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68화 / 7장 흐려지는 하늘
장편소설 빛의 여정 68화 / 7장 흐려지는 하늘
레도룬이라는 마을은 여타 다른 마을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마을이었다. 다만 동부 아나티리캄에서 피데라시스의 사원 중 한 곳이 레도룬에 위치 해 있었다. 사원은 마을 구석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는 데 규모는 호밀을 빻는 풍차만 했다. 일반 민가를 한 두개를 합친듯 한 크기의 사원은 이렇다 할 외관도 자랑하지 않았다. 대게 피데라시스의 사원들은 상주하는 사제 한 명과 몇 명의 수도사들이 함께 관리하고 있었다. 실내엔 나무를 그대로 반으로 쪼개 목재 다리에 얹은 긴 의자들이 놓여 있었고 앞쪽엔 단상이 깔려 있으며 설교대가 오른 쪽에 위치해 있었다. 중앙에는 크게 자리한 나무로 깎은 피데라의 목상이 후광 장식과 함께 놓여져 있었다.
로이딘 일행은 흉흉한 분위기를 아나티리캄 깊숙히 들어오면서 더욱 체감하게 되었다. 레도룬으로 오기까지 처음 만난 마을은 불타버려 이미 검게 재가 되어 있었고 중간에 마주 친 어디서 왔는 지 모를 도망가는 마을 사람들의 행렬도 보게 되었다. 밭 중에는 제 주인을 잃어 얼어죽거나 물을 먹어 썩어가는 겨울 수수들도 보였다. 길을 가다 깜짝 놀라기도 했는 데 큰 나무 밑에 구덩이가 파헤쳐 있거나 흙들이 헤집어 있는 채로 있어 보니 사람들을 매장한 곳이었다. 더군다나 깊게 묻지도 않고 대충 묻어 덮었던 건지 시체 썩은 내가 진동을 하고 있어 헛구역질을 하게 만들었다. 기분 탓인가 무언가 그들이 밟고 있는 땅이 굉장히 검게 보였고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하늘은 흐리게 보였다.
가는 도중 살아있는 마을 중 한 곳에 들러 잠을 청하게 되었는 데 이런 곳들은 모두 상인들이 자주 지나다니거나 잠시 머무는 숙박업을 통해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동시에 아보의 형제들은 돈줄인 상단을 건드리지 않고 있었으니 여관이 있는 마을은 곧 상단들이 자주 방문하는 곳인지라 이단심문과 살육의 광풍을 피해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자기네가 안전하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았다. 여관 주인은 심심한 나머지 로이딘 일행과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 데 그가 이야길 하길
"상단이 머물러서 지금은 다행이지만 그들이 다른 경로를 뚫어 우리 마을을 찾지 않게 된다면 다른 마을처럼 모두 죽게 될지 몰라."
최근에 왕래가 적어지는 상단의 분위기 때문에 마을의 분위기가 굉장히 불안하다고도 말해주었다. 현재 아나티리캄의 분위기가 흉흉해서 상업활동이 위축된 건지 아니면 이단 추적대가 동부 쪽을 정리하려 지역을 통제 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밤을 보내고 나서 불편한 마음을 안고 다시 이동한 로이딘 일행은 얼마 안 가서 레도룬에 도착하게 되었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스산함이랄까? 그런 공기가 느껴져 왔고 마을은 굉장히 조용했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떠드는 소리를 내지 않은 채 조용조용 이야기하거나 바깥에 나와 있는 사람들이 드물었다. 모두 몸을 사리는 것 같았다. 광장을 지나가며 마주 친 노파는 얼 빠진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고 로이딘 일행은 사원으로 말을 이끌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 한 구석 낮은 언덕에 자리한 피데라시스의 사원이 보였다. 주변을 보아하니 사원을 두른 나무 울타리는 작금의 아보의 형제들을 막아주기는 커녕 사슴 한 마리도 이겨내지 못할 여리여리한 두께를 자랑했다. 둘러처진 사원의 울타리 안에는 텃밭이 있었으며 이런 저런 약초들이 보였다.
