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52화 / 5장 전투 수도원
장편소설 빛의 여정 52화 / 5장 전투 수도원
전투 수도사들은 훈련 담당 사제인 엑셀리 마스터에게 가르침을 모두 받은 후에 일련의 시험을 통과하면 본격적으로 "전투 수도사"라는 직책으로 피데라시스의 손과 발이 되어주었다. 이들이 치룬 전투는 짜잘한 분쟁까지 합치면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았고 이는 곧 베테랑 전사이자 손에 꼽는 정예 병력이란 뜻이었다. 대륙 내에 일어나는 피데라시스의 탄압이나 집단 학살을 예방하거나 일어날 경우 후속 조치를 위해 수도원에서는 이들을 급파를 했다. 대부분의 전투란 수도원에 침입하는 도적, 교단에 물자를 공급하는 상단의 보호, 수도원의 식량과 인력을 보내주는 마을의 보호 때문이었다. 전투 수도사들은 침략을 자주 받는 북쪽 지역에서 다른 도적단들이나 약탈경제로 살아가는 세력들을 상대로 악명을 떨쳤다. 생각 해 보라, 최소 몇 달에서 몇 년까지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매 일 마다 밥 먹듯이 훈련하는 이들을 더구나 종교적 명분까지 갖추어져 있어 흔들림 없는 사기를 갖추고 있는 전투 수도사들 앞에서 원초적인 욕망과 잔인성만을 무기로 삼는 도적 떼는 추풍낙엽일 뿐이었다.
전투 수도사들의 무장은 기존의 로브 위에 가죽 갑옷을 입었다. 가죽 안에는 천이 부착되어 있었다. 또한 가죽과 천 사이 빈 공간엔 철판을 오밀조밀하게 붙여 넣은 "브리건딘"이란 갑옷을 입고 다녔다. 장기간 이어지는 전투가 된다면 방어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 수도원에서 자체 제작한 사슬 갑옷을 안 쪽에 입는 것으로 보충했다. 가죽 혹은 그 위에 천 로브를 덧 입었다면 피데라의 F자 모양의 피데라시스 기호를 그려넣음으로 자신들이 누구인지를 알렸다. 그런데 피데라시스들이 더욱 신경쓰는 건 갑옷도 갑옷이었지만 그들이 손에 든 방패였다. 마찬가지로 기호를 그려넣은 원형 방패를 애용했다. 전투 수도사들의 제 1의 목적은 전투에서 이기는 것도 이기는 것이지만 생존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으며 이는 자신의 목숨과 동시에 동료의 목숨까지 신경써야함을 의미했다. 그러한 대표적인 상징성은 방패에서 드러났고 언제 어디서든 방패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할 수 있게 원형 방패를 등에 매고 다녔다. 방패의 앞면에는 억세기로 유명한 바슬라 멧돼지의 가죽을 씌워 보강했다. 이 모든 무장은 무기보다 우선시 되었고, 극적인 예로 갑옷을 입지 못했더라도 알몸에 방패라도 들어야 전투 수도사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정받았다. 왜냐하면 살아남아 신앙을 계속 이어가는 것을 더욱 고귀하게 여겼고 비슷한 예로는 황금 치유교단에 몸 담고 있었던 베일런일 것이다.
무기는 집단으로 움직일 경우엔 창이 빠지지 않은 적이 없지만 소수나 단독일 경우엔 도끼나 철퇴 혹은 작은 쇠뭉치가 달린 지팡이를 썼다. 철이 땅 파서 나오는 것도 아닌지라 모든 이들의 소중한 전략 자원이었으므로 절약해서 가성비를 내야만 했다. 특히 자급자족해야하는 수도원의 경우엔 더더욱. 갑옷에 철을 덧댈 경우 무기보다 우선시. 그러나 방패의 모양을 바로잡고 겉을 감싸는 원형 틀일 경우가 제일 우선시 되었다. 주로 상단을 보호해주는 일종의 용병으로써 일한다면 철 더미로 보수를 받기도 했다. 흥미로운 또 다른 점은 대륙에서 용병으로 이들이 가장 잘 나간다는 점도 빠질 수 없다. 교단의 서사시 중 하나에선 몇 세대 전에 남쪽 정글지대에서 왕의 친위대까지 도맡았다는 무용담을 소개한다. 너무나 습하고 온갖 곤충과 요상한 동물들이 들끓는 그곳은 북쪽의 수도원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환경이었다. 약 30명 정도의 전투 수도사들은 24시간 왕의 최근접거리에서 붙어다니며 정적과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했다. 이들은 왕이 큰 일을 보러 자리를 궁궐 내에서만 움직이더라도 흐트러짐없이 붙어다녔다고 전해진다. 혼란한 정국에서 정글지대의 왕은 덕분에 살아남았다. 계약했던 대로 날이 끝나자 그는 크게 치하하며 교단에 필요한 자원들과 함께 그들을 되돌려 보내주었는 데 전투 수도사들이 수도원에 복귀하기도 전에 암살을 당했다는 어처구니없는 급보를 전해들어야 만 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그만큼 그들은 철저했고 훈련의 댓가로 이루어 낸 이들의 능력은 빛을 발했던 것이다. 용병으로 활동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피데라시스의 절대 기준에 부합하는, 인명을 보호하는 방어자의 역할로 제한되었음에도 호화찬란한 금은보화를 원하는 다른 용병대보다 신념과 대의에 충실한 이들의 고용비용이 물질적으로 값싸다며 선호하는 숨겨진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어린아이들이 아닌지라 전투수도사들도 어느새 자기들의 수요를 원하는 목소리가 많다는 것을 느끼고 몸 값을 높였다. 기존의 용병대들보다 대등하거나 심지어 비싸게 부르는 수도사들도 있었다. 이는 피데라시스들이 헤르논의 전투 수도원과 베일런이 머물고 있던 도시의 신전이 교단의 중심지이긴 하나 대륙 전역에 있는 전투 수도사들을 통제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지역에서 훈련을 시키고 인력을 배출하는 각지의 수도원들의 재량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투 수도사들은 수도원을 떠나서 순례자 또는 자유로운 몸이 되길 원할 때 막지 않았기 때문에 피데라시스에선 전투 수도사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란 교단 차원에서는 불가능했다. 피데라의 이름을 남용하거나 타락 내지는 변절한 전투 수도사들이 이런 용병사업에 개입을 한다거나 수도원 소속임을 사칭하는 경우, 아니면 사정을 아는 군인이 수도사를 사칭하는 경우까지 워낙 다양한 사례가 존재했다.
가지각색의 수도사들이 존재했고 동굴에 지내 살며 혼자서 방랑하며 용병 생활을 하는 수도사도 있었다. 다양한 모습 속에 문제도 함께 있었다. 전혀 모르고 지내다가 용병으로 살아가는 수도사들이 전장에서 만나는 경우가 있었던 것이다. 이때는 형제의 목숨과 신앙이냐 아니면 고용주와의 계약 준수냐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이때의 딜레마를 해결하기란 여간 골치가 아팠고 사례가 알려지고나서 각지의 수도원 사제들이 한 데 모여 끝장토론을 하기도 했으나, 현재까지 논쟁은 진행 중이다. 이 말은 즉슨 지금도 전투 수도사들이 전장에서 서로에게 무기를 겨누며 목숨을 빼앗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53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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