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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성 작가 Apr 22. 2018

타인에게 당당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엄격하라

당당함에서 스스로에 대한 엄격함이 빠지면 그것은 뻔뻔함일 뿐


사실 다시 가라면 절대 다시 갈 생각은 없고, 그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말한다면 완전히 거짓말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대에서는 여러가지 얻어서 나온 것이 많았다. 군대가 아니었다면 멸치같던 내 몸뚱이도 틀이 잡히지 않았을 것이고, 험하고 극한의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서 살아 남는 법도 군대에서 많이 익혔으니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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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여러가지 에피소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이 에피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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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투사들은 논산훈련소에서 훈련을 마친 뒤, KTA (KATUSA Training Academy)로 이동하여 후반기 교육을 3주간 받는다. 갑자기 바뀐, 엄청나게 위생적이고 풍족한 환경, 상대적으로 멋졌던 옷 편한 군화, 그리고 모든 구호가 갑자기 영어로 바뀐 상황. 다양한 상황이 달랐지만, 대부분 원래보다 더 좋은 환경이었기에 기분좋게 3주를 지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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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들이 고함을 지르는 경우는 많았으나, 폭력 등의 일은 없었다. 대신 얼차려로 Push-up 또는 팔별려 뛰기를 시키곤 했다. 나중엔 장난 삼아 10 push-up을 시키면 실실대며 하기도 했지만 입소 초기에는 정말이지 그 조교들이 염라대왕만큼 무섭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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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식사 후에 시간이 지나도 줄이 제대로 안 맞는다든가, 구호가 작다든가 하면 어김없이 '엎어져' 이후에 '10 push-up'이라는 말이 따라오곤 하던 그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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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다 기억은 안나지만 성(Last name)이 워낙 특이했기에 분명하게 기억나던 사람이 있다. '반 교관'.

성이 반씨여서 반교관이던 그는 단단한 체구에 걸걸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었다. 이 사람이 한 주간 우리 구대(소대와 같은 개념)의 인솔을 맡았는데 식사 이후 동기들이 제대로 줄을 서 있지 않자, 어김없이 불호령이 떨어진다

'엎어져'
'10 push-up!'

사실 말이 팔굽혀펴기 10개지만, 실제로는 20개의 push-up이다. 왜냐하면
1 - 굽힌다
2 - 편다
3 - 굽힌다
1 - 편다
1 - 굽힌다
2 - 편다
3 - 굽힌다
2 - 편다
다음의 식으로 원투쓰리 원 원투쓰리 투 식으로 숫자를 세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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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Push-up을 시키는 것은 그렇다 쳐도, 이걸 세는 숫자가 너무 빠른거다. 

이미 나는 당시에 30초에 50개의 Push-up을 할 수 있을만큼 체력이 올라와 있었지만, 그런 나도 이걸 따라가기 너무 버거운 속도였다. 동시에 논산훈련소에서 우리를 얼차려 주며 실실 쪼개던 조교의 얼굴이 생각나 분노가 치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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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자기는 안한다고 저따위로 말을 해도 되는건가?! '
라고 생각하다 살짝 힘들어 고개를 들어보니, 내 바로 옆에서 그 반교관이 함께 '엎어져' 함께 push-up을 하며 구호를 세고 있는 것이 아닌가..? 호흡에 전혀 흐트러짐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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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알았다. 
늘 고개를 아래로 향한 상태에서 얼차려를 받았기 때문에 그 때까지 몰랐지만, 교관들이 얼차려를 줄 때는 늘 자신도 함께 수행하고 있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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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개의 Push-up을 하고 일어났지만, 몸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저림보다 머리의 저림이 훨씬 강했다. 그가 당당한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엄격함에 대항할 수 없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최소한 동등하게, 아니면 그 이상 엄격하게 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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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잣대' '내로남불'이라는 말은 이미 사회에 만연해 있다. 타인이 어떠한 일을 하면 거침없이 비난하는 자들도 막상 자신이 비슷한 상황에 놓이면 핑계를 대고 무마하려 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진실로 당당하다면, 진실로 당당함에 부끄러움이 없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오히려 더 엄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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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함에서 스스로에 대한 엄격함이 빠지면 그것은 뻔뻔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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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타인에게 엄격하고 늘 당당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나의 특성 상, 나는 나 스스로에게 엄격하게 대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될 때 마다 이 에피소드를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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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당당하고 싶으니, 
언제까지나 스스로에게 엄격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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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내가 하는 일을 타인이 한다 해서 비난 않고.
내가 하지 않는 일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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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재성 

서울대학교 컴퓨터 공학부를 졸업하고 맥킨지 앤 컴퍼니 (McKinsey & Company) 컨설턴트로 재직했다.

현재 제일기획에서 디지털 미디어 전략을 짜고 있다.

저서로는 행동의 완결,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시즌 I,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시즌 II 가 있다.

https://youtu.be/qj7xOkAj8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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