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과 배아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by 포포

누구나 궁금해하지만 구태여 묻지 않는 질문을 받았다.

“우리나라 사람들 참 대단해요. 이만큼 이룬 것도 기적적인데 참 이상하죠? 어렵고 궁핍하게 살던 옛날에 비해 왜 만족감은 덜할까요?”

만족감이 덜한 정도가 아니라 과거보다 ‘더 불행’해진 듯하다. 명쾌한 답 하나를 옆사람이 해주었다.

“과거에는 배고픔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였는데 이제는 배아픔을 해결할 때예요. 지금 많은 사람들이 ‘남들은 잘 사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렇게 힘든가’ 하고 생각하거든요.”

그 말에 동의. 우리는 배고픔의 시대를 지나 배아픔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그래서 복지니, 공정이니, 분배 정의니 운운하는 것이다. 속담 중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지만, 요즘에 빗대면 계층간 갈등 문제이기도 하다. 어쨌든 ‘배 아픈 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배부른 이들에게도 불리한 현상이다.


중소기업들의 연합체 중소기업중앙회의 건배 구호는 늘 ‘9988을 위하여’라고 한다. ‘99세까지 88하게 살자’는 의미가 아니라, ‘99%의 중소기업’과 ‘88%의 중소기업인’들을 위하여란 의미다. 우리나라 기업의 숫자가 그렇단다. 대기업은 1%에 불과하고 종사하는 직장인들은 중소기업에 88%가 몰려 있다는 것.


미디어도 배고픔과 배아픔 속에서 뒤틀리고 있는 것을 누구나 안다. 과거에는 “언론사가 돈을 벌려고 하면 되는가”란 비판을 종종 했지만 요즘은 그런 지적도 하지 않는다. 지쳤고 포기했다는 표현이 적합하다.그러니 요즘은 과거보다 더 노골적으로 변해 간다. 한 기자가 이렇게 주장했다.

“미디어도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면 비겁해집니다. 공정한 기사를 원한다면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죠. 홍보를 원하면 광고를 하시고.


옳은 말도 누가 누구에게 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짐을 우리는 알고 있다. 사실은 이 세계에도 배아픈 현상이 숨어 있다. 미디어 재벌사에게는 많은 편의제공이 일어나고 중소형 미디어는 안간힘을 써 자생해야 하기 때운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불편한 세계도 있다.

“거 뭐, 그런 걸 갖고 불편해 해요? 작가가 책 한 권을 펴내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아세요? 짧아야 1년, 길게는 3년, 10년도 걸려요. 그렇게 책을 내면 지인들이 한 권이라도 사주는 줄 압니까? 왜 책 내놓고 안 주느냐고 화를 내요. 이런 세상에….”

옷가게를 내면 옷 한 벌 사주고, 음식점을 오픈하면 밥 한 끼 사먹어 주는 걸 미덕으로 아는 대한민국 사람들이다. 그들이 희한하게 지식산업에 대해서만큼은 인색하기 짝이 없다. 작가들은 9988에 속한 이들보다 더 심각하게 배고프고 배아픈 사람들이다. 그들을 위한 건배사는 고민할 필요도 없다. 술자리 자체가 사라지고 있으니. 어쩌다 우리는 이렇게 비겁해져 갈까. 정작 궁금한 것은 그것이다. 어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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