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나의 수련을 위해
대체로 글을 짧게 쓰지 않는다.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글도 최소 A4 한 장은 넘어가는 글을 주로 쓴다. 짧은 글을 쓸 줄 몰라서 라기 보다는,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서 긴 글을 주로 쓴다. 짧은 글도 충분히 매력이 있지만 명확한 것을 좋아하는 내 특성 상, 짧은 글은 쓸 당시에는 많은 함의를 담아서 꽤 괜찮아 보이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 예를 들어 몇개월이 지나서 다시 보면 내가 무얼 말하고 싶었는지 나조차 알기 어려울 정도로 생명력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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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의를 가득 담은 좋은 짧은 글도 있다. 그런데 그런 글은 어찌 보면 내가 아직 쓸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벤자민 프랭클린 같은 업적을 남긴 사람은 아니지 않나? 그런 명언은 더 나이들어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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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하지 않지만 짧은 글은 사실 무수히 연습해왔다. 페이스북에서 길게 썼던 글을 트위터의 140자로 줄이는 훈련을 여러번 하면서 Summary와 Synthesis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의도 가지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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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을 사람들이 잘 안 읽는다는 사실도 잘 안다. 근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니 다른 사람들을 탓 할 생각은 없다. 결국 긴 글은 짧은글에 비해서 인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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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긴 글을 쓰는 이유는 짧은 글에는 존재하기 어려운 두가지 요소를 긴 글은 반드시 포함해야 '글다운 글'이 되기 때문이다. 바로, 구조와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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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은 딱히 구조를 갖출 필요도 없고 흐름이 있을 필요도 없다. 한두마디 단어로 촌철살인 치고 빠지면 되니까. 그 형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는 훈련보다 재능이 좌우하는 글이다. 나는 열심히 연습해도 '서울시'를 쓴 하상욱씨 같은 글을 잘 쓸 자신은 없다. 그건 감각이다. 어느정도 노력으로 커버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기본적으로 재능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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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글이 길어지면 흐름과 구조가 필요하다. 흐름과 구조가 없으면 독자도 읽다 지치고 떠나가게 된다. 잘 다듬어진 구조와 흥미있는 이야기 흐름은 긴 글도 독자로 하여금 끝까지 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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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긴 글을 쓰는 사람이다. 당장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에서 끝까지 읽지 않아도 큰 상관은 없다. 읽어주면 더 고맙고. 이 모든 글은 내가 나 스스로를 연마하는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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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에라도 구조를 잡아보아야 수십 수백페이지를 글로 풀어낼 수 있다. 책 단위로 넘어가는 글에서는 구조와 흐름이 없는 글을 쓰지 않으면 안된다. 그냥 그건 잡동사니 모음집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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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구조와 흐름을 연습하기 위해 다소 짧지 않은 글을 주로 쓴다. 만약 여러분이 글쓰기를 연습하고 있다면 단문도 좋지만 적어도 A4 한 장은 넘어가는 글을 지속적으로 써 보길 권장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글의 구조와 흐름을 어떻게하면 잡을 수 있을지 고민할수록 점차 나은 글을 쓸 수 있게 된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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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역시도 지속적으로 꾸준히 쓰는 일이 뒷받침 되어야 하지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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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재성
서울대학교 컴퓨터 공학부를 졸업하고 맥킨지 앤 컴퍼니 (McKinsey & Company) 컨설턴트로 재직했다.
현재 제일기획에서 디지털 미디어 전략을 짜고 있다.
저서로는 행동의 완결,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시즌 I,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시즌 II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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