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영락(零落)

by 문창승

그대가 시들기를 바란다.


발그레한 볼로

외계의 생명 머금고

따스히 타오르는 지금

만인이 칭송하는 지금


분홍의 꿈결 속

순백색 갈채에 휩싸인

오늘의 그대에겐

나의 무엇도 닿지 못한다.


추억 같은 불꽃 사그라들어

찬연함이 재가 되는 때,

춘몽의 부질없음에

하나둘 등 돌려 떠나가겠지.


무심한 발자욱만 무수

질척이는 흙바닥 어딘가,

처량히 놓여 있을 그대

피어남의 끝에서 추락할 그대


한껏 시들고 난 꽃잎의 곁을

비로소 가득 메우겠다.

빛나지 않는 이에게 가 닿을

유일한 손길과 유일한 목소리로


만개(滿開)는 다시 오지 않고

죽음도 닥치지 않을 것이다.

시인의 지극한 사랑으로

그대, 시든 채 영생하기를

keyword
이전 18화외딴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