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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진 Jul 05. 2023

초보 공무원, 거지 탈출 5단계

1편

☞ 공무원으로 살아남기 시리즈 전편 편하게 보기


9급 공무원. 1호봉. 월급. 많아 봐야, 160이다. 이 말 하면 또 수당이 어떻고, 그런 이야기 나온다.


이전 글. 『6급 공무원 월급. 세후, 카후, 시급』에 썼듯, 1년 총연봉이 얼마다. 이런 건 중요치 않다.     


공무원 월급에 얼마나 관심이 많으신지. 6만 명 넘게 읽으신 그 글에서 말했듯,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부자 되는 방법이 아니다. 부자가 아니기 때문에 부자 되는 방법은 모른다. 다만 본인이 매달 카드빚에 허덕이고 있다면, 앞으로 살면서 그 정도는 벗어나는 방법이다.     


부자 되는 방법은 『세이노의 가르침』 처럼 실제 부자분들이 쓰신 책을 읽는 게 좋겠다.     


희망적 상황분석 → 당신은 돈이 없다.  

    

앞서 언급한 글에서 말했듯, 6급인 내 실제 리얼 시급은 1만 7천 원 수준이다. 9급 초보 공무원의 시급은…. 그만 알아보자.     


지방 초임 공무원 사정을 보자. 160만 원, 월급을 탔다. 차량 기름값 든다. 돈도 없는데 무슨 차냐고? 지방 공무원은 보통 차가 있다. 수도권 분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차가 없으면 출근 자체가 안되는 경우도 있다.     

원룸 월세 낸다. 구내식당 없으면, 점심 밖에서 사 먹는다. 시골도 요즘, 막국수 만원이 넘는다. 알몸으로 출근할 순 없다. 초보 공직자니까 싼 거라도 옷은 사야지.     

 

기본적인 것만 이야기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월급이 얼마나 남았는지, 계산해 보고 싶은 마음이 안든다.     


점심만 먹고 1일 1식 한다 치자. 공과금은 원룸 풀옵션에서 내준다고 치자. 차는 굴러가는 것만 사서 대출이 없다 치고, 핸드폰은 부자 되고 싶으니까 아직 삼성 2G 이건희 폰을 쓴다 치자. 

    

이렇게 말도 안되는 가정을 해도 남는 돈은 50만 원 정도일 거다. 존 리 아저씨가 커피 사 먹지 말라는 말이, 공무원들은 웃을 일이 아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 → 커피값 아껴서 부자 되라고?)


실제적 상황분석 → 내.. 내... 내가 거지라니! 


현실은 학자금 대출. 아이폰-애플워치-애플 콩나물 이어폰 할부금. 새 차 할부금. 담배. 술값. 액세서리, 화장품, 각종 구독료. 진짜 돈이 없을 거다. 돈이 없는 것에서 끝나면 다행이다. 카드값 막기가 어렵다.


카드와 대출의 가장 나쁜 점. 실제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든다. 좋은 차를 할부로 사고 기분이 좋다. 그렇다고 밥을 안 먹어도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병원에 안 가도 자연치유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공무원이든 아니든 자신의 월급이 적다면, 카드값과 빚부터 없애는 게 우선이다. 현명한 당신은 꼭 필요한 빚과 할부만 있을 거다.


그래도 빚과 할부금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오늘이 편안하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 직장생활에 집중하고, 승진 가능성도 커진다.     


젊을 때 제대로 습관을 잡지 않는다면? 6급이 돼서도 초과 근무 수십 시간 해서 수당을 타야만, 삶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더 자세한 이야기 → 초과근무에 삶을 저당 잡힌 공무원들)    

 

당신이 40대 중 후반이고 재산 증식을 잘해서, 자산을 불리기 위한 계획 된 좋은 빚만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초임 2~30대에 그정도 자산운용을 하는 사람이면 이미 퇴사했을 테니 이야기하지 말자.     


앞으로 말할 5단계는 이렇다. 실제 내가 살아 온 방식이다. 너무 길어지니 단계별 내용은 다음 2편에서 다루겠지만 순서만 봐도 감이 온다. 이 단순한 방법이 해답이다. 하지만 실천하기 어렵다.     


1. 카드값 갚기

2. 대출 갚기

3. 통장 관리

4. 체크카드

5. 저축     


지방에 사니 다행히 아파트값이 싸다. 대출 없고, 신용카드를 안 쓰니 카드값도 없다.    

  

아이들이 크면서 30평대 집으로 이사했다. 이사할 일이 당분간 없다. 대출 받을 일이 없다. 조금씩 돈을 모아간다. 빚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생각보다 매우 편해진다.     


나는 나 스스로 이 방법을 찾느라 고생했는데, 40대가 돼서 존 리 책을 봤더니 이 순서가 거의 그대로 나와 허탈하기도 했다. 많은 책에서 같은 이야기를 한다. 사람은 역시 책을 읽어야 한다. 

    

카드값을 갚는 여정     


내가 9급 신규 때 국제 금융위기가 터졌다. 기름값이 2천 원에 육박했다. 그 옛날 2008년에. 얼마나 충격이었을지 상상에 맡긴다.     


대학생 시절까지 체크카드만 쓰던 나였다. 사람들은 나를 찔러도 피도 안 나올 거 같은 성격이라고 했다. 경영학부를 졸업했다. 그 땐 합격하면 마통을 만들고, 시험공부 보상이라며 흥청망청 쓰는 게 유행이었다. 나는 신용카드조차 만들지 않았다.     


그런 냉철한 내가. 국제 금융위기, 유가 대란을 맞이했다. 매우 합리적으로, 시티카드(주유할인)를 만들었다. 거의 모든 직원이 쓸 정도로 인기 카드. 주유할인만 쏙 빼먹을 생각이었다.     


카드 대금이 몇 개월 만에 월급에 육박했다.

카드부터 끊기로 했다.     




사진: Unsplashmicheile hend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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