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딴짓 Nov 16. 2024

'아들 진짜 싫다'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아들이 좋아진 걸까요

"소설을 써 봐요." 

글쓰기 커뮤니티에서 만난 그녀는 다정하면서도 단단한 사람이었다. 남편과의 갑작스러운 사별. 40대 초인 그녀에게는 초등학생 세 남매가 남겨졌고, 이후 그녀는 홀로 오롯이 아이들을 키워냈다. 얼마 전 막내딸까지 결혼을 했다는 소식을 들은 터였다. 며칠 전, 그녀는 나와 내 가족의 꿈을 꿨다며 연락을 해 왔고, 나는 담담하게 얼마 전 내가 호텔에서 일박을 하고 온 것을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1년 만에 다시 만났다. 



"글쓰기가 시들해졌어요. 제 안에 뭔가가 싹 훑고 지나간 느낌이랄까요. 그러면서 글쓰기에 대한 감정도, 애정도 사라진 것 같아요. 게다가 아들 이야기를 주로 쓰다 보니 자꾸 자기 검열을 하게 되어서... 예민한 이슈나 바닥까지 치닫는 감정은 희석시키거나 떼어버리기 일쑤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글이 자꾸 밋밋해지고... 글을 잘 썼던 안 썼던 당시의 감정에 충실하게 쓴 글은 쓰면서도 재미가 있는데, 요즘도 글을 쓰긴 쓰는데 재미가 없어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꿋꿋이 써 나가야 하는데, 역시나 전업 작가가 아닌지라 정신머리가 빠진 걸까요, 하하."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서로에 대한 안부를 묻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 우리의 대화는 읽고 쓰는 삶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소설을 써 봐요. 에세이는 사실 은근히 까다로워요. 누구나 쓸 수 있는 게 에세이라고는 하지만 개인적인 소재를 담는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죠. 아들 이야기라면 나중에라도 아들이 그 글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모르고... 사실 어느 영역에 대해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후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게 에세이니까요. 소설 속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봐요. 내 이야기뿐만 아니라 상상의 날개를 펼 수 있잖아요. 더 자유로워져 봐요." 



그녀는 작년에도 내게 소설을 써 보라고 권유했었다. 그러나 소설이라니? 본격적으로 읽고 쓴 지 채 2년이 되지 않은 내가 소설이라니? 대체 그건 어떻게 쓰는 건데? 너무 거대했다. 막연했다. 깜깜했다. 가당치 않았다. 그러나 '더 자유로워져 봐요'라는 그녀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자유'라는 단어는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하므로. 



'아들 진짜 싫다'라는 브런치 연재물의 제목 또한 신경이 쓰이던 터였다. 제목을 지었을 때의 내 마음은 진심이었다. 분노, 짜증, 좌절로 마음이 활활 불타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아들 진짜 싫다'는 말을 곱씹을 수 있단 말인가? 언어는 감정을 변화시키고, 내가 쓰는 언어는 내 인생을 바꾼다는데, 언제까지 '아들은 싫은 존재'라고 부정의 언어를 스스로에게 주입시키고 있을 것인가? '나는 좋은 엄마다' '나는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 아들은 무지하게 사랑스럽다'는 자기 주문은 못하겠다고 치자. 아들 1에 이어 아들 2의 이슈까지 더해지고 있는 요즘, 그렇기에 더욱 '아들 진짜 싫다'라는 문장이 나를 옳아 매고 있는 듯한 찝찝함이 들던 터였다. 지금도 벌써 세 번째 그 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조작가, 이렇게 약해지나? 결국 이렇게 무릎 꿇는 거야? 



...... '발전'이라고 치자. '전환'도, '확장'도 좋은 표현 아닌가. '도전'이라는 부담스러운 표현도 있고, '시행착오'라는 좀 더 겸손한 말도 있고.... 흠흠흠. 



 



그리하여 오늘까지 29화라는 참으로 애매한 글 수로 이 연재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아! 공식적으로는 그렇습니다. 혹시나 저의 아들 연재에 공감, (감히) 위안, (설마) 카타르시스를 느끼신 독자가 계시다면, 감사와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그렇다 하더라도 내일부터 소설가로 다시 태어나는 것은 결코 아니므로 비공식적으로 여기 와서 또 글을 슬쩍 남기고 갈 수 있다...라고 참으로 깔끔하지 못한 마무리를 하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연재를 계속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라고 짜증을 부리신다면 아들 이야기가 소설로 확장될 수 있을지 시도해 보긴 할 텐데, 그게 언제 시작되는 건지 저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데다, 안 되면 다시 올 수도 있다,라는 멘트를 질질 흘리고 있는 거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왜 갑자기 섭섭해지는 거죠? 

이 공간을 사랑했습니다. 

제가 썼지만 아들 연재를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그럼 지금까지 썼던 연재물은 삭 다 없애 버려야 하는 게 아닐까. 

갑자기 시치미 뚝 떼고 가명을 써서 소설 연재를 하면 남들이 그놈이 그 놈인걸 눈치채지 못하려나.

모른 척해 주려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