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지 않아도 괜찮아, 낮게 흐르면 돼

김종해 <그대 앞에 봄이 있다>

by 지나
정호승 그대 앞에 봄이 있다.png


우리는 보통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배웠다.


더 용감하게,
더 뜨겁게,
더 사랑하고,
더 일하고,
더 버티고,
더… 더…

그러다 문득

힘에 부쳐 멈춰 선 날,
김종해의 시 「그대 앞에 봄이 있다」가 조용히 다가왔다.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 말 앞에서
나는 고개를 숙였다.

파도치는 날,
버텨야 한다고만 배워왔다.


그런데 시는
“그럴 땐 조용히 닻을 내리라”고 말한다.

오늘만큼은
세상과 나를 잠시 낮은 곳에 묻어두어도 괜찮다고.


이 시는 버티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흘러내리는 법, 쉬어가는 지점의 지혜를 건넨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사랑이 어려워질수록
더 매달리고,
더 설명하고,
더 바르게 고치려 애쓰지만,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낮게 밀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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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서로를 밀고 끌어올리는 일이 아니라
파도가 높을 때엔 낮게 흐를 줄 아는 일이다.
그래야 둘 다 상처받지 않는다.
그래야 같이 지나갈 수 있다.


이 시는 자꾸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디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잠시 멈춰도 된다’고 말한다.

그 말투는 강하지 않고,
설득하려 들지도 않는다.
그저 지나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투로
조금 조용히,
그러나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사랑도 사람도
겨울을 지나야 한다.
상처가 있다는 건
내가 그 관계 안에 ‘있었다’는 증거다.

완벽하게 지켜진 사랑이 아니라,

부딪히고 조용히 물러나면서
다시 돌아온 마음들이 만든 봄.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이건 희망의 약속이라기보다는
조용한 선언처럼 들린다.

당신이 견디고 있다는 걸
나는 안다는 뜻.
이제 곧 그 견딤이
당신의 계절을 열 것이라는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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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봄이
기다리는 계절처럼 느껴졌다면,
이 시를 읽고 나선 봄이
도달하는 힘,
도달할 줄 아는 사람에게 오는 선물처럼 느껴진다.


살아가는 일도,
사랑하는 일도
때로는 낮게 흐를 때
비로소 다시 나아갈 수 있다.

파도를 타지 않고도
우리는 계속 살아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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