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를 선택한다는 건 취향일까, 습관의 문제일까.
메뉴를 선택한다는 건 취향일까, 습관의 문제일까. 직장인들은 늘 점심을 선택해야 한다. 최근 타 구내식당 밥을 이용하면서 선택의 딜레마에 빠진다. 그럴 때마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정작 고르는 것 같지만, 그게 최선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두 가지 중에 하나를 고르는 거라 어차피 절반의 선택이다.
매일 11시 30분쯤 구내식당 앞에는 긴 줄로 북새통을 이룬다. 메뉴가 두 개라 양쪽으로 줄을 서는데, 그동안 줄 길이에 차이를 보이진 않았다. 근데 이번엔 달랐다. 한쪽 줄은 길게 늘어져있는데, 반대쪽 줄은 사람이 없는 것이다. 메뉴의 대결이 흥미로웠다. 일명 가지영양밥 vs 망향식 비빔국수.
당신이라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사실 메뉴의 구성으로는 둘 간에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영양식이냐 취향식이냐의 문제뿐일 것 같다. 가지는 보라색 안토시아닌 계열의 영양 만점 채소다. 혈관계에 좋아 최근 각광받는 재료이기도 하다. 반면 망향식 비빔국수는 시원한 냉면 국물에 입맛 당기는 별미의 음식이다.
요리를 아는 나로서는 사실 먼저 가지 밥이 당겼다. 가지는 밥이 지어질 때 자연스럽게 영양분을 내어놓는다. 맛있는 장만 있으면 오케이다. 달래를 넣은 장이라면 더욱 어울린다. 반면 비빔국수는 말 그대로 국수일뿐이다. 최근 다이어트족들은 밀가루 탄수화물을 멀리하는 경향도 있다. 저탄수 고단백 식단이 유행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가지영양밥이 승리한 것일까. 사실은 정 반대였다. 비빔국수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이상하리만큼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하고 말았다. 대중성에는 묘한 이끌림이 있다. 지조를 지키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누군가 하면 따라 하게 되는 이유다. 경험을 공유하려는 현대인들의 심리가 작동하고 있음이다.
사실 음식이 몸에 좋다고만 해서 먹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요일에 따라, 날씨에 따라, 그날의 기분에 따라 먹는 것이 달라진다. 금요일인 데다 살짝 더웠기 때문에 비빔국수를 선택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솔직히 나의 선택은 군중심리 영향이 컸다고 고백한다. 가지가 몸에 좋다는 걸 알면서도 몸은 다수의 선택지로 가버렸다.
아마도 식당 측도 예상을 쉽게 하진 못했을 것이다. 어느 한쪽에 쏠리게 되면 부식문제부터 수익성까지 대두될 게 뻔하다. 어쩌면 가지영양밥이란 좋은 메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뒷줄 사람들의 평가가 재밌다. 젊은 남자는 메뉴 이름에 가지를 내세운 게 패착이라고 했다. 곤드레나물밥이면 먹겠다는 젊은이들도 있었다. 5500원짜리 한 끼에 ‘곤드레나물’까지 동원하기에는 무리일 것이다.
가지는 젊은이들 중 싫어하는 부류가 많다. 물컹한 식감 때문이다. 나도 요리하기 전에는 장모님이 해주시는 밥을 먹었다. 장모님도 가지는 푹 쪄서 무치시곤 했다. 못 먹을 것은 아니었지만 사실 씹는 맛은 없다. 몸에 아무리 좋다고 해도 고장 나기 이전에는 찾아 먹기 어려운 게 우리네 현실이다. 운동이 좋고 금연을 해야 하지만 그렇게 잘 안 되는 게 인생이지 않은가.
비빔국수를 선택했다고 해서 잘못될 것은 없다. 가지영양밥도 마찬가지다. 이날의 선택은 취향의 결과다. 취향은 현대인들의 가장 대표적인 감각이다. 취저(취향저격)가 대세인 시대다. 물론 그렇다고 이성을 내팽개쳐서는 안 될 일이다. 이성과 감성을 함께 보듬어 안는 균형감각이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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