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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 Nov 06. 2024

14화: 나 보고 이 고생을 다시 또 하라고?

뼈가 안전하게 유합되고 있다는

신경외과 전화를 받자마자


'혹시나 잘못되어 중간에 

수술로 방향이

틀어지면 어떻게 하지?' 


'경추 수술은 목숨을 걸고 하는 거라던데…'


이런저런 불안감과 중압감으로 버텼던 

지난 2개월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느리지만, 

비록 느리지만

온전히 나의 힘으로 

내 뼈를 만들어내고 있구나.


조금씩 뼈와 뼈 사이로 무엇인가가

메꾸어지고 있다!


이 사실 하나로 나는 

외롭고 지난한 병실 생활을

버틸 수 있겠다 싶었다.



사고 당시 담당교수님께서 언급하신

회복소요시기는 대략 8-12주


4주를 한달로 잡았을 때 

통상적인 수준이라면 3개월이면 

부러진 나의 목뼈는 목표치에

근접해있을 것


신경외과로부터 

긍정적 소견을 받은 날로부터

나의 시계는 오로지 

한 달 뒤 있을 CT촬영일에

맞춰지게 되었다.


그때라면 난 달라져 있겠지?

그때라면 뭔가 답을 얻을 수 있을거야


세번째 CT촬영일인 8월 28일을 

희망과 불안을 반반 섞은 마음으로 

기다렸다. 


하지만 불안한 예감은 항상

틀리지 않는것일까.



그 날은 우리 결혼기념일이었다.


8월 28일, 대학병원에서

2차병원으로 전원 한 지

2개월이 되던 날.


울릉도에서 사고가 난지

정확하게 3개월이 되는 날이었다.


우리 결혼 기념일이자

4번째 ct를 찍는 날이 다가올수록

알 수 없는 긴장감과 불안감이

나를 엄습했다.


이번 달이면 이제 3개월인데
뭐라도 되어 있겠지요?
저번달에 붙기 시작했다 했으니깐요


불안한 마음에 자꾸

같은 질문을 하는 나에게

남편은 걱정말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그럼요. 선생님도 처음에
8주에서 12주 말씀하셨었잖아요.
분명히 뭔가 좋은 이야기를
듣고 올 수 있을거예요. 걱정마요.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불안 때문이었을까?

7:30분에 예약한 앰블런스

너무 이른 시각 탓이었을까.


남편과 나 둘다

잠을 뒤척인 채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


그리고 또 다시 한 시간 반

앰블런스를 타고 도착 한

고대 안산병원


미네르바와 필라델피아

보조기 두 개를 번갈아 끼워가며

서둘러 엑스레이와

Ct를 찍었다.


‘잘 하면 이 보조기도

오늘로써 벗을 수 있겠구나’


한편으론 알 수 없는 기대감으로

흥분감도 느껴지는 상태였다.


000님~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남편과 나는 두 손을 꼭 잡고

결연한 표정으로 진료실로 들어갔다.



이번이 4번째 ct죠?
같이 사진 한 번 볼게요.
음….  

뭐 비슷하네요.
저번달과 비슷해요

네? 한 달이 또 지났는데
비슷하다고요?


다음달엔 외래 안 오셔도 되겠어요.
계속 사진 찍는거 몸에도 안 좋고
지금까지 해 오셨던 거
한번 만 더 하고 다시 만납시다


네? 한 번 더 하고 오라니요?


3개월 뒤에 뵙자고요. 오늘이
사고난 지 3개월째니까
한 번 더 고생하시고 뵙자는 얘깁니다.



미친… 순간

내가 이 3개월을 어떻게 견뎠는데…

무슨 마음으로 

어떤 오기로 여기까지 왔는데


3개월이면 뭐라도 되겠지

3개월이면 붙어있을거야

그 심정으로 겨우겨우 견뎠는데

나보고 다시 이 고생을

3개월을 더 하라고?


못해. 이걸 어떻게 더해….


순간적으로 바람에 쓸린

먼지처럼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먼지처럼 일어나 내 몸을

감쌌다.


어두워진 내 얼굴을 보다 못한

남편이 대신 물었다.


선생님… 뼈가 붙고는 있는겁니까?
느리지만 붙고는 있는거죠..?


붙고는 있어요. 근데 너무… 더뎌.
이게 뼈가 부러질 때 워낙
크게 박살이 난 대다
절단면도 클리어하게 깔끔하지 않고
뼛조각이 날라가 버렸으니
뼈와 뼈 사이의 공간, 갭이
너무 커요. 이게 더딜 수 밖에 없어…”


그럼 보조기는….

찼으면 좋겠어요. 힘들겠지만…
그냥 있기보다 차고 3개월
좀 더 버텨보세요.



이건. 꿈일거야.
아님 꿈을 가장한 잔혹한 현실인가?


진료실 문을 나서자 마자

참을 수 없이 눈물이 흘러 내렸다.


여보.. 나 이제 어떻게해요?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왔는데…
이걸 또 하라니… 이 고생을…


착찹한 심정에 남편의 눈시울도

같이 붉어졌다.


어떻게 하겠어요. 아까워서라도
버텨야죠.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요.
나도 결과는 너무 아쉬워요.
하지만 다른 방도가 없으니까
우리 조금만 더 힘내요.




오늘 검사 결과를 잔뜩 기대하고 계실


엄마 아빠한테는 또 뭐라고 말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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