울타리를 지나 가까이 가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고 어느새 사원의 정문에 서게 된 그들은 말을 묶고 돌아와 문을 두들겨 보았다. 소리가 나지 않았다. 바람이 일렁이면서 그들의 머리카락만 휘날렸을 뿐 어떠한 답변도 실어 날라주지 않았다. 답이 없자 로이딘이 문을 열고 조심스레 사원 안을 들여다 보았는 데 횃불은 켜져 있었고 저 멀리 강단 바로 앞에 자리한 좌석에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로이딘이 말했다.
"저...선생님, 계십니까?"
앉아 있는 사람이 말이 없었다. 로이딘은 잠시 고개를 뒤로 돌려 시테온과 루네를 번갈아 지켜보며 눈빛으로 모든 것 설명했다. 그러자 시테온과 루네도 로이딘의 뒤를 따라 문을 더 열어젖히며 사원 안을 보았다.
문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지는 데도 앞에 있는 사람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시테온이 물었다.
"저 사람 누구야?"
로이딘이 불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몰라. 혼자 있잖아."
루네가 훔쳐보기를 그만할 작정으로 열린 문을 나서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가볍게 뛰면서 앞쪽에 앉아 있는 사내를 향해 달려갔다. 그러자 로이딘과 시테온도 같이 뛰게 되었는데 주변의 좌석은 청소한 지 꽤 되었는지 먼지들이 쌓여 있었고 바닥에 여기저기 천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놓여있었다.
루네가 그 사람을 앞에 두고 도착했고 로이딘과 시테온도 연이어서 합류했다. 좌석에 앉아 고개를 숙인 사람은 남성으로 피데라시스의 수도복을 입고 있었다. 그는 로이딘 일행에게 해 줄 말이 없어 보였다.
이미 가슴에 화살이 박혀 죽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치 이곳을 방문 할 로이딘 일행을 예상이라도 한듯 네모나게 찢어진 천이 화살과 함께 가슴에 박혀 있었는데 검게 굳어진 피로 쓰인 문구가 적혀있었다. 로이딘은 소름이 돋았다.
"이 글을 보는 피데라 추종자여 보아라, 쓸쓸히 죽은 너희의 동료를. 이 사원은 아보께 돌아갈 것이니라"
시테온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우리가 올 것을 예상 한 거야 설마?"
로이딘은 죽어있는 수도사를 보면서 착잡한 표정과 함께 답했다.
"우리가 아니라 그냥 전투 수도사들이 방문할 것 같으니까 겁 주기 위해 경고한 거 같은데?"
루네는 수도사의 가슴에 꽂힌 화살의 깃털을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털이 매끄러웠다.
"횃불이 켜져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은 건지 아니면 마을 사람들이 와서 그냥 불만 교체해주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
시테온이 주변의 바닥을 훑으며 말했다.
"지저분하게 막 천들이 흩어져 있고... 루네 말대로라면 마을 사람들한테 찾아가서 묻는 게 낫지 않을 까?"
그러자 로이딘과 루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로이딘이 말하길
"그러면 일단 나가서 마을 광장에서 아무 사람이라도 붙잡고 물어보기라도 하자."
그렇게 이야기를 마친 후 세 사람이 발 걸음을 다시 떼 사원을 가로지르며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갑자기 안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이봐요! 여기에요! 거기 들리죠?"
깜짝 놀란 로이딘 일행이 급히 고개를 돌려 다시 고개가 숙인 남자쪽을 바라보았다. 다시 되돌아가보니 소리가 사원 내에 천들이 쌓여진 곳 중 한 곳에서 들렸다.
"이쪽이에요! 천 밑에 있어요!!"
로이딘 일행은 급히 달려가 소리가 나는 쪽에 가서 천 더미 앞에 숙이며 넝마를 치워댔다. 그러자 나무 바닥이 드러났는데 자세히 보아하니 네모나게 살짝 어긋난 선이 보였다. 그 부분이 지하로 향하는 바닥문임을 알게 되었다. 손을 넣고 열 방도가 없어 낑낑대자 그냥 누군가 안에서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죽다 살아났네요 어휴.."
꾀죄죄한 이 사람의 행색을 보아하니 좌석에 앉아 죽어있는 수도사와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69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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