자리에서 유일하게

우리집 앞에서만 웅덩이가 생겼기 때문에.


당신이 덜어 놓은 것들을

아침에서야 발견한 나는

당신이 왔고

그길로 당신이 돌아 간 것만

알 수 있는 나의 마음을

가슴 찢어지게 붙잡기만 할 뿐입니다.

그토록 눈이 내렸던 하루의 끝에서

나는 왜 당신의 심장을 느끼지 못했을까요.


당신의 그 온기가

당신만을 울린게 아니란 걸

알아주길 나는 바랄 뿐입니다.


퍼내고 또 퍼내도

그대 덥혀놓은 물이

줄지 않는 이유를.


당신이 은연중에 알아주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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