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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에 발견한 적성

지금까지의 내 삶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by 민지

26일 질문과 동일한 질문이라서 출판사에 문의했으나, 아직 수정본을 만들지 못하여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같은 주제이지만 오늘은 타인과의 관계가 아닌 나에게 집중한 글을 써보고자 한다.

26일 글: https://brunch.co.kr/@pmbrevity/38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나는 동네 문화센터에서 다양한 수업을 들었다. 기억나는 건 레고, 가베, 발레, 바이올린, 영어연극, 주산, 생명과학, 한자다.


놀라운 건 이 모든 걸 내가 원해서 했다는 거다. 어렸을 때 엄마가 '민지야, 이거 배울래?'라고 하면 나는 항상 '응!'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나도 즐겼던 기억이 선명하다. 관심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였다.


어렸을 때 다양한 경험을 해서 좋았던 건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걸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는 거다.


어렸을 때 나는 영어를 무척 좋아했다. 당시 문화센터에서 <미녀와 야수>를 영어 연극으로 했었는데, 이미 어린이집에서 한번 했던 거여서 아이들이 조용히 서 있는 교실에서 먼저 나서서 '이렇게 했어요!'라며 앉은 걸음으로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난다. '어.. 그래?'라며 당황한 선생님의 대답도 기억난다. 너무 어렸던 나는, 내가 어린이집에서 했던 게 오직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으니 당연히 문화센터 선생님도 알 거라고 생각했다.


반면, 발레는 정말 싫었다. 갈 때마다 선생님께서 다리 찢기를 시키셨는데 뻣뻣한 나에겐 고문이었다. 몸에 딱 붙는 발레 옷을 입는 것도 부끄러웠다. 도저히 흥미를 붙일 수 없었다.


영어는 초중고 때도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과목이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영어 동화책과 chant를 좋아했고, 초등학생 때부터 팝송과 미드를 좋아했고, 중학생 때부터 학원 없이 영어 성적은 늘 상위권이었고, 대학에 와서는 영어영문학과를 복수전공해서 만점에 가까운 학점을 받았다.


반면, 춤과 무용은 지금도 싫다.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게 해 주신 부모님 덕분에 나는 일찍이 나의 적성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어린 나이부터 적성을 개발할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던 건 크나큰 행운이자 부모님께 받은 감사한 선물이다.


지금도 나는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잘하는 것, 못 하는 것을 뚜렷이 구분하는 편이다. 이런 내 삶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나 자신을 알고,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마음껏 즐기는 삶'이 되겠다.


#질문있는사람 #질문챌린지 #셀프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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