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 점심 가격 차이가 내 삶에 들어온 순간
점심 때면 직장인들은 늘 고민거리다. 뭘 먹을지가 그것이다. 그럴 경우 구내식당이 적당한 선택이 된다. 메뉴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나도 한동안 9층 구내식당을 자주 이용했다. 사무실인 14층에서 이용하기가 편리한 탓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때는 안성맞춤이기도 하다.
근데 가격과 질이 늘 문제다. 작년만 해도 4천 원에서 4500원으로 오르더니 올해 5천 원으로 또 올랐다. 이용자들은 불만일 수밖에 없다. 나 역시 불만스러웠지만 서울 4대문 안에 어딜 가서 5천 원에 이런 점심을 먹을까 생각하니 그럭저럭 먹게 되었다. 부식은 인상 때만 잠깐 나아졌을 뿐 다시 평준화되는 느낌이다.
누군가는 식당이 5~8분 거리에 있는 게 좋다고 한다. 밥을 먹고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량까지는 안돼도, 밥 먹고 금방 자리에 앉는 것보단 몸에 긍정적 효과를 준다. 사무실 구내식당은 그런 면에서 불리하기도 하다. 그래도 구내식당은 가성비 대비 안정적인 끼니를 제공한다.
그런데 최근 또 다른 구내식당을 알게 됐다. 정말 거리도 딱 5~8분 거리에 있었다. 비록 내가 일하는 건물은 아니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점심때만 되면 긴 줄로 북새통을 이룬다. 어느새 며칠간 나도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근데 이곳은 식대가 5500원이다. 500원이 비싸지만 부식은 그보다 훨씬 좋게 느껴졌다.
내 지조에도 균열이 생겼다. 나는 끼니를 두 가지로 분류한다. 집밥과 그 외의 밥이다. 집밥이 아닌 외식의 경우 부식의 차이를 막론하고 비슷하다고 본다. 집밥이 아니면 부식의 출처와 요리법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각이란 놈은 그에 비하면 변별 능력보다는 길들여진 맛에 좌지우지될 공산이 크다.
그래도 500원의 차이 때문에 조금 먼 길을 택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름 먹거리에 대해서는 그리 따지지 않는 편인데, 이번만큼은 500원이 나를 유혹한다. 그 유혹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는 내가 멋쩍기도 하다. 차라리 1000원이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그랬으면 흔들리지 않았으려나.
5천 원과 6천 원의 차이라면 조금 크게 다가온다. 사실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는데, 심리적인 요인은 있는 것 같다. 그 구내식당은 5500원 가격정책을 괜히 썼을 것 같진 않다. 나름 주변의 구내식당 가격과 질에 대해서 고려했을 듯싶다. 집밥을 고집해온 내가 이토록 흔들리게 된다는 것이 믿기지 않기도 하다.
500원은 내 삶의 등고선이다. 내 심리를 뒤흔든 기압골이다. 나의 선택은 500원이라는 심리적 마지노선에서 결정되고 말았다. 500원이라는 미심쩍은 압력이 내 기저를 흔들어댔다. 집밥이라는 나의 기상대는 안정적이라 믿었다. 하지만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500원의 차이, 당신이라면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