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고가 난 5월 28일부터
이 미네르바 보조기를 차고
일상생활을 보냈다.
보조기구를 차고 있는 나의 모습은
마치 전쟁을 준비하는 전사 같다.
미네르바라는 이름대신
이 보조기를 갑옷이라 부르는 이유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혹독한 전쟁을
앞두고 있는 전사처럼
나도 매일 아침 이 갑옷을 입는다.
‘오늘 하루도 버텨야지’
‘오늘도 살아봐야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이렇게 갑옷을 입고
결연한 의지를 다지면
수개월 째 병상에서
보내는 나의 이 시간들이
속절없이 흘러간다는 생각보다
조금은 역사적 의미가 생기는 기분이다.
나의 인생이라는 역사 속에서
지금, 나는 갑옷 입은 여전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