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시들기를 바란다.
발그레한 볼로
외계의 생명 머금고
따스히 타오르는 지금
만인이 칭송하는 지금
분홍의 꿈결 속
순백색 갈채에 휩싸인
오늘의 그대에겐
나의 무엇도 닿지 못한다.
추억 같은 불꽃 사그라들어
찬연함이 재가 되는 때,
춘몽의 부질없음에
하나둘 등 돌려 떠나가겠지.
무심한 발자욱만 무수한
질척이는 흙바닥 어딘가,
처량히 놓여 있을 그대
피어남의 끝에서 추락할 그대
한껏 시들고 난 꽃잎의 곁을
비로소 가득 메우겠다.
빛나지 않는 이에게 가 닿을
유일한 손길과 유일한 목소리로
만개(滿開)는 다시 오지 않고
죽음도 닥치지 않을 것이다.
시인의 지극한 사랑으로
그대, 시든 채 영생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