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의 획을 이루고 있는 것은
바로 그 어둠
모두가 알고 모두가 앓고 있는
바로 그 어둠이다
끈적거리고 칙칙한 어둠 덩어리는
온순한 척 기색을 숨기고 있다가도
예고 없는 균열 들이닥치면
거세게 흔들려 진공처럼 포효한다
세계로 탈출해야만 하는 본성 품고
내 안을 미친 채 헤집는 어둠을
나는 단어와 문장에 힘껏 결박 지어
간신히 땅 딛게 하는 것이다
모름지기 글이란 빛을 향해 서서
미소로 매듭지어야 한다는 강박은
긍정주의자들의 가련한 부정이다
더 이상 깊게 들어가선 안 된다는 만류는
우주의 속살을 끝내 마주하지 않겠다는
겁 많은 모험가의 울먹임이다
끝 모를 그곳에 웅크리고 있는 괴수의
가죽을 벗기고 장기를 빼내어 핏줄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보고 뜯어 씹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달콤하고 쌉싸래하고 역겹고 싱그럽다
나의 맛있는 어둠을
정성스레 빚고 또 빚어 선보이는 시간이면
비릿한 향은 세차게 뜀박질하고
엇박자의 박동은 신이 나서 울려 퍼진다
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끊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내가 품어오고 나를 품어온
바로 그 어둠과의 낯 뜨거운 얽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